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컬러의 힘] - 캐런 할러

by 조윤효

세상을 보는 창은 개인마다 다르다. 그 열린 창을 통해 자신의 시선을 모으고 그와 관련된 일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면 알게 되는 것, 보게 되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같은 공간, 같은 시대를 살아도 개인에 따라 다른 삶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저자 캘런 할러의 관심은 세상의 색들이다.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라고 표현한다.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빌려온 책들 중 먼저 내 손길을 이끈 것 같다. 색과 감정, 색과 심리, 색과 성격, 나아가 색과 삶의 역학관계에 대한 그녀만의 20년 연구가 읽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막연한 내용이었던 것들이 브릴리언트 화이트(Brilliant White) 색처럼 경계선을 정확히 알려주고 생각의 구체성을 도와준다. 책에서 그녀가 소개한 브릴리언트 화이트는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는 유일한 색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색이라고 한다. 공간의 경계선을 정확히 알려 주어 디자인에 훼손을 주지 않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많이 쓰는 색이라고 한다.


책을 보면서 주의를 관찰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색들이 나의 시선과 생각을 끌어낸다. 부엌 창가에 자리 잡은 노란 프리지어가 왜 자꾸 미소를 짓게 하는지 알았다. 노란색의 상징이 행복감이란다. 그래서 우리 집 옆에 있는 맥도널드 간판에는 행복감을 준다는 상징적 의미의 노란 M글자가 들어 있다. 그녀의 말처럼 색을 잘 고르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색의 조합이 올라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그녀가 왜 색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녀가 처음 일하던 곳이 IT 관련 업무여서 전문성을 돋보이고자 까만색의 옷만 즐겨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그녀를 동료들은 차갑고 거리감이 드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색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좋아하는 색을 알게 되었고 자신과 맞는 색을 일상으로 불러들여 적절하게 색을 통해 삶의 빛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책 뒷장에 그녀의 사진이 있다. 금발의 긴 생머리에 약간은 내성적으로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안에 환한 미소가 느껴진다. 색이 주는 힘을 알고 삶에 적절하게 사용할 때 삶 속 무지개를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서두 글귀가 좋다. '세상을 여러분의 팔레트로 삼아라!'

'엄마와 아빠, 저에게 용기와 호기심, 모험심과 과감성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저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를 주셔서 고마워요.'라는 글귀를 보며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삶을 보는 섬세함과 70곳의 다양한 나라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호기심은 부모의 따뜻한 지지와 응원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그리고 20년간 꾸준하게 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인내력 또한 그녀 삶의 색이 건강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말한다. '색채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지대한 여향을 미치고 색채를 잘 활용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색채 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색채 심리학은 색채의 언어를 알려주고 색채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 주는 과학적 학문이라고 한다. 색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독서의 맛을 더해 준다. 뉴턴하면 중력의 법칙에 대한 이론만 떠 올렸었는데, 색채 7가지를 구분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가 마음 편하게 색을 명하고 쓰고 있는 것이다. '모든 색체는 특정한 파장과 주파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들은 사실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빛의 서로 다른 파장들이다.' 만약, 색들이 소리가 있다면 그 다양한 음색으로 세상은 요란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들은 태양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날아온 빛의 파장이다. 색의 정체는 빛이다. 모든 색의 빛을 한꺼번에 보면 하얀빛으로 보인다고 한다. 하얀빛은 무지개의 모든 색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저자의 표현 중 '우리가 보는 색은 거절당한 색이다.'라는 말이 웃음 짓게 한다. 빛이 물체에 닿게 되면 파장을 가진 빛만 흡수하고 나머지 빛은 반사되어 그 물체의 색을 결정한다. 즉, 흰색 물체가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그 물체가 모든 색을 반사하기 때문이고, 사과가 빨갛게 보이는 이유는 빨간색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하기 때문이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어떤 빛도 반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흰색은 모든 색을 포용하는 대자연 같은 품이라면 검은색은 어느 누구도 받아 들이 못하는 고집불통의 외골수 같은 사람이 연상된다. 색의 논리로 사람이 품어내는 빛이 있다면 재미있을 듯하다. '이 사람은 다른 건 다 허용하고 품는데 이런 부분은 싫어하는구나'라고 단번에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색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빛이 우리 눈의 간상 체나 추상체를 통하게 되면 화학물질이 방출된다. 이 전달 물질이 뇌로 전해지고 최후에는 시상하부에 도달하여 뇌하수체와 함께 신진대사, 식욕, 체온, 수분 조절, 수면, 자율신경계와 성기능 재생산까지 해내는 것이다. 색에 대한 이해가 왜 그녀의 관심을 끌었는지 알 것 같다. 알아가는 즐거움이 삶의 활기가 된다.


수만 가지의 색들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보고 있을까? 색각이 완전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남들이 보는 온갖 색을 다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영영 모를 수 도 있다고 한다. 과연 나는 모든 색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까? 고등학교 때 지리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는 빨간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사춘기 시절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한 색이 빠진 세상을 보는 느낌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몇 년 전에 우연 히본 영상이 기억난다. 색맹인 아들을 위해 부모가 색을 볼 수 있는 안경을 선물한다. 그 안경을 쓴 아이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감탄의 소리를 내었고 곧이어 눈물을 흘렸다. 흑백의 삶에서 색의 세계로 들어온 아이의 감탄과 눈물은 감동적이었다. 색은 우리에게 감동하는 법, 감정을 조율하는 법 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나라마다 색채 묘사가 다르다고 한다. 남아프리카 쇼나 부족은 색을 주황과 빨강, 노랑과 초록, 파랑과 초록 등으로 3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필리핀 하누누부족은 검은색, 흰색, 빨간색, 녹색의 4 가지 색만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웃나라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된다. 색이름은 인간 시각의 생물학적 원리에 부합하는 순서로 생겨 났다고 한다. 파장이 긴 색에서 파장이 짧은 순서로 그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의 이름이 먼저 생겼고, 파장이 짧은 파란색 이름이 나중에 생겼다고 한다. 영어에서는 핑크가 가장 최근에 생긴 단어라고 한다. 원래 핑크는 '구멍이 뚫린 패턴으로 장식하다'라는 뜻이 그 어원이다. 그래서 지그재그로 잘라지도록 만든 가위를 핑킹가위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는 초록색의 신호등을 파란불이라고 종종 부른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크레파스가 서양에서 수입되기 전까지 일본은 파랑과 초록색을 나누지 않고 한 색으로 불렀다. 즉 파란색의 의미 속에 초록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를 거친 우리나라도 초록의 신호등을 파란 신호등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색이름이 많으면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색도 풍부해진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기본색 11가지 이외에도 터키옥색과 라일락색 2가지를 더 추가해야 색의 이름들이 더 정확해진다고 하나 대중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기본색이 되려면 이름이 짧아야 하는데 2가지 색 모두 어렵고 단어가 길어 인간은 언어 사용에 게으른 존재라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긴 단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터키옥색은 turquoise 철자이고, 라일락색은 lilac이다. 후자는 어렵지도 않고 철자가 길지도 않는데 상용화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을 듯하다.


색은 문화를 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 문화적 성향은 자연적으로 아이들에게도 전달된다. 그래서 가끔 외국인 선생님이 자신들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쓴 것에 대해 항의를 하는 아이들과 당황해하는 선생님의 상황극이 연출된다. 색은 각 나라 사람들의 입는 옷과 먹는 음식,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과 특별한 행사에 개인적 또는 사회 전반적으로 반영된다. 서구에서 흰색은 순수의 상징으로 결혼하는 새신부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는 원인이지만 중국이나 한국 같은 동양 쪽에서는 장례식에서 입는 옷이다. 그래서 전통 장례식 장면은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상여 뒤로 흰색옷을 입은 직계 가족이 따른다.


검은색은 서양에서 사별과 애도의 뜻으로 장례식에 입는 옷 색깔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에게 충실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신부가 입는 옷 색깔이란다. 이렇게 일상의 색은 사람의 심리에 강력하게 작용하여 생각과 행동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색의 영향력은 만국 공통이다. '우리가 색에 어떤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든 간에 색이 우리의 내면세계에 들어오면 색의 작용은 보편적이 된다.'

핑크의 긍정적인 의미는 양육과 돌봄 그리고 따뜻함이다. 하지만 부정적 의미는 연약함과 부족함이라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원정팀 탈의실을 모두 핑크로 칠했다고 한다. 색의 힘을 이용해 승리하고픈 욕심이 색으로 나온 것이다. 반면, 수감자들에게 15분 정도만 핑크에 노출되어도 공격성이 감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옥의 색을 핑크빛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닐까? 저자는 색이 가지고 있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재미있게 소개해 준다. 책 사이사이 소개되는 색깔들이 책의 주인공이 되어 생기를 더한다. 보라색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다. 보락색을 자연에서 어렵게 구하던 시절에는 오직 귀족만이 입을 수 있는 색이었다고 한다. 명화의 그림 속에서 가끔 보이는 왕들의 보락색은 권위와 지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을 것 같다.


라이트 이론의 주된 개념인 토널 배색 조화는 생활의 색 조화를 응용할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색깔들끼리 잘 조화가 이루어지는 그룹을 사계절로 나누어 소개한다. 장난스러움을 보여주는 봄의 색들, 고요함을 상징하는 여름의 색들, 대지와 안정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가을의 색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겨울의 색들을 사용한 집안의 인테리어 사진이 멋스럽다. 색들을 활용한 성격 테스트도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색이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어지고 있는지,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돕는다. 옷장 가득한 옷들 중 어떤 색이 나를 감싸고 있는지, 집안의 색은 어떤 빛깔인지, 사무실의 색은 어떠한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떤 색이 나의 얼굴에 잘 맞는지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던져주며 색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책을 읽으면서 헬렌 켈러의 말이 떠올랐다. 눈을 가진 우리가 제대로 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단 3일만 볼 수 있다면'으로 시작되는 그녀의 소망을 우리는 너무 쉽게 그 가치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아무리 좋은 상황에서도 익숙해지면 그 가치를 잊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경이로움을 날마나 인식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 색의 힘을 빌려 보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기분이 우울할 땐 노란색을 일상으로 데려오고, 뭔가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을 때는 빨간색을, 왠지 중요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을 때는 보랏빛을,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싶을 땐 파란색을. 이렇게 삶의 생동감을 색을 통해 연출할 수 있다면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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