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쓴 책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운동화에 검은 셔츠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다소 깐깐해 보이는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책 표지는 읽으면서 자꾸 그의 얼굴을 보게 만들었다. 자신만의 삶의 철학이 뚜렷하다. 한 길을 꾸준하게 걸어가는 당당한 의연함이 좋다. 축구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며, 책을 길잡이로 사색을 즐기는 그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아들인 손흥민 선수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그도 세계적인 축구 선수이지만 훗날 아버지가 될 사람이다. 그의 책은 백 마디 말보가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정도가 되는 가치관과 아버지로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책은 대를 이어 전달되는 족보가 될 것이다.
'아이를 낳았다고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 노릇을 해야 아버지다. 아버지란 개똥밭에서 구르든 불구덩이에 뛰어들든 자기 자식을 위해 끝없이 책임을 지고 사랑을 쏟아야 한다.'라는 큰 사랑의 방식을 배웠다. 책 서문에 그는 이야기한다. 저자를 성장시킨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세계적인 선수를 길러내고 그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이들 부자의 축구와 삶 이야기는 어떤 소설책 보다 재미가 있다. 축구를 가르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선수로, 한 인간으로 길러내려는 그의 노력과 삶의 경험들이 책들과 만나 탄탄한 삶의 기둥을 만들어 냈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라는 마음으로 겸손과 초심을 지키는 그의 생활태도는 손흥민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을 것 같다.
그는 이야기한다. 삶은 담박할수록 좋다고.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로 단순하고 심플하게 살아가는 삶의 신조가 성공이라는 수레바퀴의 가속에도 불구하고 균형감을 잃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아들 흥민이가 받아온 상장도 한 번의 칭찬으로 마무리 짓고, 바로 재활용(?)으로 돌려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도 이해했으리라. 상의 핵심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고 한다. 참으로 중요한 삶의 교훈이다. 그의 집의 풍경도 그와 닮았다.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다. 선택할 것이 많다는 것은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유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오히려 소유당하는 삶을 경계해야 한다. 그는 삶의 기본을 청소와 운동이라고 한다. '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이고 규칙적인 일은 어려운 시기를 버틸 힘을 준다.'라는 말처럼 지금 어렵다면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작은 일들을 규칙적으로 해내는 의식들로 극복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는 이야기한다.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으로 '머릿속으로 고민하지 말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의 책은 이야기한다. 알속에 있는 여린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몸부림칠 때 부모는 밖에서 부리로 함께 깨어 주어 서로 도와야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다고 한다. 불교 용어로 '줄탁 동시'라는 말은 그들 부자에게 맞는 표현 같다. 그의 책 사이사이 인용된 글들은 연 100권 독서를 생활로 이끌어 온 발자취를 느끼게 해 준다. 노벨 문학상을 타기도 했던 밥 딜런의 인용글도 기억에 남는다.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선수 생활 이야기는 그의 성향을 잘 보여 준다. 아닌 것에 대한 적당한 타협이 없다. 욕심이 없기에 두려울 게 없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자식을 세계무대에 뛰게 할 인재로 만들겠다는 욕심보다는 축구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방식을 이끌어 준 진정한 인생 감독자 역할을 했다. 함께 운동하고 함께 뛰는 아버지를 보고 어찌 게으름을 피우 겠는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성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네 삶을 살아라. 주도적인 네 삶을 살아라'라는 그의 말은 세계 무대에서 뛰는 아들에게 당당함을 선물한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최상의 몸으로 운동장 위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것, 아들이 축구장 안에서 더없이 행복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것을 돕고자 했다.' 승패보다 생각하는 축구, 즐기는 축구를 지향한 저자의 길이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배가 없으면 바다로 나갈 수 없듯, 책이 없으면 삶을 헤쳐 갈 수 없다'라는 말은 그의 삶의 가치관을 잘 보여 준다. 운동하면 무식하다는 편견의 고리 속에 갇히고 싶지 않아 신문 읽기와 독서를 평생의 과제처럼 지켜오고 있는 그가 아들에게 또한 삶의 귀감이 될 만한 글귀를 줄 그어 읽게 했다는 말에 정성과 열정이 느껴졌다. 겸손과 성실을 통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축구를 통해 만나게 해 준 아버지이다.
기본기만 7년을 연습시키고, 몸의 발란스 유지하는 법 그리고 공과 몸이 하나 되는 훈련법을 자신의 몸을 통해 실험해 보고 아들들에게 적용시킨 열정과 노력이 오늘날의 손흥민을 만들어 냈다. 왼발,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각각 500번씩 하루 천 번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 준 덕에 손흥민은 골대 앞에서 오히려 차분해지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손흥민 선수의 역대 골 장면을 유튜브로 봤다. 꼭 저자가 만들어 낸 작품처럼 보였다. 손흥민 선수의 더 큰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축구가 좋아질 것 같다. 사람들은 그들이 걸어온 그 수많은 노력의 길들 보다는 어느 날 쌓아 올린 탑을 부러워한다.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먼저 배워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이고 자신만의 탑을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질문해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 삶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만들어 낸다. 그는 삶의 길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사색과 독서를 통해 답을 얻었으며 자신의 철학으로 자신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건물을 사고 차를 사고 재산을 늘리는 게 아니라 춘천에 유소년 축구 육성 시설을 설립하여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운동장을 만들고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낸 그의 진정한 축구 사랑이 존경스럽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단순한 것들이다. 그 단순한 것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집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울 때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복잡한 문제에도 차근차근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운동장에는 높이가 다른 훈련용 계단과 운동장 끝에 물이 품어져 나오는 그곳이 궁금하다. 미래의 축구 꿈나무들이 즐기는 축구, 행복해지는 축구를 배워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그림이 상상이 된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라. 그것이 곧 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 '매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하는 것, 하루하루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공이지, 그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그가 아들들에게 전해주는 교훈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교훈인 것 같다. 행복과 성장을 삶의 중심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저자의 발자취가 아름다운 이유다. 책을 통한 만남이지만 깊은 신뢰가 생긴다. 그의 인생관도 세계적 수준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결국, 책이다. 삶의 철학을 잡아 주고, 그 철학을 가지고 정도로 걸어가는 힘을 주는 게 책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도 책을 제갈공명 삼아 삶의 길잡이로 삼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또한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목표로 부단히 자신을 마름질하는 습관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의 책은 겸손과 성실 그리고 담백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