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다. 단지, 눈에 보이는 물건뿐만 아니라 정신적 가치까지도 타인에게 판매하는 시대다. 어떻게 포장해서 타인의 시선에 노출시켜 그 가치를 인정받는가가 핵심이다. 제품을 팔든 책을 팔든 아니면 교육을 팔든 우리 삶은 팔고 사고 그리고 버리는 과정을 수없이 진행한다. 무엇을 팔 것인가? 무엇을 살 것인가?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게 마케딩 일 것 같다.
딱딱할 수 있는 마케팅 책을 읽기 전에 쉽게 접근 가능할 것 같아 그 유명한 홍대리 시리즈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지금 시대에 적용하기에는 유행 지난 옷 같지만 기본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만큼 편하고 좋은 기법이 없을 듯해서 일독했다.
기업의 성패는 마케터의 역할에 달렸다고 한다. 심지어 한 국가의 리더인 대통령도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국가 이미지가 제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성인들은 마케터가 되야 할 것 같다. 교육을 담당하는 나 또한 마케터가 되어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작가들도 마케터가 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자신의 가진 잠재능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파인애플사에 일하는 영업부 홍대리가 자사 내의 마케팅 부서로 이동하면서 새롭게 마케팅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책이다.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마치 소설책 읽는 기분으로 따라 읽다가 중간중간 마케팅에 관한 전문 지식이 소개돼 페이지를 정독하면 된다. 마치 친구와 이야기하며 산행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듯 힘들이지 않고 읽고 나니 마케팅의 기본들이 내 안에 자리를 잡는 기분이다.
영업과 마케팅을 구분하는 회사도 있고, 이를 하나로 접목하는 회사도 있다. 영업이란 최종 판매를 말하고 마케팅이랑 시장조사를 통해 상품 기획부터 소비자가 이용후 처분하는 과정까지를 고려 하는 과정이다. 경영학 상에서는 영업이 마케팅의 한 분야다. '마케팅이란 영업(판매활동)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피터 드레거의 인용글이 이해를 돕는다. 마케팅을 제대로 하면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물건은 팔리는 것이라고 한다. '마케팅 부서가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 전체가 마케팅 부서처럼 일해야 한다..... 마케팅은 너무 중요해서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라고 휴렛 패커드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패커드의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책의 내용 중에 파인 애플사 제품에 대한 피드백 중 구멍 난 양말과 냄새나는 발로 고객의 집에 방문한 서비스 맨에 대한 인터넷 댓글의 비난은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전 사원들이 마케터라는 마음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올리기 위한 하루 한 가지 활동을 실천하는 아이디어를 홍대리가 제안하고 실천하는 문제 해결 과정도 꽤 괜찮은 대안법인 것 같다.
홍대리가 근무하는 파인애플 사는 외국계 기업으로 마케팅 부서와 영업부서가 나뉘어 있다. 마케팅 부서 또한 각 제품에 책임지는 메인 PM(Product Manager)이 있고 그 PM을 보조하는 보조 PM이 업무를 지원한다. 디지털카메라 메인 PM이 되어 마케팅을 시작하는 그가 영업에서 익힌 경험과 마케팅 이론을 배워 나가면서 마케팅 고수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스마트 폰이 일상이 되기 10년 전 이야기라 그 변화의 조짐들이 책 후반부에는 약간의 긴장감을 준다. 디지털카메라가 주요한 시장 위치에 있다가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 세상으로 서서히 변해가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시대를 건너와 살고 있는 지금, 다음 예측이 가능한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대체 방법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세상에는 변화가 이렇게 오고 있고 그 변화를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의 분주함이 보인다.
외국계 기업에서 물품을 총괄해서 받아 오고 한국 지사에서 다시 대리점으로 물품이 전달되고 최종 소비자의 선택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지금도 이런 과정을 밝고 있지만 해외 직구가 서서히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그 변화의 조짐이 홍대리가 살고 있는 그 시절의 변화와 닮아 있다.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을 이해하고 보니 우리가 접하는 모든 물건들의 대중화 과정이 마치 산고를 겪고 탄생하는 아기 같다. 하나의 물건을 위해 마케팅 조사를 한다. 3C(Company회사, Customer소비자, Competitor경쟁자)를 분석한다. 다음으로 SWOT 분석(강점 이용해 이익 추구, 약점 극복해 이익 추구, 강점을 활용해 위협 극복, 약점을 극복해 위협 극복)을 통해 마케팅의 핵심 심인 STP 전략을 짠다. 소비자를 세분화(Segmentation)하고, 그중 타깃이 될 만한 소비자 층을 선정(Targeting) 한 후 표적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이미지 포지셔닝(Position)을 한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믹스를 통해 상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판촉활동을 한다. 제품과 가격, 장소 그리고 판촉을 잘 혼합해서 최종의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마케팅의 기본은 흔히 일상에서 접목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나에게 먼저 학습자를 세분화해본다. 그리고 원하는 타깃을 선정하고 우리만의 색깔을 포스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색이 드러날 수 있는 홍보를 꾸준하게 관리하면 될 듯하다. 책에서 광고를 하는 방식의 변화도 보여 준다. 대기업 수준은 아니니만 큰 중, 소 기업 수준인 파인애플사가 새로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SMS를 활용하거나 파워 블로거를 통한 자사의 상품 이미지를 올리기 위한 온라인 광고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는 일반화된 과정처럼 보인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경로가 짧아지고 있고, 제품 하나 만들지 않고 자신의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제품을 올려두고 커미션을 받는 시스템도 서서히 일반화되고 있다. 세상의 물건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통로가 다양해졌고, 그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리포지셔닝에 대한 이야기는 포지셔닝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 준다. 예로, 소나타 중형은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차를 탄다는 포지션이 실패해 다시 그 이미지를 재설정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고 한다. 말보로라는 담배는 순해서 여성도 피울 수 있다는 포지셔닝을 겨냥했을 때 오히려 매출이 떨어졌으나 강한 남성 모델로 리포지셔닝 후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포스트잇 또한 기존 접착제 연구를 하며 강한 접착성을 목표로 잡았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본래 의도와 다르게 '흔적 없이 쉽게 떼어지는 메모지'라는 작은 전환과 용도의 발상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예다.
마케팅이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것을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알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또한 한국이라는 시장보다는 세계를 겨냥한 상품과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다. 아마존과 페이스북만 잘 활용해도 한국이라는 낮은 울타리를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배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바다를 보여 주라는 말이 떠오른다. 세계 시장의 큰 바다를 알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 속 미 개척지의 땅에 자신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기본 상식에 대한 마중물로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