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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ug 29. 2022

하루 한 권 독서

[Frindle]- Andrew Clements

 학교를 소재로 글을 쓰는 Andrew Clements의 책들 중 하나다. 책 표지 첫 장에 볼펜을 들고 안경을 낀 주근깨 있는 얼굴이 빨간 머리 앤을 연상시킨다. 책은 문화를 담고 있다. 저자의 책들은 간접적으로 미국적 정서를 많이 느낄 수 있다. 다름도 발견하지만 공통된 요소도 보인다. 수업시간을 공부가 아닌 사담으로 만들고자 선생님들에게 첫사랑 이야기해달라고 했던 학창 시절이 있었다. 주인공 Nick이 가장 잘하는 일중 하나가 수업시간 소비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troblue maker (문제학생)은 아니다. 그의 귀여운 질문들 속에서 서서히 줄어드는 수업시간을 친구들은 즐긴다.


 닉은 5학년 첫 Language Arts(언어 수업:우리나라 국어 수업에 해당하는 영어수업) 수업에서 그의 장기를 발휘한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랭귀지 아트 선생님 Mrs. Granger의 사전 사랑을 이용하는 것이다. “Mrs. Granger, you have so many dictionnaries in this room, and that huge one especially.... Where did all those words come from? 선생님, 사전을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특히 저 큰 사전은....... 그 모든 단어들이 어디에서 왔나요? “ 그의 미끼를 던지는 듯한 질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깐깐하기 그지없는 그렌져 선생님은 역으로 닉에게 사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하라는 혼자만의 숙제를 준다. 선생님의 역공격을 받은 닉의 심리적 묘사들이 재미가 있다. 그의 익살 스런 질문은 여고 시절 한 친구의 장난스러운 행동이 기억의 단상으로 올라오게 했다. '선생님, 혹시... 저를 좋아하세요?'라는 당돌한 질문에 젊고 잘생겼던 지리 선생님의 얼굴이 상기되면서 '저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라고 했고, 여기저기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교실 가득했다. 선생님 대답에 그 친구는 '제가 말하는 것은 내가 아니고, 절, temple을 이야기한 건데요?'라고 해서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었다.


 집에서 사전의 기원을 검색하고 발표를 위해 준비를 하던 닉은 그의 특기를 다시 발휘한다. 그의 발표 자료를 최대한 길게 늘여 수업시간을 소비하는 전략이다. 'It was one of the greatest time-wasters he had ever invented. 그가 발명한 최고의 시간 낭비 소모품이었다.' 수업 시간의 절반을 그의 발표로 채워버린 것이다. 'The peiod was more than half over. 수업 시간이 절반 이상 지났다.'라는 표현을 통해 교실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들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일 때는 그렇게 지루하던 수업이 교사라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그 시절 내가 느꼈던 마음을 모두 잊고 나도 모르게 욕심을 부린다.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는 넉넉한 어른이 되어야 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보는 어른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딱딱한 세계 속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닐까. 교육이란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법. 그것도 즐겁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몸소 보여 주고, 운동하는 모습, 책을 통해 지식을 쌓아가는 법, 여가를 누리는 법, 일상을 정리 정돈하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가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가치 있는 교육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말을 통해 배우는 게 아니라 행동을 모방하면서 배운다고 하지 않던가.


 발표 후 선생님과 닉의 관계를 통해 아이들이 싫어하는 상황이 예리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He was being treated like - like the teacher`s pet. 그는 마치 선생님의 애완동물처럼 대해지고 있었다.' 한참 반항하고 싶어 하고, 어른의 세계에 부정적인 그들에게 선생님의 우호적인 말이 자칫 다른 친구들에게 나약한 아이로 보이고 싶지 않아, 강하고 거친 표현을 쓰는 아이들의 심리가 이해가 간다. 'His reptation was in great danger. 그의 평판이 큰 위험에 빠져있었다.'


 친구 Janet과 하교하는 길에 서로 부딪혀 그녀의 펜이 땅에 떨어졌다. 닉은 그 펜을 주어주면서 바로 Fridle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펜이 아니라 프린들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학교 친구 여섯 명과 서약까지 하는 장면은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 낸다. 'From this day on and forever, I will never use the word PEN again. Instead, I will use the world FRINDLE, and I will do everything possible so others will, too. 지금부터 나는 영원히 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프린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그들은 서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랭귀지 아트 시간에 그랜져 선생님 앞에서 프린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당연히 선생님은 사용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지만 아이들의 청개구리 본능을 깨우고 만다. 'mightter than the sword 무기보다 더 강한'이라는 책 소제목에서는 아이들과 학교 선생님 들의 작은 전쟁이 시작된다. 그랜져 선생님은 공지 사항을 발표한다. 누구든 프린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람은 방과 후 남아서 'I am writing this punishment with a pen. 나는 펜으로 이 벌칙을 쓰고 있다.'을 백번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발적 프린들 사용자들은 'I am writing this punishment with a frindle. 나는 프린들을 가지고 이 벌칙을 쓰고 있다.'라고 자진해서 글을 쓰고 간다.


 결국, 교장 선생님이 닉 집을 방문하게 되고, 지역 신문의 언론 자유에 대한 소제가 되고 그리고 전국 방송에 작지만 귀여운 사건이 소개된다. 또한 닉이 만들어낸 단어 '프린들'을 이용해 연필이나 공책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낸 Bud라는 사업가는 순이익금 중 30%를 어린 그에게 제공한다. 현명한 그의 아버지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그의 아들에게 이 자산에 대한 사실을 알려준다. 갑자기 부자가 된 그의 품성도 귀엽다. 부모님 여행 티켓과 형의 딸 조카를 위한 대학 장학금 그리고 그랜져 선생님에게 선물을 보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마음껏 해 보고 싶었던 소망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상상이다.


어린 닉의 장난기로 만들어진 '프린들'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고, 그 어원의 기원 이야기 속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게 된다.

 아이들이 바라는 작은 소원들이 어떻게 하나씩 현실화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듯이 사소한 작은 행동이 삶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해리포터를 쓴 조지 롤랭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이야기 소재를 떠올린 것처럼 우리는 수많은 작은 우연들을 마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일상에 숨겨진 기적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만이 그 잠들어 있는 행운들을 깨우는 것은 아닐까? 부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자신만의 색을 가질 때 삶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닉의 귀여운 고집들이 매력적이다. 꺾으려 하지 말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날 때 아이들은 큰 나무로 성장하고, 그 나무가 사회적인 안식과 쉼을 주는 역할을 하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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