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트리비움 일상 수업]- 장 대은

by 조윤효

배움의 형태는 무한하다. 배움의 시기란 살아 있는 전 생애이다. 일생을 배우고 살아야 한다면 어떤 형태가 가장 도움이 될까? 배움을 거창한 포장지에 쌓아 의식을 치르듯이 행한다면 오래갈 수 없다. 유대인에 대한 삶의 철학과 배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책들에서 예로 사용되어 왔다. 이 책을 통해 그 조각조각 들어왔던 정보가 하나의 조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유대인은 특정 민족이라기보다는 유대교의 종교와 철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칭하는 게 맞을 듯하다. 1900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던 그들이 이슬람 국가에 둘러 쌓인 모래땅 같은 작은 땅에 드디어 자신들의 국가라는 터를 마련했다. 세계 70국에서 모인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유대인들이 1948년 결국 나라를 세운다. 국가라고 하지만, 물이 부족하고 사막 같은 땅이 많아 농작물을 재배가 어려웠고 뿐만 아니라 덩치 큰 이슬람 적대 국가들을 이웃에 둔 그들의 건국 초기는 바람 앞의 양초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세계적으로 제법 영향력 있는 그들만의 위치를 만들어 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기적을 만들어 내게 했을까? 책은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문화 다브카, 후츠파, 티쿤 올람, 바르 미츠바, 토라, 탈무드, 쩨다카 정신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의 관심을 강하게 끈다.


유대인의 정신문화 유산이라 불릴만한 7가지에 핵심 이야기로 시작된 책은 유대인처럼 삶을 디자인하는 법을 안내한다. 그리고 유대인 교육의 비밀인 트리비움에 대한 구체적 예와 저자가 사용해온 실천적 방법 소개도 유익하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에필로그도 강하다. 유대인 학살의 공범자 아렌 하이트를 통해 '악의 평범성'의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어 왔다. 이와 비슷하게 사회제도가 만들어낸 교육 시스템은 '무지의 평범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한번 인간 전생을 지배하는 교육의 의미와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두 가지 비유가 탁월하다. '악의 평범성'과 '무지의 평범성'은 묘하게 닮은 형태를 하고 있다. '무지의 평범성' 시대를 사회가 제도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면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없는 '악의 평범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의 평범성'을 만들어 낸 유대인들의 교육 방식을 밴치 마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대인들은 평생을 토란과 탈무드를 공부해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 신의 말씀인 경전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운다. 3살부터 읽기 시작하고 유대인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있다. 글을 통해 배움이 있는 민족이 수천 년 전에 문자를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얼마나 강한 무기였을지 쉽게 연상이 된다. 배움의 목적이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일생을 신의 말씀을 읽고 실천해야 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이 다른 결과를 만든다. 'All for one, one for all(모두가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모두를 위해)'이라는 정신 즉 민족을 위해 한 인간이 한 인간에게 최선을 다하는 문화는 유대인 사회의 독특하지만 숭고한 정신이다. '민족의 발전은 한두 사람이 뛰어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교육을 통한 개인의 발전을 넘어 문화와 가치 유산을 후대에 성공적으로 정승 할 때라야 민족의 발전이 가능하다.'라는 말이 유대인들의 교육 목적을 가장 잘 설명하는 글귀 같다.

종교를 통한 정신적 가치의 계승과 일상 속에 전달되는 작은 실천들을 습관화하게 한 현명함이 보인다. 글자 모양의 쿠키 위에 꿀을 발라 주면서 시작되는 문자 교육은 '배움이 꿀처럼 달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유대인의 전통이다. 아침과 저녁 기도를 위해 씻을 물을 침대 옆 대야에 떠놓게 한다. 하루의 시작을 기도로 시작하고 하루의 마무리를 기도로 끝내는 일상은 삶의 시작과 끝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유대인의 문화인 아이들에게 잠들기 전에 들려주는 배드타임 스토리 또한 생활 속 배움의 시작이 된다.


유대인의 다브카 정신이란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패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고난의 길을 유독 많이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들판의 잡초처럼 다시 태어나 삶의 들판에 존재감을 드러내 오고 있다. 타민족에게는 잡초였으나 그들 민족은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세계라는 들판을 꼭 부여잡고 그 안에 꽃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바닷물을 끊여 들여 식수로 사용하는 기술을 만들어낸 힘이 바로 다브카 정신이다. 덕분에 해수를 담수화하는 원천 기술 대부분이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다.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는 무의미하다. 인생의 변화를 꿈꾸는가? 자신의 희망을 확인하라'라는 저자의 말을 통해 유대인이 만들어 낸 기적의 상당수가 희망이라는 신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츠파 정신은 놀라운 용기가 된 뻔뻔함 같은 것이다. 집이나 학교 그리고 군대에서도 자신의 강한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배우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정부의 후츠파 정신을 실천하는 요즈마 펀드 이야기는 왜 이스라엘이 특허로 매년 엄청난 수입을 전 세계로부터 벌어들이는지 알게 해 준다. 국가가 창업자에게 60%를 지원해주고 실패를 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다. 성공을 하면 정부는 초기 투자금만 회수를 하는 시스템이니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의 도전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곳에 비전이 있다는 티쿤 올람 정신은 삶의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역경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에 문제를 만날 수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개인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 문제가 눈앞에 있다면 그 옆에 조용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비전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깨달음이란 앎과 삶의 균형이다.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차이를 보고 깊이 생각해 삶에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라는 저자의 의견 게 공감이 간다. 신이 인간을 파트너 삼아 세상을 온전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신념을 가진 유대인들은 '세상을 좋은 곳으로 바꾼다'는 신의 소명을 따르는 삶으로 역사를 만들어 냈다. 꿈의 크기가 클수록 고난의 크기도 클 수 있다. 고난이 두려워 꿈을 포기하지 말고 고난을 직면하여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생각이 깊어진다. 선물 받은 화분에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작은 팻말을 보며, 부모인 내가 아들에게 꽃길만 걷길 바래야 하나 아니면 원대한 꿈으로 세상의 파도에 뛰어들어 고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삶을 살기를 기도해야 하나라는 생각의 갈등이 일어난다.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교육도 중요하고 좋은 업으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삶을 행복하게 자신답게 살아가도록 기도하는 게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기도일 것이다.


유대인의 성년식은 남자 14살, 여자 13살에 다른 민족에 비해 이른 시기에 시작된다. 바르 미츠바 정신이란 율법의 사람, 말씀의 사람이 되었다는 선포로 성년식이 이루어진다. 결혼 한 남자는 1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토란을 연구하는 기간을 가지고 가장으로서 사회에 나가기 전에 정신적인 준비를 먼저 하는 것 또한 독특하다. 준비가 안된 상태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은 예고된 많은 역경과 시련들을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배워 가야 함을 말한다. 마음의 준비는 우산과 같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할 시간을 줄 것이며 이로 인해 좀 더 현명한 판단과 결단으로 삶의 무게의 짐을 들고 나아갈 힘이 될 것이다.


히브리어로 율법을 뜻하는 토라는 유대인의 경전이다. 유대인이란 종교의 가르침과 전통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365개(1년의 날수를 의미) 율법을 정해 삶의 계명으로 순종하고 248(인간의 뼈와 장기수) 개 율법은 유대인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삶의 율법을 담은 토란이 생활 전반을 재단해주는 것 같다. 이 613개의 종교적 율법을 따르는 것이 바로 토란 정신이다. 삶에서 소중한 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행적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종교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삶의 계명을 주는 건 아닐까? 토란이라는 경전을 읽어봐야겠다. 인터넷 서점 내 장바구니에 '토란'이라는 책이 한 권 더 들어갔다.

신과 인간의 사이를 좁혀주는 개 탈무드 정신이다. 토라가 유대교의 메인 교과서라면 탈무드는 그 경전의 말씀에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진액만을 뽑아 정리한 종합 해설서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토라를 믿고 따르는 유대인의 삶의 자세와 정신이 의문, 질문, 토론을 거쳐 역사의 흐름 속에 더해지고 덜해지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 같다. 하나의 중심 생각에 시대에 따라 그것을 바라보는 선인들의 발자취를 함께 공부하는 것은 단지 지식을 수용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와 인격의 변화를 목표로 삶고, 다양성의 존중감 까지 갖게 도와준다고 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나누며'라는 쩨다카 정신 즉 자선에 대한 그들만의 실천 문화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정서 같다. 자신의 소득 중 3분의 1일 기부하는 문화는 자선을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라고 여긴다. 인간의 제1 천성인 탐욕을 제2의 천성인 자선을 통해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유대인의 인생 여정이라고 한다. 자녀들의 자선을 일상화하기 위해 집이나 학교에 자선을 위한 저금통을 두고 매일 기부할 돈을 조금이라도 넣게 하는 행위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의 주인이 되어 가치의 주인이 돼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공부란 현재와 미래의 틈을 채우는 노력이다'라는 말은 사진을 찍어 아들 밴드에 올려 주었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될 수 없지만, 많은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글들을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답을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Best one이 아니라 Only one을 추구하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또한 과목을 배우기 전에 내용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집중하는 법, 생각하는 법 논쟁하고 자신의 결론을 찾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도 중요한 사항이다. 고대 그리스 공부법인 문법, 논리학, 수사학을 통한 공부법 즉 트리 비우을 기본 공부 도구로 활용한 유대인의 공부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일상에 생활이 되도록 안착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법(Grammar)은 지식의 수용 방법과 배우는 방법의 훈련을 의미한다. 잘 보고 잘 들으며 잘 배우기 위한 기초 능력을 향상하는 단계 즉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어휘를 갖춰야 하고 독서를 통해 배움의 길을 내는 과정이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먼저 키운다면 좋은 책을 통해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이 자라고 바른 길로 삶을 변화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리학(Logic) 학은 하나를 듣고 열을 아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정보와 지식이 연결된다고 그것 자체가 창의는 되지 않는다. 논리가 부여될 때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즉, 문법을 통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수용이 자신의 안에서 질서를 잡아 수용과 이해의 과정이 지속되어야 하며 그 위에 논리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훈련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수사학(Rhetoric)은 재구성된 지혜 즉 창의의 표현력을 길러준다. 수사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설득력 있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유대인 9명 중 1명이 책을 쓴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사학은 인간의 정점에서 우리의 사고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설득력 있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 기술이 바로 수사학이다.


결국, 책을 읽고 어휘를 늘려 주고 다양한 지식의 체계를 논리적으로 자기 것 화 해서 글과 말로 표현하게 하는 교육법이 일상 속에 녹아들어 가게 하는 것이 답이다. 고대 그리스 공부법을 자기 것 화 시켜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종교라는 힘을 빌려 습관화시킨 지혜가 그들을 2000년 이상 나라 없이도 세계 역사의 획을 그은 인물들을 배출 하도록 도운 것이다. 이 책 덕분에 괜찮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 간다. 읽고 쓰는 일상이 습관이 돼야 진정한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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