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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멍 때리기의 기적] - 스리니 필레이

by 조윤효

흔히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몰입해야 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몰입과 집중은 하나의 빛이 되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부쩍 몰입에 힘을 주다 보니 생활의 작은 사건들에도 예민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되어 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 때 만난 책이다. 저자 스리니 필레이는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6가지의 의견들은 일상의 긴장감의 원인을 알려 준다.


‘집중하려고 애쓰지 마라’는 서론으로 시작해 6장의 큰 제목들로 책은 전개된다. 그리고 ‘비집중 선언문’으로 결론을 마무리 짓는다. 엉뚱해 보이는 제목 자체가 고정관념을 깨 주는 독특한 생각이 숨어 있을 것 같아 읽어 가는 동안 저자의 진짜 의도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백설기떡 위의 고른 팥처럼 책이라는 긴 여정 속에 저자의 생각들이 고르게 나열되어 있다.


집중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집중은 오히려 무기력을 동반하게 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험을 통해 한 활동에 집중되어 있는 그룹보다 그렇지 않은 그룹이 타인을 더 잘 배려하는 연구 과정을 보여 준다. 집중과잉은 배려의 상실을 부르고 도덕적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전전 두피질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활을 돌아보니 일에 빠져 있을 때 타인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 이유가 전전 두피질 고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집중은 폐쇄적 좁은 광선이고 비집중은 주변을 넓게 비추는 광선이라고 비유한다. 집중과 비집중을 가지고 생활의 리듬을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방법을 습득할 때 효과적이고 생산적이며 민첩해지게 된다고 한다. 결국, 생각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이 커지고 독창성이 커지며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집중과 비집중을 통합해 새롭고 의식적인 리듬을 만들어 내야 한다. 경직된 근육을 마사지로 풀어주는 역할이 비집중 활동임을 알 것 같다.


비집중이 되어 있을 때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활성화 정도를 감소시키고 침착한 감정을 형성시킨다고 한다. 전전두피질 활동을 복구해 자기 사고에 다시 에너지를 넣고 피로감이 줄어들고 장기 기억이 향상되도록 돕는 비중집에 대한 중요성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비집중에 미치는 가장 일괄성 있고 심오한 영향인 ‘디폴트 모드 네트 워크 defalut mode net work(DMN)’의 활동을 증가시켜야 한다. 배우고 난 후 휴식을 취하며 자기 것으로 소화해 정착시키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중요한 측면이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공부 후 수면을 취할 때 우리의 뇌 속 해마는 장기기억과 단기 기억의 종류를 구분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의 뇌를 최적화시키는 것 같다. 정신없이 몰두해 공부했던 저자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졌다고 한다. 집중 사이사이 비집중시간을 늘리자 다시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자신의 생활을 느슨하게 해 줄 통찰을 개개인이 개발해야 한다는 말에 강한 공감이 든다. 인지 리듬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집중과 비집중을 가장 효과적으로 섞는 능력을 만들어 내야 함을 알 것 같다.


집중되어 있을 때 우리의 뇌는 베타파를 형성한다. 알파파, 세타파, 델타파로 내려가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긴장이 줄어든다고 한다. 집중과 비집중에 함께 나타나는 게 감마파인데 이는 집중과 비집중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집중과 비중집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과잉 집중은 뇌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연결을 차단하기 한다. 집중 중독, 불확실성, 집중 개발이나 습관을 리듬 파괴자로 부른다. 반면 몽상, 마음 방랑, 공상, 상상, 몸을 사용하는 활동 그리고 명상을 비집중을 활동이라 정의한다.


리듬을 형성하는 보조 바퀴로 비집중 시간을 정하거나 비집중 시간표를 정해 매일의 일상이 끼어들지 말게 하라고 한다. 집중할 시간을 정해 집중하는 게 아니라 비집중 시간을 정해 그 활동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낯설었다. 늘 집중해서 무엇인가 해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력에 대해 들어오던 터라 비집중 시간을 정해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마음의 경계가 생겼다. 하지만, 계속되는 저자의 의견을 통해 조금씩 수용해 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결국, ‘집중-집중-집중-피로’라는 집중 중심의 생활보다 ‘집중- 만지락 거리기-집중- 휴식- 집중- 첨벙 대기- 집중- 시도’라는 공식이 생활에서 피로라는 녀석을 등식에서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일의 성취도가 높다는 것이다. 책은 비집중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있고 그것을 지켜 나가고 있는지 생활을 돌아보게 만든다.


구체적 사고가 아니라 유동적 사고, 혼돈을 번개를 동반한 바람으로 보지 않고 활력을 샘솟게 하는 근원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징적 사고 연습을 통해 은유의 질을 올리고 세상을 보는 렌즈를 바꿀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상황을 분석할 때 분리적 사고와 통합적 사고가 조화를 이룰 때 창의적 사고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취미와 창의성을 연결해 보고 자신의 관심사를 키워나가는 비집중 활동이 필요함을 알 것 같다. 시각적 사고가 개입된 취미, 단순히 생각하는 것보다 몸으로 움직이는 학습, 미술, 음악등의 영향력이 특히 두드러 진다고 한다.


역동적 학습으로 낙서에 대한 저자의 찬양은 공감이 간다. 테이프를 들려주고 그냥 기억하게 하는 그룹보다 낙서를 하면서 듣게 했던 그룹이 29% 더 많은 것을 기억했다는 실험이야기도 들려준다. 의도적 집중으로 기억하려 할 때 뇌는 뻣뻣한 스펀지 같다면 낙서하는 뇌는 더욱 자유롭고 흡수력이 뛰어난 힘을 준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 하루 15분 낙서를 해보고 한 달 후 그 낙서한 내용을 관찰해 본다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일정한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낙서 살펴보기는 효과적일 것 같다.


심리적 무게 중심과 내면의 나침판이 있어야 ‘현실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할 때’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고도의 집중을 요할 때 작업과 관련이 없는 거의 힘이 들지 않는 활동을 추가해 본다면 DMN이 가동되어 긴장감이 줄어들고 뇌가 편안해져서 생활리듬이 생겨 활기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집중하는 활동 사이에 다른 종류의 연결을 형성하는 활동을 한주에 15분 넣고, 샤워할 때, 심심할 때, 할 일이 없을 때 이 과정을 일과에 포함해 보라고 한다. 이런 활동들이 뇌가 연결을 인식하게 되어 서서히 연결되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소유한 능력을 위대성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다. 자신에게서 최고의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뇌세표와 뇌 회로를 다시 정렬하는 과정을 만들어 내라고 한다. 뇌는 바꿀 수 있고, 게다가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매력적인 신체 기관이다. 집중은 위대성을 달성하는 공식의 일부지만 집중의 군원이 성공을 결정한다고 한다. 매일 실행하는 사고에 비집중을 통합하는 정도에 따라 위대성이 결정된다고 한다.


‘삶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삶이 중요하므로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불러온다. 우리의 미래는 돌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모래에 새겨지는 것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바다를 힘으로 누르기보다는 그 파도를 타고 함께 넘실대는 게 삶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집중되어 있는 시간 사이사이에 자신과 잘 맞는 비집중 시간을 일상에 넣고 실천해야 함을 알 것 같다. 집중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몸에 힘을 빼고, 비집중활동을 넣어 생활의 리듬감을 만들어 내야 할 시기임을 알 것 같다. 잔뜩 긴장된 몸은 위대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유연한 삶의 리듬감인 비집중 활동을 넣어야 시간임을 알려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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