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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세바스티안 헤르만

by 조윤효

인간의 행동은 이성과 감정의 줄다리기에서 결정된다. 경험이 많아지고 지식이 쌓이다 보면 이성적 판단이 더 우세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저자는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결정이 감정에서 이루어지고 뒤이어 그 결정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위해 이성을 사용한다고 한다. 즉, 감정이 판단을 지배하는 것이다. 감정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의식적인 생각보다 앞서고 의식적인 생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을 심리 학자 들은 ‘감정 휴리스틱’이라는 용어를 쓴다. 결국, 우리는 감정 휴리스틱 종이다.


흔히, 감정과 이성의 비유를 코끼리와 그 위에 올라탄 기수와 비교를 한다. 이성을 가진 기수가 감성적인 코끼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실제 코끼리가 길을 결정하는 형국인 것이다. 어떤 한 현상에 대해 사람들 간의 좋고 나쁜 평이 달라지는 이유가 사람마다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도덕적 기반과 감정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익숙함과 친숙함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부정적 감정을 사그라들게 한다. 광고의 기본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것임을 알 것 같다. 그래서 동일한 자극이 반복 노출이 되면 그 자극에 대한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이론은 놀랍다. 예로, 공산당에게 부모가 숙청당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조차도 당이 내건 이상적 공산당 전단지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긍정적 감정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소수의 특권층을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체제를 받아들이는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네오 포비아’적 인간 성향도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부정적인 특성은 긍정적인 특성보다 훨씬 다양하며, 좋은 것보다 더 나쁜 것이 훨씬 더 많다.’라는 표현과 함께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소개해 준다. 행복한 가정은 거의 비슷한 이유로 행복한데 불행한 가족은 다양한 이유로 불행하다는 그 첫 소절이 왜 유명한지 몰랐었다. 그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는 친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로 본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티브이가 나왔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고, 현재 휴대폰이 일상이 된 지금 긍정적 시각도 많지만 비판적인 우려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인간 심리의 한 부분이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은 정신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보를 쉽게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놀랍다. 쉽게 읽히는 글씨체로 쓰인 글을 보면 대체로 그 내용이 옳다고 받아들이는 인간 성향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복잡성이 거리감을 만들고 인지적 노력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메시가가 사람의 뇌리에 쉽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사용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이 당선이 되게 하는 문구가 된 것이다.


온라인 속에서 떠도는 수많은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럴듯한 거짓말과 거짓말 같은 진실들을 매일 접하는 우리 일상에서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판단의 오류를 줄여 줄 것이다. 허위 정보의 정정은 머릿속에 빈 공간을 남긴다. 허위라는 사실이 알려져도 새로운 대체 정보를 넣지 않으면 허위 정보 자체가 점점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유명인들의 허위 정보는 그냥 나누면 안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라지지 않는 거짓말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가 거짓말에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고 그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가끔, 거짓말에 지나치게 대응하는 유명인들을 보면서 흐린 물이 시간이 지나면 맑아지듯이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상응하는 정보로 대응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지고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상황이 좋아질 때 인간은 불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면 분노는 커진다는 이야기도 낯설다. 긍정적인 일들과 부정적인 일들이 함께 공존하는 삶에서 어느 순간 부정적 면이 줄어들면, 양면을 가진 부분들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인들의 행복지수가 잘 사는 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더 높게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흔히들,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 지수가 낮나고 이야기한다. 그 원인이 서서히 사라진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을 대신해서 사소한 것들이 부정의 개수를 맞춰가고 있어서 그럴 수 있다. 마치 파란 점 효과 같다.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인 종이를 보면서 파란색의 개수를 센다. 점점 파란색의 개수가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라색을 파란색으로 보는 현상이 사회 현상과 닮아 있다.


지식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무지함을 양성한다는 이론이다 공감이 간다. 잼이론은 흔히 알려진 실험이다. 6종의 잼에서 선택하는 그룹들이 30종의 잼에서 선택하는 그룹보다 구매결정을 더 많이 한다. 또한 다양한 동기를 가진 사람보다 몇 가지의 동기를 가진 사람이 더 실천할 확륙이 높다고 한다. 삶과 개인의 인생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오류와 실수로 가득 차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오류를 줄이기 위해 규명 후 판단하는 연습은 극단적 판단을 할 확률을 줄여 준다고 한다.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해가 간다. 교주가 말하는 약속이 신자들이 바라는 바와 맞아떨어지고, 교주가 그들의 꿈을 충족시켜 주 것 같은 환상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속아 넘어갈 만큼 바람과 희망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쉽게 사기꾼에게 빠져드는 게 인간 심리이다.


약이름도 효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발음하기 쉬운 약이름은 순하고 효과가 좋을 것 같고 왠지 많이 먹어도 될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한다. 반면, 약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울 때 독하고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게 한다고 한다. 복용의 주의가 필요한 경우 약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애매모호한 이론일수록 이를 정당화시키는 정보들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독특하다. 소속감이 인간 사고를 흐리게 하고, 자기편에는 자동적으로 호감을 가지는 반면 낯선 집단 구성원에는 반사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고 한다. 인간의 가슴은 고정된 개인적 낙관주위 즉, 온갖 근심에도 불구하고 잘될 거라는 개인적 감정과 고정된 집단적 비관주의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인간 기본 심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은 왠지 모르게 부모에게 혼나는 아이 같은 마음이 들게 한다.


‘과거를 특히 나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미래도 어둡게 보게 된다. 이를 전체 사회에 옮겨보면 집단적 기억이 주로 전쟁과 재앙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 미래상도 암울해진다.’ 참으로 명심해야 할 말 같다. 집단적 인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미래상을 가지려면 희망적인 이야기를 세상 속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 과거 인류의 업적과 성과 행복했던 순간들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해야 우리의 후손들이 더 밝은 미래를 꾸려 나갈 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희망을 노래하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역사는 해석이다. 그래서 과거도 해석이다. 밝고 행복했던 이야기들이 더 많이 전해 질 때 인류는 더 크게 발전하게 될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이 담긴 인간심리를 알 때 세상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갖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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