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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스티브 잡스, 생각 확장의 힘]-왕쥔즈

by 조윤효

길가에 버려진 통나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쓰레기라고 지나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겨울을 따듯하게 해 줄 모닥불을 피우는데 좋을 것 같다고 가져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것을 들고 가 조각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 인물에 대한 평도 그럴 것 같다. 그냥 흘려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를 통해 삶의 교훈을 얻는 것으로 끝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앞서 살아간 그에게서 자신의 삶에 적용할 규칙을 찾아내고 실행해 보는 사람도 있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서 어떤 부분을 내 삶에 적용할지를 생각해 보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실천의지를 발견했다. 저자 왕쥔즈는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잡스의 인생 주옥같은 보물들을 독자들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40개의 작은 선물상자에 넣어 주었다. 책은 독자가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긴 휴가 기간에 하루 만에 개떡 감추듯이 꿀꺽 삼키게 만든 책이다.


스티브 잡스의 일에 대한 원칙들은 귀감을 삼을 만 하다. 잡스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 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마치 고기만 먹다 보면 느끼할 수 있는데 사이사이 야채를 맛보게 해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둘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끝없는 혁신을 낚는 것, 탁월함에 대한 이야기,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 인생을 걸 가치를 품는 일,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 이기는 습관을 담는 것, 회복하는 힘을 얻는 법 그리고 스스로 믿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잡스의 일화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잡스는 '상상할 수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라고 했다. 아인슈타인과 생각의 고리가 연결되는 기분이다. 청년시절 잡스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계 어디든 전화를 할 수 있는 블루박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첫 통화 대상은 로마 교황이었다는 말에 괴짜 개구쟁이라는 별명을 하나 더 달아줘도 될 것 같다. 그에게는 'IT에 미친 사람, 디자인 천재'라는 별명들이 군인의 훈장처럼 달려 있다. 미친 몽상가라는 별명이 왠지 그가 좋아할 만한 호칭일 것 같기도 하다. 그가 10년 동안 세상을 향해 내놓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를 추종하는 소비자를 만드는 현상까지 일구어 낸 것이다. 혁신을 위해 사고의 틀을 과감히 뛰어넘어 기술적인 혁신이 아니라 가치의 혁신을 위해 하드웨어 전자 제품과 그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는 놀랍다. 제품명의 첫 글자에 붙는 '아이(I)'는 인터넷 Internet과 개인 Individual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는 '개인 컴퓨터 시대는 곧 사라지고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잡스 생각이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비자를 따르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를 이끄는 기업으로 간결하고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그의 천재성은 분명 독특하다.


잡스의 9가지 운영 원칙을 보며 나만의 학원 운영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해 휴대폰 메모난에 제목을 기록해 두었다. 잡스의 9가지 운영원칙은 '최고의 인재를 끌어 온다, 모든 것을 통제한다, A플랜만 있을 뿐 B플랜은 없다, 가혹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 소프트 웨어는 영원한 핵심 기술이다, 제삼자와의 협력은 신중하게 한다, 신제품은 최고의 기밀을 유지한다, 가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제품을 만든다, 과학 기술 제품을 만들어 놀라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킨다'이다.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고수하고 행동했기에 그의 제품들은 집중과 단순함이라는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성공의 조건은 갖추었지만 성공을 위한 행동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잡스의 가치관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게으름과 미루기는 젊은 이들이 반드시 버려야 할 인생의 나쁜 습관이라고 말하며 잡스의 혁신 능력의 배경에 항상 놀라운 행동력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탁월한 인생을 살려면 탁월함의 특성을 갖추라고 조용하게 조언한다. 탁월한 기업은 탁월한 팀이 필요하고 탁원한 팀은 탁월한 개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개인들은 단순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완벽하고,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한다. 탁월해지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게 그 탁월한 특성을 갖기 위해 노력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겪는 모든 일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무엇가를 믿어야 한다.'라는 잡스의 연설은 막연히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미래로 가는 방향을 보여주는 점을 만들어 내는 현재의 경험을 좀 더 가치 있게 여겨야 함을 느끼게 해 준다.

'해군이 되기보다는 해적이 돼라'라는 말이 잡스 답다. 매킨 토시 개발팀이 일하는 빌딩 꼭대기에 한때 해적 깃발을 꽂았다는 일화는 '뭔 가를 지키는데 급급한 해군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계속 빼앗는 해적이 돼라'는 잡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름을 만드는 디테일에 집중하라'라는 잡스의 생각과 중국 가전제품 제조 업체 CEO 장루이민의 말도 색채가 비슷하다. '무엇이 대담함인가? 간단한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바로 대담함이다. 무엇이 쉽지 않은 것인가? 남들이 다 쉽다고 생각하는 일을 매일 최선을 다해 해내는 것이 바로 쉽지 않은 것이다.'


장애물을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는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저자가 인용한 어느 철학자의 말이 인상 깊다. 성공이란 넘어진 횟수보다 일어난 횟수가 한번 더 많으면 된다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잃는 게 더 두렵다. 잡스는 이야기했다. '집중하고 전념해야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다.' 집중할 할 것에 '예스'라고 말하는 것보다 다른 좋은 아이디어 수백 개에 대해 '노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집중이라고 한다.


'늘 갈구하고 늘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잡스의 명연설을 통해 인간됨의 기본이 비어있는 잔이 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과 중국 속담인 '불만족은 향상의 수레바퀴다'라는 말과 잘 조화가 된다. 잡스의 사고 중 '내가 아는 모든 방법 중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을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라는 생각은 내 삶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으면 인생을 충만하게 살고 있지 않은 것이다'라는 잡스는 성공만 걸어온 사람은 아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가 그를 더 크게 성장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일을 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인생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충실함을 느끼게 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사명감을 가진다면 그 자체로 당신은 특별합니다.' 만족스러운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며,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로 다시 한번 내 업에 소명과 일을 대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보게 된다. 러시아 문호 막심 고리키의 인용글은 다시 한번 독자의 마음에 확신을 준다. '일하는 것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인생은 그 자체로 천국'이다. 일 자체에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야 노력하고 분투할 가치가 있으며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따뜻한 조언이 햇살처럼 빛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처럼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여러분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라는 잡스의 이야기는 긴 울림을 준다. '사람은 평생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하게 되는 일을 모두 제대로 완벽하게 해야 한다.'라는 말은 이 책의 가장 큰 핵심 교훈 같다. 결국, 자신이 하는 일을 연인을 대하듯 하고, 그 일에 소명을 더해 집중과 단순함을 통해 탁월함을 만든다면 우리 모두 잡스처럼 우리들만의 신화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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