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마스터]- 유승준
사람들은 모두 한 권의 책이다. 살아갈 날들이 많든 아니면 살아낸 날들이 많든 누구나 한 권의 책이 될 가치가 있다. 타인의 삶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업을 가진 저자 유승준 편집자는 동아 알루미늄 CEO라제건 회장을 만나자 한 권의 책을 상상했다. 그리고 라제건 회장의 삶과 사상이 작년에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읽으면서 왜 제목이 ‘마스터’인지 알 것 같았다. 라제건 회장이 자신의 업에서 마스터가 되기까지 겪었던 이야기와 그리고 삶의 철학이 제목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마스터가 될 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인지 자문하게 만든다. 강소 기업이며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동아 알리미늄 DAC는 전 세계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마스터 다운 업적이다.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회사다.
기업의 리더가 돈을 버는 일보다 각 당 복지 재단을 통해 사랑의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과 죽음을 잘 준비해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윤리를 한층 높여가는 일 그리고 한국 자원봉사 협회를 통해 자원봉사 정신을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여 건강한 시민 사회를 만드는데 관심이 더 많았기에 저자가 책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을 것이다. 저자가 만난 DAC의 8가지 놀라운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는 라제건 회장의 철학이 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현실화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책의 부제는 ‘대담하게 일하고, 냉정하게 대화하고, 매 순간 진심을 다하여’이다. 불확실하고 위험하지만 과감하게 발을 내디뎌 걸어야 한다는 대담함을 보여주는 라제건 회장의 인품도 멋지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전력을 다하는 것이 대담함이다. 각오하는 것은 순응이자만, 전력을 다하는 것은 극복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라제건 회장의 삶을 잘 보여 주는 것 같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시민들을 위한 영화 상영의 밤에 사용된 850그람 경량 캠핑 의자 1000개는 책 뒤의 사진 속에서 보듯이 예술품처럼 보인다. 한국의 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고 자랑스럽다. 1955년부터 시작된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는 제품, 커뮤니 케이션, 콘셉트에서 산업 제품의 디자인을 평가하는 저명한 시상이라고 한다. 헬리녹스가 10여 차례라 이 상을 받았다고 하니 그 제품의 디자인과 우수성이 세계적이라는 칭찬을 이해할 수 있다.
DA17로 텐드폴 공급 업체로 선두를 달렸지만 텐트 모델까지 제안하는 업체로서 자리 잡았다. 자신의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생산품까지 관심을 갖는 리더의 디테일이 보인다. 하지만 기술력 유출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제조업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모방자들의 타깃이 되기 때문에 그 위치를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타깃이 된 리더가 살 길은 더 좋은 제품을 창조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신념일 단연 일등의 자리를 유지하게 해 준 비결 같다. 새로운 소개 개발로 더 달린다는 혁신 정신이 DAC의 텐트 연결대인 페더 라이트를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한 것 같다. ‘기업의 흥망 성쇠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과도한 칭찬에 취해서도 안되고 현재의 성공에 자만해서도 안된다. 지금 시장을 낙관해서도 안되며,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저자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산악인 박영석은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미터 거봉 14좌와 남극점과 북극점을 등반에 성공해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인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분이다. 그가 자진해서 DAC제품에 대한 감사함으로 최고의 고지에서 회사마킹이 달린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을 정도로 신뢰를 주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가 DAC다.
전 세계 텐트 시장을 석권해 온 지 20년이고 세계 텐트 브랜드 10개 중 9개가 DAC탠트폴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육군도 고객이라니 제품에 대한 완벽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허만 180개가 넘고 회장 라제건이 디자인 탠트가 1000개 넘는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떠오른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는 아들 라영환이 책임지고 부터 3년 동안 연매출 200억을 달성하고 있다고 한다. 헬리는 태양신 ‘헬리오스’와 밤의 여신 ‘녹스’를 조합한 말로써 태양의 신과 밤의 여신의 조합을 의미한다고 한다. 천체 망원경 자동 마운트에 사용하려던 이름이었으마 바이어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아웃도어 브랜드 명이 되어 한참 성장 중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과 실천을 보여주는 일화를 통해 선한 아버지에 선한 아들이 만들어 낼 좋은 영향력이 기대가 된다.
거대한 정원이 된 공장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책 뒤에 펼쳐진 사진을 보며 작가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건물 맨 위에 설치된 수사슴과 정원 사이사이에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는 조각품들을 보며 결국 공장도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건물이라는 라제건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DAC의 갤러리는 외국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연세대학시절 가야금 대가로 부터 가야금을 배워 외국 바이어들이나 직원들에게 가끔 들려준다는 라제건 회장의 연주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스웨덴에 있는 최고의 텐트 만들기의 선두자인 보 힐레베르그와의 20년 우정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세계 최고가 목표이고 좋은 회사를 만들려는 의지와 사회에 기여하고 서로 돕는 기업 문화 때문인지 DAC에는 장기 근속자가 만다고 한다. IMF 시절 기업들이 모두 힘들었다. 기업뿐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개개인들 또한 인행을 담보로 돈을 빌린 직원들은 이율이 높아 어려움에 처했었을 것이다. 라제건 회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직원들의 높은 이자율 감당의 부담을 덜어 주고 싶어 했던 그의 배려와 결단력이 존경스럽다. 매출 목표가 없어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회사를 운영하는 그의 최고의 자산이 정직과 신뢰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결국, 리더의 인품이 회사의 기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라제건 회장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명문가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특히, 어머니 김옥라 여사의 삶에 대한소개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103세에 행복하게 삶을 마감하셨지만 그녀는 6.25 전쟁을 겪었고, 걸스카우트 운동을 뿌리내리게 한 사람이며 세계 감리교 여성 최초의 연합 화장이셨다. 자원봉사 분야 선각자이며 사회 공헌 분야의 대모역할을 해낸 인품이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것 같다. 연세대에서 50대에 신학 박사 과정을 최우수 졸업할 수 있었던 그녀는 자신의 집의 일부를 자원봉사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선뜩 기부할 수 있는 인품이다. 라제건 회장의 부모님에 대한 일화 또한 부부가 서로 닮은 인격체로 어떻게 어려운 한국의 힘든 시절을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 살아왔는지를 보여 준다. 장관까지 지낸 라제건 회장의 아버지 라익진의 말과 행동을 규정짓는 원리가 사랑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아들.
도가 철학자 최진석 교수와 나누는 대화내용도 인상 깊다. 시골집 내려가는 길에 차에서 최진석 교수의 강의를 즐겨 듣는다. 그와 인연이 있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최진석 교수는 힘에 대해 라제건 회장에게 명쾌한 정의를 내려 준다. 힘은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좋은 것이라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제건 회장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선하고 아름다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일어설 것 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힘을 기르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말한다.
선진국이란 기부와 나눔 같은 이타적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있는 나라라고 한다. 빌케이츠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랠프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구를 인용한 문구도 인상 깊다.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았으므로 해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좀 더 편안히 숨 쉬었음을 깨닫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 This is to have succeeded.)' 사회적 성공과 사회에 기여정도가 함께 가야 함을 알 것 같다.
잘 죽을 권리, 존엄성을 잃지 않은 채 세상과 이별할 권리, 본인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관한 관심을 다루는 '한국 죽음 교육협회'와 웰다잉(Well dying) 전문강사를 양성시키는 교육을 하는 '애도 심리 상담 센터' 비영리 단체까지 라제건 회장의 영향력이 존경스럽다. 라제석 회장의 연설 내용 중 죽음에 대한 철학은 기억에 오래 담아 두고 싶다.'죽음은 삶의 다른 한 면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주어진 삶의 절반만을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죽음을 맞는 과정 혹은 죽음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어둡고 두려운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삶의 다른 한 면으로서 죽음에 초점을 맞추면 철학을 그 축으로 하여 문학, 예술을 포함한 인문학 전체로 범위가 넓어집니다. 종교 역시 그 중심에 죽음이라는 주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인간을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이고 살게 하는 교육이 죽음 교육이라고 최진석 교수도 이야기한다.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사람만이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기가 자기로 존재하게 하는 충격은 죽음을 인식할 때 가장 잘 등장한다고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두 질문이 같다고 한다. 죽음을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을 직시할 수 있기에 죽음 교육이 바로 삶 교육이라는 명언을 얻었다.
라제건 회장은 큰 산을 닮았다. 사회적 성공을 손에 들고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그의 삶은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과 후손들에게 읽혀야 할 훌륭한 양서 같다. 나의 업에서 또는 나의 삶에서 '마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