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뚱이네 가족, 배움의 공동체 홈스쿨링 이야기라는 긴 제목이다.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책을 찾다 보니 저자 아이들의 별명이 주는 독특함에 끌려 책을 선택했다. 오돌이와 뚱 몽이 이야기다. 야무지고 똘똘하다는 뜻의 17살 된 딸아이와 오성과 한음 이야기에서 한음이 타고 다니던 말 뚱 몰이 15살 아들 이야기다. 10년 전 이야기라 이미 오돌이와 뚱몰이는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성인으로 자라 있을 것 같다.
학교 밖의 배움을 선택하기란 생각보다 부모의 용기와 확신이 필요하다. 이제 막 시작된 홈스쿨링이라는 여행에서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해 가야 하는지 마음의 정비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홈스쿨링 방법보다 마음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모의 갈등과 기우 그리고 염려들에 대한 정신적 갈등 극복법을 알려 주는 책 같다. 이런 마음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이런 갈등을 겪을 수 있겠구나.... 하는 미리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인 전쟁을 예견해보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가면 된다.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서든 배운다.'라는 저자 가족의 모토가 내 삶의 모토와 닮아 있다. 배움을 통해 삶의 시각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배움을 통해 '날마다 성장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독서를 통해 간절함이 더해진다. 아들과 홈스쿨링 계획을 짜면서 마음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아들이 주도하는 배움이 되게 하라.' 이는 저자와의 생각과도 연결된다. '홈스쿨링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아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선택이요, 부모들에게는 끝없는 기다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홈스쿨링을 결정했을 때 두렵고 떨렸지만 두 가지의 희망 때문에 선택이 쉬웠다고 한다. 첫째, 지금 여기서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다. 둘째, 아이들은 누구나 믿는 만큼 자란다. 삶의 모든 영역은 그 만한 가치가 있다. 순간순간이 모여 생을 이루는데 그 생의 조각을 희생시켜 다음의 조각을 만든다는 생각은 전체 삶의 균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한번 희생된 조각은 끊임없이 다음 조각의 희생을 요구한다. 결국, 자신에게 단 한번뿐인 삶의 기다란 기찻길에서 놓친 풍경과 그 속에 살아낸 자신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마지막 종점에서 신을 향해 원망할 수 없다. 삶은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그 과정이 즐거우려면 남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라 내길을 가야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고 그 고유성이 있기에 모든 이의 삶은 아름답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자 아들은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른다. 시종일관 재잘거리며 아침부터 멋지게 피아노 한곡을 선물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내 마음을 관찰했다. 저자의 책에서 느껴지는 부모의 기우가 내 안에도 있기 때문이리라. 한비야 씨의 책에서 인생을 하루에 비교한 표현은 용기를 준다. 만약, 우리가 하루밖에 살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남의 시선이나 남의 삶을 탐낼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끼고 타인이 아니라 내 안의 나를 더 볼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에 더 큰 의미를 둘 것이다. 인생을 하루라고 생각해 보자. 그 하루를 남과 같이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인생을 하루로 생각하는 마음이 내 맘속 짙은 안개를 사라지게 한다. 이렇게 삶은 단 한 줄의 글로도 위안받을 수 있고, 그 단 한줄의 글로도 용기를 얻는 것이다.
'대안의 교육을 선택했다는 것이 대안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과 같다. 삶의 철학, 목표, 자세, 방법... 이런 것들을 바꾸지 않는다면 교육의 형태를 바꾼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저자의 말은 깊은 교훈을 준다. 교육의 형태를 선택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철학과 목표, 자세 그리고 방법이다. 아들은 첫날 외관이 멋들어진 계획표를 만들어 왔다. 학습이라는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 같은 계획표를 만들라고 했다. 아들의 엉성한 그물을 보니 그 보다 더 촘촘한 그물을 짜낼 수 있는 내 입장에서는 '허걱'이라는 소리가 먼저 나온다.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저자의 아이들도 검정고시를 위해 일과표를 만들고 시행 하루 만에 폐기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홈스쿨링을 하면서 공부하는 시간은 절반도 안되지만 속도는 훨씬 빠르고 공부의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우리 가족의 결심에 응원의 메시지를 받는 느낌이다.
고등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그 시험장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저자의 입담이 재미있는 책이다. 글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그녀의 필 채는 그 어떤 절망과 고통도 그냥 하나의 재미있는 일화로 승화시켜 버리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 한국에서 홈스쿨링으로 고등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학교 다녔던 경험 그리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홈스쿨링을 하는 경험들은 생의 저 밑바닥에서 꺼내보고 싶은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자신에게 더 맞는 것, 어울리는 것,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교육이든, 신념이든, 생활양식이든 말입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그 과정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북미 5주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즐겁다. 이제야 후회가 된다. 가족이라는 액자에 한 명의 아이 그림보다는 2명의 아이들 혹은 3명의 아이들의 그림이 더 풍요롭다는 것을. 만약, 우리 가족의 그림이 3명이 아니라 4명, 5명 이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시골집 가족사진에는 20명이 액자 속에 촘촘하게 나란히 거실을 향해 노래하고 있다. 우리 모두 부모님 덕분에 세상에 잘 나와 이렇게 오손도손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한번 내뱉은 말은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나 봅니다. 언젠가는 메아리처럼 다시 돌아와서 가슴에 박히니 말입니다.'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생각의 끊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아이와 집에서 마주하는 시간이 많고 느슨해질 수 있는 생활 시스템과 성격이 급한 나와 느긋한 아이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으로 어른인 내가 나도 모르게 아이를 향해 쏟아낼 수 있는 언어의 공격성을 경계해야 한다. 쏟아낸 언어가 메아리처럼 돌고 돌 수 있다. 집안에서 아이를 향해 쏟아내는 언어의 거름망이 필요하다. 아이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의 마음 자세부터 인 것 같다.
'내 남편을 또는 내 아이를 타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타인의 취향을 내 마음대로 속단하지 않는 현명함, 그리고 그들의 취향을 내 것만큼이나 존중할 줄 아는 겸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것입니다.' 그녀의 조언을 명심해 본다.
가족생활의 아기 자기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부부의 사소한 말다툼, 아이들과 함께 보는 드라마 이야기, 저자의 오빠 가족과 함께 토론 활동을 해보는 이야기 그리고 가족이 함께 읽는 책 이야기는 우리 삶의 행복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홈스쿨링을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회성이 좋고 나쁜 것을 결정하는 것의 칼자루는 학교나 또래 친구가 아니라 부모라고 한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부모는 어떤 의미에서 아이의 최초의 친구이며, 최초의 친구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고 그 관계에서 즐거움과 친밀감을 경험했던 아이들은 가족을 떠나 사회에 나가서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되 함께 성장하는 삶을 지향하고 싶다.
'배움이란 본디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온전하게 자기 것이 될 테니까요. 부모에게 필요한 건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입니다.' 천천히 함께 가기를 선택한 저자는 이야기한다. 천천히 가기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요 제 속도대로 사는 삶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홈스쿨링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부모가 함께 공부하는 일상이다. 그녀의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철학, 과학,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고 한다. 분야를 정하고 시간을 정해 그날 읽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면서 가족 관계는 더욱 단단해진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꾸준히 할 때 가족 독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양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말에 함께 읽는 가족 독서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가족 간의 '사랑의 표현 적극적으로 하기'와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되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정 공유법'도 실천해야겠다. 가족 이외의 멘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사춘기가 되면 슬슬 독립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가족 밀착형은 어떤 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청주에서 서울로 이사하면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두 번씩 다른 공동체에서의 배움의 끈을 연결해 준 저자의 이야기는 실천의 길을 보여준다.. 청소년을 위한 강의와 캠프를 소개해주는 하자 센터(WWW. haja. net), 다른 나라에 가서 단, 장기간 자원봉사를 연계하는 국제 워크 캠프(www.1. or.kr), 철학, 인문학, 문학 등의 교재 개발과 수업을 제공하는 나다 교육 공동체(Nada.Jinbo.net)에 대한 정보는 소중하다. 배움의 공간은 하고자 만 한다면 삶의 전 영역에 뿌려져 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배움터이다. 주위의 모든 것들을 배움의 소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철학자가 되려는 우리에게, 필요한 오직 한 가지는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다.' 또 하나의 한 줄 글을 만났다. 살아 있는 것 자체를 기적으로 받아들이고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경외감을 품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한 삶의 궤도에 첫 발을 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