'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라는 찰스 디킨스의 18세기 격동의 프랑스 대 혁명이 배경이 된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그녀의 말처럼 21세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역할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그 시대에도 변화 속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같다. 살아가느냐 살아내느냐의 기로에 서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누구나 밟고 있다. 아이를 키워내는 힘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 티브이, 컴퓨터, 아이폰, 아이패드 기기들이 일상이 된 요즘 허용해도 되는지 아니면 하지 못하도록 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한 지에 대한 망설임이 수시로 든다.
저자의 책은 1부 '디지털 기기의 주의력과 아이들의 뇌', 2부 '자발 주의력을 키우는 7단계 훈련', 3부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는 큰 주제로 나처럼 갈등하는 부모에게 실천 방법을 조언해 준다.
이 책의 핵심은 '자녀의 디지털 습관에 부모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간혹 디지털 기계를 상과 벌의 개념으로 아이를 지도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숙제 다하면 또는 책을 몇 권 읽고 나면, 벌로 하루 휴대폰 압수 등등... 이는 아이로 하여금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성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부모가 곁에 없으면 아이가 마음대로 과자 상자에 손을 대는 것처럼, 부모의 지도가 없으면 아이는 무분별하게 디지털 기기에 탐닉하는 습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아이의 장래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에 긴장감이 든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찬, 반론에 주관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스스로 분명한 주관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자발 주의력을 키우는 일이 디지털에 밝은 아이로 키우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설령 그것이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 해도 말이다.'
휴대폰 사용이 일반화된 요즘 아이는 수시로 고양이가 생선 찾듯이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심지어 자신의 휴대폰이 없는데도 내 휴대폰의 잠금장치와 무관하게도 사용할 수 있는 괴력을 보여주는 아들을 보며 가끔 갈등하기도 한다. 지나친 금지는 더 큰 욕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저자의 두 가지 의견은 확신을 돕는다. 거울 뉴런 법칙과 공진 작용에 대한 과학적 논리이다. 거울 뉴런이란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가 늘 휴대폰을 만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도 휴대폰을 만지는 시간이 늘어 난다. 가급적 아이가 있을 때는 휴대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려 한다. 공진 작용이란 부모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적 효과를 말한다. 주변의 다른 진동체에 이끌려 같은 진동수로 진동한다는 개념이다. 즉 부모라는 하나의 진동체가 자녀의 진동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디지털 화면에 코를 박고 있으면 자녀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인용문이 책 사이사이 소개되어 있다. 부쩍 틱낫한 스님에 대한 사상을 여러 책에서 만나게 된다. 곧 그의 책과도 인연을 맺어야 할 것 같다. 그의 말 중 자녀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각인시켜 주는 표현이다.'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진실한 관심입니다. 그 사람에게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 말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온전한 주의는 삶의 여정의 길이에서 보면 생각보다 짧다. 그 소중한 시기에 마음이 아이에게 가 있어야 함을 늘 느끼지만 가끔 일에 의해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중심의 축을 아이에게 두기는 생각보다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골 부모님 댁에 큰 오빠가 시시티브이를 달아 드렸다. 휴대폰으로 거실과 집 앞, 뒤쪽 그리고 외양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자식들 입장에서는 안심이 된다. 부모와 물리적 거리가 줄어드는 느낌이고 하루 일상을 수시로 볼 수 있어 부모님께 더 관심이 간다. 하지만, 빈번히 틀어 놓는 티브이를 보고 있자면 잠시 걱정이 된다. 티브를 보지 않아도 계속 틀어놓은 상태를 백그라운드 티브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의 주의 지속 시간을 짧게 만들고 지능이 떨어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티브이를 틀어 놀 때 발생하는 소음은 아이들의 주의력을 약화시키는데 여기에 스마트 폰까지 가세해서 상황을 더욱 나빠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집은 티브이가 없다. 대신 주말에 빔프로젝트로 함께 영화를 본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과자도 먹으며 느긋하게 영화를 보는 시간이 추억이 되고 행복이 된다. 5년 전 큰 티브이를 집에서 학원 교실로 옮겨 컴퓨터와 연결해 아이들 수업용으로 쓰길 잘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의 평일 저녁은 한가하다. 오직 할 수 있는 건 책 보는 일과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한 번씩 놀라는 게 어릴 적 아이의 식사하는 모습이나 재롱떠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데 그 뒷 배경에 티브이가 켜져 있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그 당시는 백그라운 티브이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빠져나온 지금은 인식이 된다.
저자는 주의력을 향상하기 위한 3R을 추천한다. 운동(Running), 사색과 독서(Reading) 스크린 타임 다시 생각하기(Rethinking screen time)이다. 운동은 달리기 뿐만 아니라 걷기도 해당이 된다. 사색은 진지한 독서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 생각 깊은 대화를 나누는 활동을 이야기한다. 스크린 타임 다시 생각하기는 디지털 미디어 시청에 자발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녀와 집에만 있기보다 바깥 활동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지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자녀들과 함께 경험하라.'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어느 순간 도심의 회색 콘크리트 속에서 순수한 감정 또한 화석화될 것 같아 두렵다. 아인슈타인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연을 깊이 들여다 보라. 그러면 세상의 모든 것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가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지는 노을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길지는 않아도 짧게라도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주말을 만들어야겠다.
'진화론,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개인용 컴퓨터 등 인류의 위대한 사상과 예술, 발명품은 모두 교요하게 사색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고 여히 들여다 보고 거기서 보물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절대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을 볼 시간 또한 필요하다. 실제 우리는 해야 할 일에 비해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시간이 풍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잘 없다고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에게 가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바로 매기기 위해서는 깊이 사색하는 고요한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도움이 된다. 지난 12월 일주일 방학 동안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일주일의 시간을 한 달 시간의 길이로 늘리기 위해 순간순간을 느끼는 생활을 해 보았다. 생각보다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매년 여름과 겨울 한 주일씩 방학이 있는데 이번처럼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또한 도움이 된다. 아이가 10대인 경우 전달 모드보다는 메시지 수용 모드의 대화법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부모가 3마디만 해도 잔소리로 느낀다니 간단명료한 전달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메시지 수용 모드란 자기가 말을 하기 전에 조금 전 상대방이 했던 말을 자신의 말로 상대방에게 다시 들려준 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즉 적극적인 경청법이 되는 것이다. 아들과 대화로 시작했다가 자꾸 훈육의 성질로 변해버리는 대화법의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자녀와 함께 디지털 규칙을 함께 만들 때 이 대화법을 써보면 좋을 듯하다. 자신이 정한 규칙은 지킬 확률이 더 많아 지기 때문이다.
'일을 먼저 한 다음 즐기라.'는 오랜 격언의 지혜를 아이 연령에 적합한 방식으로 깨닫게 해주는 부모의 현명한 대화법이 필요한 시대이다. '안돼'라고 말하지 말고 '그래.... 하지만.... 한 뒤에...'라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 하지만 안돼'라는 화법이 아니라 '그래 알겠어. 그리고....'라는 화법도 생활화해야겠다. 긴 설득의 말보다 의외로 부모가 말을 적게 할수록 자녀에게 가르침을 전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진정한 학습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가르침을 전할 기회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늘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 또한 좋은 조언이다. 그리고 아이가 가진 독특함을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는 자세 또한 필요한 것 같다. '넌 뭘 좋아하니?'라고 묻기보다는 '우리 영진이는 무얼 할 때 가장 신이 나니?'라고 물어야 한다고 한다.
내 아이가 '네~~ 한 이후에 할게요'라고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는 모습은 부모의 인내와 존중속에서 피어날 것이다. '청소년은 어떤 일에 따르는 위험과 보상을 비교하는 방식이 어른과 다르다. 위험과 보상을 비교할 때 청소년의 뇌는 어른의 뇌보다 위험이 아닌 보상에 더 비중을 둔다. 청소년의 뇌의 화학 물질인 도파민이 쉽게 분비되어 뇌의 보상 회로가 강하게 작동한다. 보상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를지 모르는 위험한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또 감성적으로 쉽게 흥분하는 청소년 기는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가 뇌의 주도권을 장악해 용감 무상한 영웅적 행동을 하는 동시에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아이를 '젊은 외계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 듯하다.
부모는 아이를 향해 내면의 지지자 목소리와 내면의 코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잘못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잘하고 있는 일에 초점을 두는 지지자의 역할과 현재에 하고 있는 일을 꾸준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대비를 안내하는 코치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지지자와 코치가 바로 부모인 것이다.
십 대와 대화법 중 '자기 평가' 법 보다는 '담담한 서술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로, 티브 대신에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책을 읽어 대견하다'는 말보다 '요즘 책을 늦게 까지 읽더구나. 무슨 내용이니?'라고 묻는 게 낫다고 한다.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은 자녀에게 보상을 준다. 읽고 있는 책에 부모가 관심을 보이면 자녀는 독서와 관련한 자신의 선택을 부모가 인정해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아이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은 오늘 자기 절제력을 키우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일관된 생각과 실천 방법은 도움이 된다. 배우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원하면 그건 욕심이다. 부모는 자녀의 지지자요 삶의 코치임을 명심하고 저자의 추천 방법으로 대화하는 법을 실천해 봐야겠다. 몸도 마음도 커 가는 아이를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자식 농사가 인생 농사 중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해해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