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문장록] - 쇼펜 하우어/ 번역 -김욱

by 조윤효


글은 조각 같은 것이다. 생각의 큰 돌덩이를 그냥 툭 던진다. 그리고 단어와 문장이라는 도구로 하나씩 다듬어 가는 것이 글이다.

어떤 작가들은 초고가 모두 쓰레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글을 쓰고 난 후 며칠 삭인 후 다시 읽고 문장과 단어들을 다듬어 수정해 나간다고 한다. 그 섬세한 작업을 아직 잘 모르지만 글을 쓰고 난 후 다시 읽어 보면

생각보다 어색한 곳이 많다. 플라톤의 국가론도 전체를 7번이나 수정했다고 한다.


글은 실력이기도 하지만 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을 소의 되새김 질 처럼 하나씩 하나씩 다시 씹어 보는 것이다. 부지런함과 끈기가 글을 잘 쓰기 위한 조건인 것 같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록은 왠지 어렵고 무거운 내용일 것 같아 읽기를 미루어 두었던 책이다. 도서관에서 그냥 마음에 드는 책들을 뽑다 보면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인내를 실험하는 책들이 종종 있다. 지난 이틀간의 두 권의 책 모두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를 뺏어간 책들이었다. 하지만 완독 했다. 글을 쓴 그들의 노력과 정성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글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이해력이 문제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쁜 책이라도 한 가지 정도는 배울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을 것 같아 끝까지 읽어 봤다.


다행히 쇼펜하우어의 글은 다시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쇼펜하우어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비관적이고 돈 많은 부모 잘 만나 평생 고생 안 하고 살았고 그의 어머니와의 다툼으로 여성을 혐오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다가 신의 부름을 받고 세상의 문을 닫은 철학자! 하지만 그의 글은 나의 편견을 무마하고도 남았다.


그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마치 오늘날의 출판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도 좋을 만큼 날카롭고 예리하다. 다독에 빠져 사색을 하지 않는 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책은 사색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위대한 작가는 다량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소량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진리는 간결하게 표현될수록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고 한다. 간결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타인이 남긴 책들을 읽고 지식을 소비하는 학자에서 인류를 계몽하고 새로운 진보를 확산하는 책을 쓰는 사상가 즉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마르크스가 떠오른다. 그는 20대 초반에 새로운 생각을 확산시킨 생산자의 위치에 있었다.


독서의 기본은 지식 소비자에서 새로운 사상을 잉태시킬 수 있는 지식 생산자가 되기 위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는 독일 출판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서슴없는 비판과 독일어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쏟아 내고 있다. 그의 비판들은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예리하고 정확하다. 외국어 난발과 순수 모국어 쓰임이 잘못되어 가고 있어도 그것을 수정하고 편집할 집단적 이성의 부재에 대한 의견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의 글 중 몇 가지가 인상에 남는다. 우리가 읽는 책들은 저자의 모래 위의 발자국을 읽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 그의 발자국은 볼 수 있지만 그 발자국 주인이 이 길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변에 무엇이 보였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확인하는 것이 독서라고 한다.

글 또한 중력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머릿속에 있는 작가의 사상이 손을 통해 종이 위로 내려가기는 쉽다. 하지만 종이 위에 쓰인 글들을 보고 거꾸로 머릿속의 사상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의 글 중 사색과 글쓰기 영역에 대한 부분을 발채 해서 책으로 번역한 김욱 작가(?) 또한 이해하기 쉽게 글을 잘 펼쳐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쇼펜하우어의 글에 대한 생각을 만나서 좋았다. 글을 쓰기 위한 문장과 문체에 대한 섬세함을 어떻게 글로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두껍지 않아서 좋았고 간결함이 있어서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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