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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말의 서랍] - 김종원

by 조윤효

말이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 한마디가 길에 꽃을 뿌리듯 삶을 향기롭게 하는 사람이 부럽다. 그건 분명 큰 힘이다. 말은 기술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임을 저자는 보여 준다. '내가 표현한 언어의 수준이 내가 살아갈 삶의 수준이다.' '안다면 그것을 실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천하지 않은 것은 잘 모른다는 증거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좋은 말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나를 다스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말이다. 말의 서랍이라는 표현이 독특하다. 우리는 모두 서랍 속에 차곡차곡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를 쌓아가며 살고 있다. 내 서랍 속에는 어떤 언어가 들어가 있을까?


말의 힘을 믿는다.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상황에서 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말의 가치를 보여준다.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제대로 말하기는 어렵다. 세계 랭킹 1위의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16강전에서 우리나라 정현에게 졌다. 기자들이 그의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진건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내 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멈춰 주세요. 그것은 정현의 승리를 깍아내리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던 패자의 승자다운 표현이 기억에 남 든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긴 사람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힘이다.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도 가슴이 훈훈하다. 중학시절 축농증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 유공자 의료카드를 들고 여러 병원에 찾아갔지만 거절당한다. 6.25 전쟁으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의 국가 유공자인 자신의 아버지는 사춘기의 그에게 부끄러움이었다. 하지만, 외과 의사 이학산의 말은 어린 이국종을 변하게 한다. 그의 유공자 카드를 보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라는 말은 그의 부끄러움을 자랑스러움으로 바꿔준 말이었다고 한다. '환자는 돈을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그의 삶의 원칙이 이렇게 탄생했다.


'대화의 문을 열고 싶다면 상대방의 언어가 무엇이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어제 내가 한 말을 돌아보고, 오늘 내가 할 말을 제어하라.' '할 말 다하지 말고, 할 말을 글로 쓰고 살자'

그의 책장들 사이에서 빛을 주는 글귀들은 말의 중요성과 그 힘을 보여 준다. 괴테의 인용글도 발견된다. '인간에게 기품이 있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것과 인간을 구별한다.' 기품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은 어렵지만 분명 내가 추구해야 할 목표 중 하나다.


'겸손한 마음은 모든 대화의 기본이다.' 저자를 통해 겸손에 대한 정의도 배웠다. 겸손은 나를 낮추는게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을 언제나 아름다운 화폭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인 따뜻한 말과 그것을 전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갑의 마음을 버리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만 내려놔도 저절로 기품이 있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기려는 마음보다 안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과 사람들을 보라는 말은 깊이 세겨야 한다. '좋은 말과 글은 눈과 귀로 먹는 보약과 같다.'라는 표현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덕담 같다.


'남자는 세월이 흘러도 존중받기를 원하고, 여자는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기를 원한다...... 남자를 믿는 여자의 눈빛과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눈빛은 서로를 아름답게 하는 가장 큰 재산이다.' 그의 말에서 부부간에 지켜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신뢰와 사랑은 가정의 울타리를 아름답고 튼튼하게 꾸며주는 가장 큰 지지대이다. 사랑받는 것을 당연시 여지기 말 것이며, 신뢰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일상화해야 나날이 행복한 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려 하면 상대는 물러 선다. ' '좋은 말은 외워서 할 수 있지만 적절한 말은 많이 생각해야 한다.' '일상을 대하는 사소한 삶의 태도에 신경을 쓰자. 이는 나의 내일을 예고하는 결정적인 증거다.' '특별한 것도 평범할 것도 없다. 내가 하는 일을 특별한 일이 아닌 내가 선택한 일을 특별한 마음으로 할 뿐이다.'라는 다양한 표현들은 저자의 사색의 깊이로 태어난 말들 이리라.


자신감과 자존감에 대한 정의도 도움이 된다. 세상이 주는 힘이 자신감이고, 자기 자신이 주는 힘이 자존감이라고 한다. 내면이 약한 사람은 자신감에 의지하고 내면이 강한 사람은 자존감을 삶의 뒷받침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세상의 칭찬에서 멀어져라.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세상이 평가하는 수치로부터 멀어져라. 내면의 만족과 행복의 크기가 커질 것이다.'라는 표현들이 울림이 되어 책의 화음을 만들어 낸다.

'인생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인생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만 인생 하나로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돈과 지위, 명예를 찾는다.' 인생 하나면 충분하다. 이런 마음이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수많은 번뇌를 잠재울 약인 듯하다. '나는 내가 만든다.' '마음을 움직여라. 내가 들어도 가슴이 요동치는 그 말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어라.' 우리는 줄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말로 보내는 위로와 격려 그리고 사랑의 말은 타인의 삶에 활력과 힘을 주는 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태양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별과 별이 만나면 세상에서 가장 환한 태양이 된다. 빛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별들이다. 서로에게 건네는 긍정의 말이 다리가 되어 세계를 연결하고 삶을 연결해 살아갈 힘을 준다. 그 힘을 다시 한번 알려준 책이다. 내 안의 말의 서랍장에 어떤 말들을 쌓을 것인가. 필요 없는 말들은 버리고 깨끗하고 정갈한 말만 넣고 싶은 마음을 심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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