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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ug 22. 2022

하루 한 권 독서

[내 아이를 믿는다는 것]- 다나카 시게키

 제목 때문에 빌린 책이다. 아이를 믿는 부모와 부모를 신뢰하는 아이. 이 관계의 다리는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엄마는 자식을 떠나보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에르나 퍼먼의 인용글로 시작하는 책은 두께감이 있다. 의사인 저자는 네 명의 아들을 둔 다둥이 아빠다. 그의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경험과 병원을 찾아온 부모들의 상담 내용 그리고 대학원에서 배운 상담심리와 매주 동네 아이들과 축구 모임을 지도한  경험이 어우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10년 전에 쓴 책이라 지금과 다소 동 떨어진 분위기도 있고,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와 한국의 분위기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 심리와 부모의 심리 그리고 아이와 부모의 심리적 경계에서 생겨나는 것들에 대한 조언들은 시간과 세대 그리고 나라에 상관없이 알아야 할 조언들이다.


 아이에게 지시나 명령조의 말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주고받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자문하게 한다. 어느 순간 지시나 명령조가 일상이 된 요즘, 마음과 생각을 주고받는 일을 의식하고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부모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는 잘 지치지 않는다.... 아이를 변하게 하는 일은 어렵지만 부모는 당장 변할 수 있다. ' 문제로 인식하는 것을 들여다 보고 어떻게 느끼는 지를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말을 조언 삼아 내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이나 편견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드러날 때 수정하기가 더 쉬운 것 같다.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은둔형 아이들,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등 일본 사회의 문제를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해결방법과 부모와 아이 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불완전한 감정들을 조용하게 끌어내는 저자의 힘을 볼 수 있다. 애정에 조건을 달지 말며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마음부터 갖게 해주는 것이 부모다. 부모와 자녀에게 심리적, 신체적 이별은 누구나 겪는 경험이다. 그 관계의 밀착성과 독립성 사이에서 나이 들어가는 부모와 커가는 아이의 그 큰 여백을 어떻게 조화롭게 삶의 그림으로 완성하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크다.


 부모와 아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생기는 문제와 너무 멀어도 생기는 문제에 대한 사례를 통해 심리학적 방어기제 (고립, 부정, 전치, 투사, 취소, 전능 감, 공격자와 동일화 등등)에 대한 소개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중요한 건 성공하는 일보다 아이가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그물망을 준비해 주는 게 부모의 가장 큰 역할임을 알 것 같다.


 아이들이 머리에 염색하고 독특한 옷을 입어 이상한 스타일(어른이 봤을 때)로 외모를 꾸미는 이유 중 하나가 부모와 교사에게 다른 가치관을 갖기 시작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화장하는 아이들 또한 어떻게 보면 자기를 보호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는 말도 다시 한번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법은 배워서 실천해야 한다. 말이 관계 개선의 가장 큰 중점에 있는 것 같다. 아이와 대화 시 앞서 가지 않아야 하며 사실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을 읽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5W 1 H 방식의 소통법은 지양해야 한다고 한다. 부모는 오로시 듣는데만 집중할 때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이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한다. 조언하지 말고 아이말을 들어주어야 하며 잔소리를 삼가라고 한다. 잔소리는 자칫 부모의 대화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가 지시하지 않을 때 아이가 달라진다는 말은 공감이 간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부모가 아이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할 때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조언도 중요하다. 엄격한 분위기에서 아이의 말을 경청해 주는 다정한 부모로 변할 때 아이들은 그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욕구와 충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과거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요청하기도 한다. 강요하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의 본성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고, 부모와의 관계가 타인과의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고 자신의 욕구를 다스릴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의 이갸기를 잘 들어주면 아이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이 형성된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 대신에 지켜보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아이들을 바르게 자란다는 저자의 확신이 전해져 온다. 아이를 잘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이 부모가 할 일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잘 키운 아이를 세상에 내보는 일도 '보시'를 하는 것으로 본다.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보다 쉬운 일이다. 그 또한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만의 아이가 아니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아이를 길러내고 있다는 마음이 부모로 하여금 조금 더 진지한 소명 의식을 줄 것 같다. 유대인은 자신의 아이를 신의 아이로 대한다고 한다. 내 아이가 아니라 신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가 인류 역사에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을 배출해낸 이유일 것이다. 부모, 그 아름다운 이름을 갖게 된 지금 다시 한번 나의 소명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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