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삶을 드러내면 불편함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사회적 나이를 스스로 부여하고 그것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규칙 때문일 수 있다. 어릴 적 개울가에서 오리알을 줍던 기억이나 해가 지는 것도 잊고 땅따먹기 했던 그 시절은 온통 놀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된 우리에게 놀이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에게 대리 만족감을 주는 영화, 드라마, 유튜브가 잘 되는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영화, 드라마, 유튜브의 이야기는 잘 나가는 콘텐츠의 기본 원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준다. 이 콘텐츠들의 공통점이 특이, 전의, 격변이라 이야기한다. 보통 상태에 비해 두드러지게 다른 특이, 생각이나 의미가 바뀌는 전의 그리고 상황이 갑자기 심하게 변하는 격변을 통해 사람의 시선을 끄는 기본 기법을 이야기한다.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시대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것들은 이렇게 인간 심리를 잘 이해하고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와 드라마들은 보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집에 티브이도 없고, 아이가 함께 성인영화를 볼 나이가 되지 않아 영화 선택의 기준이 단 두 가지다. 영어로 된 영화와 미성년 관람 가능 영화만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유행에서 살짝 밀려난 느낌이다. 책에서 소개된 <기생충>영화를 꼭 이번 주는 봐야 할 것 같은 의무 감이 든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요소들이 많다. 또한, 알고 보면 즐길 수 있는 깊이가 다르다. 책은 재미를 주는 특이에 대한 설명과 예시, 전의에 대한 설명과 예시, 격변에 대한 설명과 예시 그리고 이들 외에 콘텐츠에 재미를 가해주는 연관성, 공감, 불안정성,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가진 것 중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어라. 그러면 최고의 것이 너에게 돌아올 것이다.'라는 작가 아네트 시몬스의 인용글로 시작하는 그의 서두 글이 좋다. 결국, 타인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들을 제작할 힘이 있는 사람이 백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아닐까. 보통과 다른 그 무엇을 원하는 사람 심리를 잘 잡아 내는 힘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 쉽게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통한 특이점을 소개한다. 선과 악의 불분명함은 기존 영화와 좀 다를 수밖에 없다. 선과 악의 경계는 약하다. 단지, 상황에 따라 어떤 부분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선한 것, 악한 것이라 부른다. 악의 보편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도 있다. 악인이라 함부로 손가락질하기 어렵다. 그 사람의 환경과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 또한 특이점을 이용해 세상에 알려진 경우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유튜브 영상을 봤다. 특이하기도 했지만 음의 연속성이 매력적이다. 특이함을 대중성으로 바꾼 어린 그녀의 독창성이 놀랍다.
전의를 일으키는 다큐 멘타리 <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식물들>의 이야기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식물 종 중 불이 나야 싹을 트위는 것들에 대한 소개는 분명 산불에 대한 의미나 생각이 바뀌는 계기를 시청자에게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의를 불러일으키는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에 대한 책도 읽어 봐야 할 듯하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눈이 무엇인지, 예술적 재미를 살피는 방법을 잘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 구스타프 말리의 '천인 교향곡'에 대한 소개도 기억에 남는다. 구스타프의 아내 알마 말어의 불륜을 알고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작곡한 노래라고 한다. 읽다가 궁금해서 유튜브로 음악을 찾아들어 봤다. 그냥 착각 일수 있지만 왠지 모를 간청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안다는 것은 새로운 각도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하나 더 갖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이렇게 멈추면서 계속 찾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독특함이다.
격변의 요소를 잘 활용한 <스카이 캐슬> 드라마의 예는 왜 사람들이 한때 열광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됐다. 격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롯의 힘도 사람의 이목을 큰다. 왜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 또는 온라인 속 영상물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도 책은 설명한다. 2% 무게를 차지하는 우리의 뇌가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중 DMN(Default Mode Network)는 아무 일을 안 해도 30%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하도록 예열을 시키는 엔진과 같다. 하지만, 사람이 무엇인가에 집중할 때 뇌의 DMN부분이 비로소 쉴 수 있다고 한다. 영화에 집중하고 나면 가끔 개운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뇌의 DMN이 오랜만에 만난 휴식의 기쁨 때문인 것 같다. 명상도 이와 같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콘텐츠 제작의 기본 원리인 '4초의 법칙'은 인상적이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4초마다 다른 컷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브로 수업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 '4초'라는 규칙에 위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미를 가하는 방법으로 연관성과 공감법을 넣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갖춘다면 보완이 될 듯하다.
성공한 드라마는 다수의 결핍을 건드린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드라마 소재로 재벌가들의 일상이 자주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가 서민들의 공통 결핍을 건드려 주어서 인 것 같다.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기본 원리를 잘 보여 주는 책이다. 저자가 분석한 관점으로 소개된 영화들을 그의 안경으로 한번 봐야겠다. 콘텐츠 생산자가 기억해야 할 공식 특. 전. 격을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영상을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이 된다. 그런 영상들을 세상에 수도 없이 쏟아내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대단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