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 위에 12명의 여성 사진들이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오랜 역사 속에서 나약하고 순종적인 그림을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남편과 아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또는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리더로 성장한 여성들의 삶은 용기를 줄 것 같다. 세계 각국의 여성 리더들의 자료를 모아 그 나라에서 성장한 여성들의 삶과 정치에 뛰어든 그녀들의 삶을 보여준 책은 저자의 오랜 공부가 아니면 어려웠을 것 같다. 덕분에 따뜻한 방에서 책을 통해 그녀들의 삶을 경탄의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책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 장관 라이스를 먼저 소개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조용하게 자리 잡은 미국사회에서 그녀의 두각은 백인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었기에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그녀는 젊고 총명한 교수였고,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부시의 가정교사 역할을 했으며 그와 종교가 같고 좋아하는 스포츠가 같아 서로 죽이 잘 맞았다고 한다. 그녀는 유창한 러시아 실력뿐만 아니라 소련문제 전문가로 불렸고, 외교적 전략과 국제사회에 대한 깊은 전문지식을 가졌기에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 여성 국무장관이라는 큰 직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편견의 선을 뛰어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월등이 뛰어난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키우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 국가의 운명을 한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위대한 정치가라면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다. 9.11 테러에 지혜롭게 대처했고 소련과 미국의 갈등을 잘 조율했던 라이스는 위대한 정치가중 한 명이라 불려도 좋을 인재인 것 같다.
한국 여성 총리 한명숙은 1970년에서 1990년 까지 정치활동을 통해 한국 여권 신장 운동의 큰 핵 역할을 했고, 민주화 운동을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이다. 민주화 운동으로 남편이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옥바라지를 했고 그녀 또한 민주화 운동으로 2년 반 동안 옥살이를 했다. 서로 교대로 감옥에 들어간 배우자를 위해 옥밖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그들 부부의 큰 연결고리가 되었을 것 같다. 자신들의 아들에게 부부의 성을 한자씩 넣어 박한-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그들 부부의 평등함을 통한 존중이 엿보인다. 그녀가 말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우선 조정 능력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도덕성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한국 정치가들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뉴질랜드 여성 총리 헬렌 클라크는 세 차례 연임에 성공한 능력 있는 사람이다. 뉴질랜드 경제 성장률 5%를 유지시킨 그녀의 힘을 국민들이 연임으로 지지한 것이다. 그녀는 역사상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지도자라고 한다. 그녀는 '경제발전은 사회 정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독립적이고 현실적인 외교 정책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리더였다. 아시아계 주민들 이민을 유도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켰고, 이를 경제 활력소로 잘 이용했다. 그녀는 탐욕스러운 책 중독자라고 자신을 칭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나라 살림을 살리는 방법을 배우고 지혜롭게 국가를 운영한 힘을 얻은 것 같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책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을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
칠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한때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다. 그래서 우리가 원조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재해에 쉽게 노출되는 그 나라의 특성상 경제 발전의 속도가 더딘 것 같다. 여성 대통령 아로요를 소개하고, 세계 보건 기구 여성 사무총장인 중국인 천평 푸젼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남자를 놓치기 싫어 캐나다 유학까지 따라간 천평 푸젼의 순애보가 인상 깊다. 문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의학으로 자신의 전공까지 바꾼 당찬 여성이다. 후에 세계 보건 기구 사무총장이 되었을 때 남편이 쉽게 그녀가 근무할 스위스 제네바로 그녀와 동행한 것은 당연한 사랑의 보답처럼 보인다.
칠레 여성 대통령 바첼레트는 용서와 관용을 보여 준다. 군부 체제로 그녀와 그녀 어머니는 감옥살이를 했으며 갖은 고문을 받았지만 한 군인의 도움으로 유럽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랑 5년의 세월을 겪는 동안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공부하는 계기로 삼았고, 후에 칠레에 돌아간 그녀는 이미 실력과 인내를 갖춘 강한 여성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신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시련을 주신다고 했는데 꼭 그녀에게 맞는 말 같다. 대통령이 된 그녀는 그녀를 고문했고 힘들게 했던 군인들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고 오히려 군대와 일반 시민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는데 노력한 관용을 실천한 리더다.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공화 제도를 채택한 국가인 라이베리아의 여성 대통령 셀리프의 이야기는 기적 같다. 내전으로 아프리카는 문맹률이 월등이 높고 또한 여성의 지위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아래에 있다. 17살에 결혼해 네 명의 자식을 둔 셀리프가 이혼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이야기는 기적에 가까운 것 같다.
독일 여성 총리 알겔라 메르켈은 과학자에서 정치가로 변신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흔들리는 독일의 정치판을 잘 조율한 여성이었던 것 같다.
라트비아 여성 대통령 바케프라이 베르가에 대한 이야기도 독특하다. 유럽 강대국 들에 둘러 싸인 라트비아는 소련과 독일이 전쟁을 벌이는 장소가 되어 수만 명의 난민을 만들어 낸 뼈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쟁을 피해 7살에 독일 난민촌에서 살았고, 다시 폐쇄된 난민촌을 떠나 프랑스의 속국이였던 모로코로 가서 불안한 삶을 살았다. 다시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그곳 최고의 대학 토론토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라트비아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포르투칼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떠돌아다니는 난민의 신분으로 살아남기 위해 그 언어를 배운 간절함이 그녀의 실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1990년 소련 해체 후 독립을 이룬 라트비아의 실업률은 80%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토론토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년퇴직 후 다시 자신의 나라로 갔다고 한다. 그녀로 인해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대통령이 된 후, 국민의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구사함을 알고 64세의 그녀는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아니 더 잘 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는 그녀의 자세는 교훈이 된다.
아일랜드 미녀 대통령 메리 매킬리스와 캐나다 흑인 여성 총독 미셸장에 대한 소개도 독특하다. 또한 핀란드 여성 대통령인 타르야 할로넨의 이야기는 강한 인상을 준다. 싱글맘으로 동거남인 남자 친구와 대통령 관저에 들어가고 대통령이 된 후에 관저에서 결혼실을 올린 그녀의 삶도 독특하고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핀란드의 열린 문화도 대단하다.
세계 지도 위에 펼쳐진 여성 리더들의 삶은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여성의 한계를 정하는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무한의 가능성을 구현해낸 그녀들의 삶이 경이롭다. 정해진 것은 없다. 단지, '자신의 한계선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위한 노력만이 잠재된 능력을 서서히 깨어나게 만들 뿐이다'라는 생각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