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마케터라는 일의 성질을 잘 알려 준다. 막연히 알고 있던 일이 저자의 글을 통해 조금 선이 굵은 내용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사고파는 활동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 우리가 쓰는 물건 대부분이 남이 만든 것들이다. 어떻게 구매했고, 어떤 이유로 다시 사게 되는 것일까? 그 과정을 쉼 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마케터일 것 같다.
저자는 노력에 기반한 경험으로 관점을 만들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좋은 마케터라고 한다. 내가 하는 업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지도하는 좋은 스승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한다. '성장을 돕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개울이 아니라 큰 바다를 꿈꾸는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가 아닐까.
책은 '경험만 한 자산은 없다', '질문하는 마케터', '마케팅의 관점' 그리고 '브랜드, 나는 이렇게 만들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험을 통한 질문하는 습관이 마케팅의 관점을 만들고 결국,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좋은 답보다 좋은 질문이 먼저 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채널과 콘텐츠가 다양해진다는 말은 개개인이 원하는 가치도 달라진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개개인 고객의 입맛을 알아내는 게 마케터가 하는 일 중 하나일 것 같다. 굿즈(사은품) 시대라고 한다. 스타벅스의 커피가 좋아서 또는 포켓몬 빵이 맛있어서가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딸려오는 굿즈에 대한 소장가치로 소비를 하는 시대다. 소비의 다른 형태를 보여 준다. 가장 큰 흐름은 티브이 광고보다 온라인 광고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 외에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이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가 많아지는 만큼 광고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내는 것 또한 마케터가 하는 일 중 하나라고 한다.
세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경험을 이야기한다. 빅데이터 없이 AI가 존재할 수 없듯이 마케터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세상을 경험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한다. '핑프족(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이게 뭐죠?'라는 질문을 게시판에 올려 쉽게 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과 '램프 증후군(걱정거리를 수시로 떠올리고 고민하는 현상)'의 공통점은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책은 독특한 언어 표현을 많이 알려준다. 경험을 쌓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저자의 노력도 배울만하다. 주말에 가끔 호텔 가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보고, 일 년에 일주일 제주도에서 지내보는 그런 의식적 노력들이 빅 테이터가 되어 저자만의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게 하는 것 같다. 글 중 프랑스 '뉘 블랑슈' 행사에 대한 소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프랑스 여행에서 경험한 '뉘 블랑슈' 행사는 도시 전체가 밤새 아름다운 불빛으로 불을 밝힌다고 한다. 파리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가 모두 무료이고 시청에서 커피와 빵을 제공하며 역사 깊은 건물과 박물관에서 품어내는 불빛들의 향연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프랑스 여행으로 저자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고 한다. 프랑스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행사를 해보고 싶다는 저자의 꿈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
티브이 광고를 보는 법을 소개한다. 그 방식대로 한번 봐야겠다. 광고를 기획한 사람이 왜 그 모델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고 광고 카피의 목적이 무엇이며 광고의 콘셉트가 무엇이고 타깃 고객은 누구인지 질문하며 보는 것이다. 마케터의 관점으로 보는 광고는 좀 더 깊이 있게 보는 법을 알려 줄 것 같다.
마케팅이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와 인만추(인위적인 만남을 추구) 같은 연애와 같다고 한다. 연애에 시간과 여유가 필요한 것처럼 마케팅에도 그런 시각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장한 인위적인 만남을 선사하는 게 광고인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어 있고 선택의 순간 지속적으로 봐오던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김호 대표의 책 '쿨하게 생존하라'의 인용글도 마음에 든다.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GPS(Go, Play, Stop)가 필요하다고 한다. 'Go'는 일에서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하고, 'Play'는 직업과 연결될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하며, 'Stop'은 온전한 휴식을 의미한다.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주는 GPS개념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에서 멈추고 저자처럼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모두 멈추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정리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연습이 마케터에게 필요하다. 마케터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파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케터처럼 '어떻게 팔지?'가 아니라 '왜 사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고객이 할 만한 질문을 스스로 해보는 것이다. 고객의 시선, 고객의 관점으로 현상을 볼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하다.
'그거 해봤는데 안돼'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만'하게 된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다. 내가 들이는 노력이 해야 하는 일인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가 만든 '월간 서른'의 탄생 배경도 재미있다. '월간 윤종신'과 '서른의 연애'가 마치 슬롯머신의 그림처럼 서로 만나 저자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선사했다. 세상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새롭게 각색하는 게 있을 뿐이다. 소개된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젊고 활기찬 활동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오프라인의 행사 후 온라인이라는 2차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그 콘텐츠를 신뢰성 있는 채널을 통해 알리라고 한다. 그 길을 그가 보여 준다. 오프라인에서 행했던 행사들을 온라인 속에서 보니 왠지 전문성이 더해지는 느낌이 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성이 필요한 시대다. 지역에서 벗어나 세계를 향한 무대로 넓히기 쉬운 길도 온라인이다. 그 귀로점에 서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마케팅을 통한 무대의 확장을 어떻게 이루어 내야 할지.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 그램 등 다양한 SNS 마케팅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결국 쉽게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상품을 알릴 수 있는 타이탄의 도구를 갖게 될 것 같다. 지금 내 눈앞에 노인 그 도구들을 가만히 탐색하고 있는 중이다. 관련 책들을 보면서 서서히 익혀가고 있다. 마치 아이들이 처음 만난 장난감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탐색하듯. 곧 그 도구들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작은 손에 촥 감기는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