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물들어 간다. 저자 Andrew Clements의 책들은 학교 소재를 다룬 이야기로 잔잔히 온산을 물들게 하는 가을 단풍처럼 독자 마음의 색깔을 바꿔버리는 힘이있다. 한권씩 그의 책을 읽어가며 저자의 글이 더욱 좋아진다. 어렸던 우리에게 학교 생활이 삶의 전부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공간을 다시한번 따뜻하게 기억하게 해준다. 회색빛의 추억에 하나씩 색채를 입히고 생기를 돋아나게 하는 힘을 준다. 그래서 읽을 수록 물이들고 읽을 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것 같다.
주인공 Nora는 5학년이다. 그녀의 학교 일상은 그녀 처럼 담백하다. 성적표The report card에 대해 친구 Stephen과 나누는 대화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성적결과에 걱정하는 스테판과 달리 노라는 태연하다. 그녀는 스펠링 시험 C를 제외한 모든 성적에서 D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 D를 받으려고 했는데 왜 C를 주었는지 의아해 한다.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은 노라의 똑똑함을 보여준다. 언니 Ann이 가지고 노는 퍼즐도 순식간에 맟춰 버리는 그녀의 영특함은 자칫 남들과 다르다는 인상으로 노라의 잔잔한 물결같은 삶에 방해물이 될것아 숨겨온다. 3살도 되기 전에 스스로 글자를 읽어내지만 그 사실도 숨겨 왔고 유치원에서 배우는 모든 과정들이 쉽고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다름보다는 평범함을 좋아하는 그녀는 최대한 그녀의 영특함을 꽁꽁 숨긴다. 지루함을 견디는 그녀 만의 방식이 일주일씩 카피캣이 되어 그녀의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 해보는 과정은 또 하나의 놀이가 된 것 같다.
성적표를 가져온 저녁에 온식구가 모여 성적을 공개한다. 제일 똑똑하다고 인정 받는 그녀의 언니 앤은 고등학생이고 한 학기 빠르게 졸업할 만큼 성적이 우수하다. 그녀는 가족들 앞에 당당히 모든 과목에서 받은 A를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그리고 노라의 오빠인 8학년 Todd도 그의 성적을 공개한다. 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서 양호한 성적을 가족앞에 발표한다. 하지만 주인공 노라는 자신의 성적표 읽기를 거부한다. 결국, 그녀의 점수를 알게 된 부모에게 D모양이 예뻐서 모두 D를 받았다고 대답하는 그녀의 능청스러움이 사랑스럽다. 어릴적 언니 오빠들의 성적표에 대한 엄마의 시상 정책이 떠올랐다. 한두살 터울인 언니와 두오빠들은 성적에 따라 일등은 삶은 달걀 3개, 이등은 2개, 삼등은 1개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언니와 두 오빠는 공부를 잘 했었나 보다.
노라의 성적을 의논하고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부모님과 교사들이 모인 회의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노라는 마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들 또한 그녀의 낮은 성적에 대한 우려와 도움을 주고 싶다는 표현들이 따뜻함이 느껴진다. 정작 본인 노라만이 느긋하게 이 상황을 관망한다. '잠들지 않는 자는 절대 깨지 않는다'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성적 또한 진짜 실력이 갖추어 졌을 때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만들어 낼수 있다. 노라가 도서관에서 켜놓은 컴큐터를 도서관 사서인 Mrs. Byrne선생님이 지난 5년간 노라 혼자서 공부하고 시험을 쳐온 이력을 알게 되고 명석한 노라의 능력이 알려 지게 된다.
아이큐 테스트를 하고 영재 프로그램에 그녀를 보내야 한다는 갑작스런 분위기는 노라를 분노하게 만든다. 자신의 딸이 똑똑하다는 것을 안 노라 엄마는 영재 학교 입학과 향후 들어갈 대학들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를 쉴세 없이 쏟아내지만 정작 노라의 기분을 살피지 못한다. 어린 노라는 결국, 친구 스테펀과 함께 학교 시험거부에 대한 내용을 의논한다. 성적으로 아이들의 똑똑함과 우둔함을 결정짓는 학교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아이들만의 반격이 귀엽다. 하지만, 노라는 자신의 똑똑함이 알려진 이후에도 시험 3개 모두를 의도적으로 0점을 만들고, 이로 인해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간다. 도서관 사서인 브린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통해 자신의 태도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정리될 시간이 필요해 주말동안 친구 스테판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월요일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학교도 가지 않는다.
그녀의 표현이 재미있다. '어떻게 해야 열이 오르고 엄마, 아빠의 동정을 받을지를 알고 있다.' 월요일 느긋하게 티비를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엄마가 나타나 학교에 함께 가야할 상황을 설명해 준다. 친구 스테판이 시험을 거부하자는 전단지를 학교에 붙이고 노라반 아이들이 2명 빼고 모두 0점 을 받은 것이다. 이로인해 학교 선생님과 교장 그리고 몇몇의 학부형들이 모이게 된것이다. 이 일에 대한 원인 제공자로 노라와 전단지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쓴 스페판은 2주간의 정학에 대한 논의까지 나오게 된다. 유순한 스테판의 전단 내용은 마치 귀여운 영웅의 탄생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읽다가 다음 내용이 궁금해 지는 부분이 제법 나온다. 노라의 명석함이 어떻게 드러날 것이며, 의도적으로 지능검사 문제를 틀린 그녀의 아이큐 테스트 시험결과와 그리고 그녀와 스테판이 어떻게 정학위기를 모면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들이 작가의 응집력이 느껴진다. 도서관에서 기다리는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노라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면은 대견하다. 성적으로 인해 아이들이 승자가 되거나 패자가 되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고 학교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선택한 방법이 옳지 않았음을 깨달았으며, 다른 방법을 찾아 보자고 아이들을 설득한다. 결국, 두 꼬마영웅들은 0점 대열에 참여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은 숙제를 하자고 이야기 함으로써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무사히 소동이 끝난다.
교장 선생님과 부모님이 노라의 영재 학교 입학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에서 드디어 노라는 소신있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한다. 평범한 학교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습을 스스로 찾아내서 자기답게 배움을 지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려서 부터 지금까지 배워온 방식으로 공부하겠다는 그녀의 의견이 수용되고 조용하게 그녀의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친구 스페판과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그를 늘 뒤에서 도왔던 노라의 배려심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특함이 학교 성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리지만 자신의 삶에 주도적인 노라의 당찬 결정들이 진정한 영리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배움이란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어린 노라는 자신의 천재성을 감출 수 있는 인내와 겸손 그리고 친구를 배려하는 이해심과 자신의 삶이 외부 조건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자존감과 주도성을 갗준 인물이다.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재능 또는 조건들을 꾸밈없이 솔직 담백하게 들러내는 작가의 글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학생시절 높은 성적에 대한 갈망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가 보다. 주인공의 학교 성적에 대한 은근한 공격에 대해 마음 편한 미소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인생학교의 학생인 우리모두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각자의 모습으로 삶의 성적표를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결과는 남이 판단하는게 아니라 노라처럼 스스로가 내릴 수 있으니 조급해 할 것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게 더 중요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