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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 이영직

by 조윤효

나를 알고 남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삶의 지혜다.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한 인간의 세계는 저자가 이야기하듯 무작정 혼돈 스런 카오스와 혼돈스러워 보이지만 그 너머에 질서가 있는 복잡계가 존재한다. 인간의 행동이 카오스와 복잡계에서 나오는 것이라 한다. 이를 이해한다면 내가 나와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쉬울 것 같다. 또한 사회적 현상을 보고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원인을 알 것이며, 쉽게 동조되는 현상도 경계가 될 것이다. 책은 우리가 다른 책에서 접했던 수많은 인간의 심리학적 특성들을 이야기한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전해 주는 심리학적 원리들을 쉬운 표현법으로 소개하고 있어 완독 하기 좋은 책이다.


미국의 우주선 첼린저 사고를 통해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디테일이 중요함을 알 것 같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리처드 파인만은 우주선속 연결 부위에 정착된 고무재질 링이 추운 날씨에 파괴되어 우주선 폭발의 원인이 되었음을 찾아냈다. 그래서 큰 일일수록 디테일의 힘이 더욱 중요한 것을 ‘링이론’이라 부른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명품의 원인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됐다. 명품 소비자는 재화의 효용가치가 아니라 심리적 가치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다. 비쌀수록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더 확실한 보증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 아무나 살 수 없는 것을 가진 자신을 보여 주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하나의 시스템이 혼돈과 요동을 거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현상을 자기 조직화 라고 한다. 월드컵의 거리 응원과 촛불 집회는 자지 조직화의 전형적 예이다.

단순하고 즉흥적인 추론을 휴리스틱이라고 하는데 그 현상중 하나가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나, 좋은 첫인상이 그 다음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들 또한 휴리스틱의 한 현상이다.


장님들이 코끼리의 몸의 일부분을 만져보고 자기가 느끼는 그 부분으로 코끼를 정의하듯 불교에서는 코끼리를 붓다로, 맹인을 일반 대중이라 묘사한다고 한다. 내가 느끼고 판단하는 게 정확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 ‘세상에 어리석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는 부제는 삶을 향한 겸손을 각인시켜 준다. 기업가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기에 기업을 망치고, 정치가들은 그릇된 신념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고 한다. 하물며 평범한 개인인 우리들이 종종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자신의 신념과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는 올바른 정보라도 쉽게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확증 편향' 즉 '프레임 효과'에 대한 예도 놀랍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각자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개인의 눈을 가리고 있는 오류와 편견에 대한 인정이 첫걸음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사색하고 여행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랑과 종교의 공통점이 장애물이 많을수록 더욱 강렬해진다는 말이 재미 있다. 사이비 종교로 자신의 전재산과 목숨을 바친 미국의 종교 집단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지닐 수 있는 편협한 사고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 준다.


인간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고 사실과 감정에 따라 경험과 기억이 달라진다고 한다. 자주 회상하는 기억일수록 내용은 끊임없이 각색된다고 한다. 우리의 감정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듣는 힘겨웠던 군대 이야기나 부모님께 들었던 젊은 시절의 고생했던 이야기도 약간은 각색된 대본일 수 있다.


아이들이 하는 거짓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지 탐구하는 과정’으로 여기는 게 좋을 듯하다. 지나친 정직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수긍해 준 다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얻을 것인지 자라면서 알게 될 것이다.

프랑스 실존 철학자 사르트스의 말이 적절한 삶의 표현 같다. ‘인생은 B(탄생 Birth)와 D(죽음 Death) 사이의 C(선택 Choice)이다.’


스스로 자신을 구속하기 위해 제약하는 것 즉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통제하는 것을 ‘율리시스의 계약’이라고 부른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대비해 현재의 돈을 아끼거나 보험이나 적금 드는 행동이나 미래의 날씬한 몸을 위해 현실의 음식을 조절하는 다이어트 같은 심리적 상태가 ‘율리시스의 계약’이다.


다이아몬드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도 올라가는 현상을 ‘베블린 효과’라고 한다. 비싼 명품 유모차가 신세대 엄마들에게 붐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같은 모방 소비를 ‘밴드 왜건 효과’라고 하며, 반면 타인을 모방하는 유행을 의도적으로 따르지 않는 ‘스놉 효과’ 현상도 있다. 소비의 형태가 이 세 원칙하에서 흘러가는 것 같다.


만장일치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케네디 대통령과 그들의 똑똑한 하버드 졸업생들의 참모들이 쿠바 봉쇄 작전에 만장일치를 했던 일화를 통해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 바보가 되는 ‘아폴로 신드롬’의 예를 보여 준다.

인간은 선과 악이 정해진 본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공감이 된다. 유대인 6백만 명을 죽인 히틀러가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동물 보호법’을 만든 사람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가짜약이라도 믿으면 효과를 보는 ‘플라세보현상’과 전원이 꺼진 냉동고에서 부정적 자기 암시로 얼어 죽은 ‘노세보 현상’을 통해 세상의 일이 결심한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데로 된다는 것을 저자는 조용하게 이야기해 준다.

‘인지 부조화’에 대한 다양한 예시도 공감이 된다. 환불받지 못할 숙소비 때문에 휴가 기간에 비가 오더라고 ‘비 오는 바닷가도 운치가 있어 좋아’라고 스스로 설득해 버린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또한 들어간 초기 비용이 아까워 중단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기도 하는 예시를 통해 인간의 심리 저변에 깔린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게 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님비 현상’(Nimby; not in my backyard)은 자신의 동네에 원자력이나 쓰레기 매입지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심리적 용어다. ‘필피 현상’(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은 지역발전에 유리한 시설을 적극 유치하려는 심리를 이야기한다. 사회 곳곳에 발생하는 님비 현상과 필피 현상을 우리는 종종 만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상의 이치를 표현하는 말도 인상 깊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남과 북이 분열된 상태인 나누면 적이 될 수도 있고, 공동의 적이 나타나 뭉치게 된 중국과 파키스탄 그리고 미국과 인도의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먼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데자뷔’가 있다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데자뷔’ 글자를 거꾸로 쓴 ‘뷰자데’는 지금 기술이 한껏 발전한 현시대에 필요한 안목이다.

진짜 나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과 거울을 통해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이 다름을 이야기해 준다. 왼쪽 얼굴이 더 감정을 잘 나타내주기 때문에 상대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왼쪽 얼굴을 보라는 조언도 재미있다.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으면 남성의 오른쪽에 앉으라고 이야기도 웃음이 난다. 또한 퇴근길 오른쪽에 있는 가게가 더 잘된다는 이론도 도움이 될 듯하다.


사람들의 모호한 심리를 정확하게 표현해 줌으로 써 그 원리를 이해하게 도와준다. 삶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욱 완벽해 지기를 바라지만 결국, 수시로 피어오르는 구름처럼 우리의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삶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단지, 그 현상을 구체적 언어로 명시하다 보면 조금은 감정의 실체를 이해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쉬워질 것 같다. 독서가 지루해질 때 질겅질겅 오징어를 씹듯이 편안하게 단맛과 짠만을 맛보며 읽어 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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