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삶을 이끄는 유혹이다. 일상에서 하지 않던 행동을 이끌어 내주기 때문이다. 책이 끌어내는 유혹은 즐겁다. 니체를 나의 일상에 넣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이끈 책이다. 니체의 짧은 글(아포리즘)을 한주 동안 시간을 갖고 외우기 시합을 하자고 가족회의 때 건의했다. 흔쾌히 수용해주는 두 남자의 긍정성이 고맙다.
니체의 사상을 공부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저자의 사유의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공부는 공허하다. 저자의 글을 읽어 가면서 공부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성공을 위해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삶을 보다 깊이 있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공부의 참맛을 보여주는 듯하다.
'니체 읽기'에서 시작해서 '니체의 글을 이용해 쓰기' 그리고 '니체 공부 후 스스로 삶을 쓰는' 전개법으로 책은 흐른다. 니체라는 철학자는 여전히 현대인의 삶에서 그 존재가 살아 있다. 저자가 말하나는 '니체가 읽힌다'라는 기분을 맛보고 싶다. 니체가 읽힌다는 말은 니체가 존재를 흔들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즉, 니체로 인하여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니체라는 한 사상가의 글을 읽고 쓰는 활동이 그동안 알고 있던 공부의 차원을 넘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수련의 과정이 되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대학 신입생 첫여름 방학 때 도전했던 책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눈으로 들어온 글자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엉키는 듯한 느낌으로 결국, 지친 눈꺼풀이 살포시 내려앉게 되어 완독을 하지 못했었다.
'자유는 나와 세상을 한 번쯤은 다 버릴 수 있는 용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진정 나는 자유로운가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공부란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고 나와 세상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 자기 자신을 첫 제물로 바치고 세상에 대한 혐오를 이겨낸 결과로 얻는 게 자유라고 한다. '자신을 제물로 바친다'는 말은 지금의 '자기'라는 것을 온전히 해체하려는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선택이라고 한다. 결국, 자유는 나에게도 세상에게도 정말로 무거운 부채이며 이 부채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자유롭다면 이 부채를 어떻게 갚을 것인지, 반대로 자유롭지 못하다면 나를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나온다.
니체와 관련된 책이 이번으로 네 번째다. 그의 독특한 코 수염이 익숙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담겨있었던 사상들은 아직도 명쾌하게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저자가 권유한 방식 중 하나인 암송으로 니체의 사상이 내 안에 자리 잡도록 해봐야겠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평생 질병을 친구 삼아온 일상, 사유를 위한 8시간의 산책, 26살 대학교수가 된 철학자. 그리고 10년 후 은퇴하고 철학하는 삶을 선택한 니체. 니체 사상의 흐름을 초기, 중기 그리고 후기에 발간한 책의 깊이만큼 따라가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의 성큼성큼 내 딛는 발걸음을 쫓아 뛰듯이 따라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성큼 내딛는 걸음을 잘 따라잡은 저자의 설명은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니체 생각의 그림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글 속에서 니체의 인용글을 보여 주고 그 인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나타나는데 여전히 니체의 글은 희미한 그림자 같다가 저자의 설명으로 그 윤곽이 드러나기가 반복된다.
'왜 각자의 공부와 일과 놀이가 삶의 자양분이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잠들어 있던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소리 같았다. '공부를 더해 갈수록, 일을 더해 갈수록, 놀이를 더해 가는 만큼 사람은 왜 자기 삶에 대한 힘을 키워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수십 년을 공부라는 틀에 나를 넣어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해 갈수록 삶에 대한 힘이 커지는 것을 느끼지 못한 공부를 했었다는 반성이 든다. '절대적 진리는 없다. 지식과 앎은 우리에게 성장과 변형력을 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다. 지식과 앎은 우리에게 치유력과 복제력을 키우는 힘으로 작용할 때 의미와 가치가 있다.'
우리 자신에 관해서 탐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모른다는 니체의 '도덕적 계보'의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나와 내 의견 또는 내 생각이라는 것들이 언제 어디서 생겨나 지금의 것이 되었는지 탐구하지 않고 주장만 해왔다는 저자의 조용한 목소리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내가 옳다고 믿고 행하고 있는 행동들이 과연 진정한 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을 품어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니체는 말한다. '존재하는 것에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쾌감이 없는 곳에 삶이 있을 수 없다.' 쾌감이란 자신의 힘에 대한 느낌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힘에의 의지'를 발현하는 삶을 위한 투쟁은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믿기 위해선 제대로 자신을 탐구하고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그때 믿음이 확고해진다. 결국, 우리는 삶의 명랑성을 앎과 삶의 근본 이치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내가 변화된 만큼 <차라투스트라>가 읽힐 것이고, 내가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쓴 만큼 니체의 철학은 내 삶을 만들어갈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읽어 낼 힘을 길러야 읽어 낼 수 있다. '삶이란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 가에 따라 모든 것이 다시 구성된다. 그것이 앎이고 또 삶이다. 이를 깨달을 때 우리의 삶은 변화하고, 그 변화는 생성이 되며, 그 생성은 각자의 삶을 늘 생생하게 하는 명랑성을 회복하게 해 준다.' 깊이 파고들수록 그 깊이 감이 느껴지는 글귀들로 책은 계속 종을 울린다. 읽지 않고 살아간 지난날들이 마치 눈먼 장님이 무턱대고 길을 따라 걸었다면 조금씩 깨우치듯이 읽어 가는 지금은 책이라는 좋은 안내견을 옆에 둔 것처럼 든든한 느낌이 든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우주 운행의 원리로 삼고, 스스로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높이로 올라 우리 자신과 우주가 하나 되는 체험을 해보라고 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며,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이 무한한 기쁨을 맛볼 것이라 한다. 그 경지에 올라 세계와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기에 이르고, '영원회귀'와 '힘에의 의지가'가 작동하여 생성하고 변화하는 이 순간의 일에 집중할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니체의 조각난 사상들을 퍼즐이 아닌 블록으로 쌓으라고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나에게는 니체 사상이 조각난 퍼즐이 하나의 그림으로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 읽는 책들 속에서 계속 인용되는 틱낫한 스님의 글은 더 이상 그의 책을 모르고 살면 안 될 것 같은 조급증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그의 저서 2권을 넣어 두었다. 만나야 할 인연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틱낫한 스님의 글귀가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도 이 세상에서의 여행을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 방법을 터득하면 우리 삶을 꼭 해야 할 숙제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즐기는 마음을 자신의 역할과 맡은 일을 해내면 됩니다.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정 수준의 성공이나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기쁜 마음으로......'
내가 누리는 부와 세상의 칭찬은 나의 몸에서 '섬세함'을 다 빼앗긴 대가라는 니체의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근면과 성실이라는 도덕으로 길러지는 동안 이 도덕을 믿고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주변의 자극에 감각이 무뎌지고 정신까지 완고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노력해 이룬 부와 명예가 있다면 그것들은 내 삶을 위해 지혜롭게 활용되어야 한다.' 삶을 바라보는 섬세함과 일상의 소소함에 감탄할 수 있는 소박함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공부의 목표를 위대한 비전과 접속하는 것, 천지자연의 이치와 교감하는 것으로 정할 때 니체가 말하는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치유할 수 있는 철학적 의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이란 늘 힘들고 지루하고 무거운 짐이다. 미래의 목적을 위해 현재를 희행 하고 유예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나 아무런 목적 없이 언제나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나 오늘의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삶에 자양분이 되는 간결한 습관으로 '오늘에 집중하는 힘', '순간에 집중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흘러가는 삶의 물결 속에서 '오늘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일상' 만이 삶에 활기를 준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구언자가 되는 것이 '신의 사랑'이라고 한다. '절대적인 신이 없기에 나의 삶은 내가 사유하고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나도 남도 함부로 구체적으로 드러내어 평가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라. 대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기묘함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이해하려 하라.' 생각할 거리들을 니체의 책 속에서 만나고 저자가 자신의 삶을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오로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정을 보여 주는 책이다.
'삶의 활기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힘으로 한 걸음 걸어갈 때 만나게 된다.'라는 글을 통해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