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가 들려주는 뇌과학 이야기다. 책은 질문으로 시작해서 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전공자가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이다. 세상에는 우주만큼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다. 우주인이 되어 우주를 탐험하는 욕심으로 여러 책을 읽고 있다. 그 많은 방대한 지식 중 단 몇 개만이라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작은 먼지처럼 사라지는 순간의 운명도 기쁨이 될 것 같다. 뇌는 우주를 닮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은 뇌가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인식의 참과 거짓에 대한 정보가 담긴 글들이라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앎과 삶의 연결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삶에 방향성을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앎이다. 만약, 그 앎이 잘못된 것이라면 중간중간 난항을 겪을 것이다. 뇌과학이라는 분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왠지 뭔가 더 파헤치면 나올 것 같은 금맥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의견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비주류에 대한 우호성에 관한 타당성이다. '주류는 질서를 넘어서는 사고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주류의 다름과 그들의 독특한 경험을 수용하는 사회는 새로운 관점을 보태는데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악의 꽃이 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최고의 사상은 '다름에 대한 인정과 공감'이 아닐까.
과학은 증거가 경합하는 과정이라는 말에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 같은 한 명의 과학자들이 인류를 놀라게 할 만한 과학 정보와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었다. 과학은 과학 공동체의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해 왔다고 한다. 누군가 새로운 과학 정보를 내놓으면 수많은 다른 과학자들이 그에 동조하는 또 다른 이론을 제출하거나 또는 반대로 그와 상응하는 지식을 발표한다. 이 과정이 무수히 진행되어 초기의 정보가 수정이 되기도 하고 모두가 받아들이는 정설이 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지식이 생산된다. 그녀의 말처럼 과학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과학은 증거 경합을 통해 발전한다.'라는 말이 재미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뇌도 태화 된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과학자들의 경합을 통한 결과로 '성인인 해마에서도 새로운 신경 세포가 생긴다'라는 간단한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같다. 청소년기의 잠에 대한 내용도 이해를 부른다. 청소년기는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가지 치고 제련하는 과정이 활발이 일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이 과정 상당 부분이 잘 때 일어난다고 한다. 늦잠 잔다고 다그칠게 아니라 몸속에서 시냅스 가지치기를 하느라 잠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해 주면 된다. 과학 지식은 이렇게 생활에 생길 수 있는 소음을 차단해주는 역할 도 한다.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 전이가 된다는 실험은 놀랍다. 마치 지구의 주인처럼 인간만이 가진 특권을 많이 만들어 냈다. 인류에게 겸손이라는 단어가 필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보다 나은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족과 우월을 통해서는 배움이 무가치해진다.
장내 미생물인 락토바실루스 루테리는 횡격막 아래 미주 신경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옥시 토신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이 옥시 토신은 도파민 등 다른 신경 조절 물질과 협응을 통해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락토바실루스 루테리 미생물을 범죄자들에게 투여시키자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실제, 약을 투여한 결과 타인을 배려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이 없어졌으나 개인마다 생길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행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과학적 이론이 세상에 발표되고 그로 인해 삶의 형태가 급작스럽게 바뀌지는 않는다. 수년을 거쳐 시행착오와 발전 과정을 겪어야 비로소 인간의 삶에 안착되는 것 같다.
'나 사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뇌를 안다'는 건 '나를 알다'는 것과 닮아 있다. 내가 뭔가를 잘하게 하는 동기 부여나 그것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과 관견 된 호르몬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동기부여나 습관과도 관계가 있지만 중독성을 만들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도 파인에 대한 연구가 시행되고 난 뒤 중독을 단지 도덕적 해이가 아닌 뇌를 손상시킨 질병이라 간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벌보다는 치유 위주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앎이 곧 사회제도가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살아가는 시간이 생명인데 자기 생명이 가벼운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는 그녀 표현이 인상 깊다. 가짜 과학이 삶을 흔들 수도 있지만 진짜 과학은 삶의 지혜를 선사할 것 같다. 뇌는 글루코스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부족 시 간에서 케톤체를 생성하여 연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간의 소통 안정성을 줄 것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 정보다. 저녁 식사 후 다음 아침까지 12시간 공복을 유지할 때 케톤체가 활약을 한다.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식사 후 인슐린 주사를 수시로 놓는 남편의 조카에게 알려줄 정보를 얻었다.
일에서 보상이 주는 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성과급이 과연 뇌에 어떤 동기부여를 부여할까? 뇌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답은 명쾌하다. 기계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은 보상이 높은 성과를 부르지만 인지 능력을 요하는 직업은 오히려 높은 성과급이 부담이 되어 보상이 성과를 떨어트린다고 한다.
'세상을 경험하는 오늘만의 방식'이라는 소제목이 인상 깊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 정확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주어진 정보를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입장과 흥미에 부합하는 부분만을 취사선택해서 그 작은 정보로만 판단을 한다고 한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16개의 그림 중 3.48개의 그림만 보고 판단을 내린다고 한다. 즉, 많은 정보 제시보다는 심사자들이 눈여겨보는 소수의 정보를 잘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실험 전 어떤 단어를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한다. 어려운 퍼즐을 풀게 하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두 그룹 중 사전에 '월급'이라는 단어를 본 그룹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월급'이라는 단어는 개인적인 언어로 타인을 돕는데 인색한 단어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함에도 혼자서 해보려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한다. 높은 주민 번호 숫자를 본 사람이 와인 가격을 예측하는 실험에서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실험도 재미있다.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투영해서 보기 때문에 내가 내린 판단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금물이다. '오늘 나의 경험이 내일 나의 인식을 바꿀 것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실제의 세계가 아니라 경험을 투영해서 인식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만 10~24세 인구의 90%가 중-저 개발국에 산다는 말에 새삼 놀랬다. 지구촌의 주류 문화를 만들어 낼 그들이 소속된 곳이 중- 저개발국에 산다. 하지만, 과학 연구자의 대부분이 서구의 부유하고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이고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다양한 문화와 사회 환경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과학발전, 지구 전체 인구의 환경을 반영하지 않는 과학발전은 위험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지적이고 합당한 방식의 지식을 생산하는 집단의 이타성이 꼭 필요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서 너무도 바쁜 신이 이타성을 가진 사람의 능력과 재능에 그의 손길을 보태주는 건 아닐까.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불러일으킨 단순한 활동이 불을 발견하고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말은 경이롭다. 인간은 동물보다 신경세포가 많다. 그래서 동물과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인간의 뇌가 총열량 중 25% 에너지를 소비한다. 음식을 먹고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는 불을 통해 익혀먹음으로 절약이 되어 뇌의 세포수를 860억 개나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 인해 인류는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켰고, 복잡한 사회 제도를 만들었으며 예술작품과 철학을 만들어 냈다는 저자의 의견이 논리적이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사소하지만 단순한 한 가지만 바꿔도 삶을 바꿀 수 있다. 뇌를 알아가는 과정이 나를 알아 가는 과정 중 하나다. 내가 내리는 이성적 판단에 대한 지나친 확신을 경계하고 큰 변화를 꿈꾼다면 가장 핵심이 될 만한 작은 변화를 주면 된다는 깨달음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