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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Oct 28. 2022

하루 한 권 독서

[Swallowed the Key]- Jack Gantos

아이의 심리를 다룬 책은 곧 깨질 것 같은 유리를 보는 기분이다. 엉뚱한 Joey에 대한 시리즈 이야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몇 달 전에 읽은 <Joey Pigza loses control>이라는 책의 전작이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봤어야 했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 두 개의 퍼즐 조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책을 통해 미국 사회의 가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학원에서 근무했던 미국인 교사들을 통해 그 나라의 사고방식을 간접적으로 느꼈었다. 가까운 듯 먼 가족, 함께이면서 독립적인 가족....... 왠지 모를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책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이다.


 초등학생인 조이는 학교에서 괴상한 아이다. 자신의 신체를 놀잇감 삼아 계속 엉뚱한 실험을 한다. 정서 안정을 위해 약을 먹지만 오전에는 그 약효가 있어 차분한 편이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 약효가 떨어져 그의 행동은 예측불허가된다. 수업시간에 쫓겨나 복도에 나가서도 자신만의 놀이 세계에 빠진다. 결국, 교장실까지 가지만 그곳 또한 그의 놀이터가 된다.


 조이의 계속되는 이상 행동들이 책의 초반에는 이유 없는 결과만 보여준다. 답답하다기보다는 괴상한 느낌이 든다. 연필 깎기에 자신의 손톱을 넣고 돌리고, 집 열쇠를 삼키고 그 열쇠에 달린 끈을 이용해 다시 빼낸다. 하지만, 어느 날은 열쇠에 달린 끈을 가지고 장난하다가 Mrs. Maxy 선생님이 끈을 압수했는데 깜빡하고 그냥 삼켜 버린다. 다음날 화장실에서 다시 돌려받지만 심리적 불안감과 자신의 신체를 대하는 아이의 자세가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다. 근처 농장에 소풍을 가서 또한 지붕에서 집더미로 뛰어내린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고 발목만 부었을 뿐이다. 교사들이 조이에게 보이는 태도는 적대적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으로 발생된 몸의 상처들을 조용하게 대체해주는 듯하다. 엉뚱한 조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줄 아는 교장 Mrs. Jarzab와 매번 간호실로 오는 조이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Holyfield 간호 선생님은 아이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학교 시스템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Special-ed room이 있다. 특별 도우 미반이라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장애아이들이 일반 학교에서 자신들만의 교실을 갖고 여러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는 곳이다. 조이의 불안정한 행동 때문에 특별 도우미 반에 가기도 하지만 그는 별로 속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행동으로 그 반에 잠깐 갔다고 온 후에 돌아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바로 '네'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빨리 '네'라고 대답해야 선생님의 긴 잔소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다운 천진스러운 행동이 웃음을 준다.


 지붕에서 뛰어내린 다음날 조이는 점심식사 후 미술 용품들을 가지고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차량용 스티커를 만들고자 한다. 반 친구들을 위해 자신의 엄마가 말했던 표현 'Hate is not a family value. 증오는 가족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담은 스티커를 만든다.

선택한 문구도 익살 스럽지만, 조이 엄마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겪어내는 심리적 부담감이 느껴지는 표현같기도 하다.  조이는 아이들을 위한 안전용 가위가 작아 선생님의 가위를 가지고 오던 중 넘어지면서 친구 Maria의 코끝을 가위로 자르게 되고 이 때문에 학교에 구급차가 온다. 결국, 6주 동안 일반학교가 아닌 특별 치료가 필요한 학교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책의 중반부터 조이가 자신이 할머니와 보낸 이야기가 소개된다. 엄마도 아빠도 조이를 떠난 상태에서 늘 창밖을 보며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조이를 마치 애완견 다루듯 손자를 대하는 할머니를 이야기한다. 조이 할머니는 파리채로 때리고 개처럼 바닥을 굴러보게 한다거나 개가 뒷발로 서서 앞발을 구부려 혀를 내밀고 음식을 구걸하듯이 사탕을 구걸하게 한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를 싫어하지 않는다. 괴상한 할머니와 어린 조이가 난장판이 된 집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조이의 엄마가 나타난다. 차 창문 너머로 조이의 일상을 보던 엄마가 아이의 세계로 용기를 내어 들어온다. 할머니가 사라지고 조이의 일상에 엄마가 나타난다. 사랑을 받아줄 대상이 나타날 때 아이들은 드디어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편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엄마와의 일상은 분명 아이에게는 더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 상처들이 그 편안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씩 나타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다가 중간에는 안쓰러움이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는 따뜻함이 묻어 난다. 아빠가 살고 있는 피츠버그의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과정을 아이의 눈으로 잘 묘사 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보이는 아이의 마음이 아이답게 잘 그려져 있다. 집으로 돌아온 조이는 그토록 원하던 개를 갖게 된다. Pablo라는 이름을 개에게 지어 주며 조이의 단조로운 일상에 생기가 돈다. 불안정한 그의 정신에 또 하나의 안전장치가 생겨 나는 듯하다.


 책의 후반부를 보면서 아직은 모든 것이 정돈된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상처 난 아이의 마음이 서서히 치유가 되어가고 엄마와 애완견 파블로를 통해 정서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하나씩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 난다. 아이의 입장에서 진해행 되는 이야기는 모든 게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보이는 데로 느끼데로 표현하는 글들을 보며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다가 나중에는 응원을 하게 되는 묘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책이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살아가며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자신의 정해진 규칙으로 삶을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조이는 최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작가 Jack Gantos가 쓰는 문장들은 대체적으로 짧은 대화체이다. 다양한 표현들이 들어가 있어 생활 속 어휘를 늘리기에도 좋을 것 같다. 개구쟁이 같은 책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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