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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스님

by 조윤효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듯이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혜민스님의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진다.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처럼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욕심과 번뇌로 일상이 잔뜩 긴장감을 먹고 있을 때 그의 책은 그 팽팽한 줄을 한번 살짝 놓게 해 준다. 책 사이사이에 이응견 화백의 그림은 동심을 담고 있는 듯하다. 단짝 친구처럼 글과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 얼룰 말이 참 예쁜 동물이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다시 보게 된다.


완벽한 것은 없다. 4년 전에 읽었던 '완벽에의 충동'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완벽'에 대한 환상은 끊임없이 자아를 채찍질한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라면서 왠지 무엇이든 잘해야 더 사랑받을 것 같은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욕심과 현재의 나의 간극이 클 때 자신을 완전하게 사랑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늘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불만을 품었던 어린 자아가 이제는 성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부족한 듯 늘 실수를 하지만 그 과정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내가 먼저 나를 아껴 줄 때, 세상도 나를 귀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욕구에 나를 맞춰가는 삶은 자칫 내 안의 욕망과 감정에 소홀해진다는 스님의 말에 공감이 간다. 결국,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한 감정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삶을 일 그러 트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는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한다. 부모님을 위한 기도 문구를 스님을 통해 하나 더 얻었다. '어디를 가시든 항상 보호받으시길, 자신의 존귀함을 잊지 않으시길...' 또한 사건 사고가 많은 인생길에 자식에 대한 기도로도 적합하다. '어디를 가든 항상 보호받길, 자신의 존귀함을 잊지 않기를 그리고 나날이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라는 책 표지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은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에 대한 스님의 이야기를 쏟아 낸다. 작은 이야기 단락 뒤로 시를 연상시키는 글들이 겨울날에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처럼 따스하다.


친구의 겉모습과 내 속 모습을 비교를 하면서 번뇌가 생기고 불만이 생긴다. 나름 다들 자신만의 고민과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에 누가 더 잘 살고 누가 더 못 산다고 말하기 어렵다. 길가에 꽃들과 바위 그리고 나무들은 한결 같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뭉툭한 바위가 예쁜 꽃들을 부러워하지 않듯 우리의 삶도 각기 다른 향기와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마음이 편해지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것 같다. '나마스테'라는 말의 의미를 스님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안의 깃든 성스러운 신성이 당신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께 경배합니다.'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요가 인사법은 서로의 존귀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관계를 난로 대하듯 하라는 말씀도 좋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너무 멀면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없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초승달이 되어 각각의 조각이 만나 하나를 이루려 하지 말고 밝고 건강한 보름달 두 개가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주며 존중하고 서로의 모습을 비추라는 말씀도 가슴에 세길만 한 말이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고 느낄 때 우리는 더 지극한 행복을 느낀다.' 인생이란 자주 만나는 사람이 결국 내 인생의 내용이 되고, 이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내 인생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대화의 내용이 달라진다. 스님의 말씀처럼 내 모습이 좋게 느껴지는 인연과 더 깊게 교류해야겠다.


포옹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낮추고, 면역성을 강화하며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아침에 서로의 일상을 출발하기 전 아들과 남편에게 20초 정도 따뜻하게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아 주면 서로가 하루 중 만날 수 있는 각종 스트레스에 보호막을 쳐주는 것이다. 가족 간의 대화법은 따뜻한 눈빛으로 진심으로 집중하고 들을 때, '나는 존귀한 존재구나. 사랑받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지혜로운 조언도 실천해야겠다.


가끔 문자를 주고받을 때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등을 보낸다. 스님이 표현한 인사법도 써야겠다. '몸이 가볍고 마음이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오늘, 뜻밖의 좋은 일들로 가득하세요.'


수행은 자기식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수년 동안 몸에 밴 내식으로 듣는 습관을 버려야겠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며, 깨달은 자는 없고 오직 깨달은 순간들만 존재한다는 말도 지혜가 담긴 생각이다. 흔든다고 내가 흔들리면 세상이 나를 더 세게 흔든다는 말에 삶을 수행의 장소로 삼고 꾸준하게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타인의 칭찬과 비난에 우리의 감정은 롤러 코스트 타듯 위와 아래를 오간다.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주위의 비난과 칭찬으로 쉽게 오르내리지 않게 할 힘을 가져야 한다.


일과 혼연일체가 된 사람을 볼 때 매력을 느낀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사람이 그냥 좋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 혼신의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 열정의 냄새가 좋다. 또한 삶의 무의미함과 짜증, 우울을 극복하는 좋은 약으로 '남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이라는 말씀도 공감이 간다.

생각의 속성 대한 이야기도 도움이 된다. 관찰되는 대상을 가지고 나라고 여기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늘 속 구름처럼 살아가며 분노,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들이 피어난다. 그 감정을 부정하려 들지 말고 가만히 피어나고 지는 모습을 보라고 한다. 잡념이 끊임없이 올라올 때 잠시 멈추고 10번만 호흡에 집중해 보라는 조언도 실천해야겠다. 가끔 나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구름이라 여기고 잠시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해 보는 연습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채우는 공부가 아니라 비우는 공부가 필요함을 느낀다. 비워야 공간이 산다. 비워야 삶이 보일 것 같다. 책 후반부 이혜인 수녀님의 책 서평 중 '송무백열(소나무가 우거진 것을 보고 잣나무가 기뻐하는 그런 마음)'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서로 종교가 다르더라도 포용하는 자세가 진정으로 신이 신자들에게 원하는 마음이 아닐까. 여전히 서로의 종교에 대한 부정으로 끊임없이 다투는 인류가 '송무백열'의 마음을 가지면 세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다. 혜민 스님의 책은 일상이 팽팽한 고무줄처럼 느껴질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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