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다.’ 귀여운 날개를 달고 아기 돼지가 웃으면서 날아가는 모습의 책 표지다. 중국 샤오미 기업정신과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단기간에 성취해 낸 과정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회장 레이쥔의 첫인사로 시작하는 글로 관계의 수평구조를 지향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것 같다.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 리완창은 혼자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책의 후반부에 공개한다. 함께 창립한 7명을 포함해 소개된 사람들의 사진이 모두 젊다. 수십 명으로 시작해 4년 만에 중국에서 삼성, 애플을 앞지를 만큼 성장한 샤오미는 직원만 60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전히 ‘짝퉁’ 또는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든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최근 들어 그 이미지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 제품의 질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세계적 수준을 찾아가는 그들의 저력을 보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나라를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는 그들의 과감성은 인구와 땅 그리고 자본력을 갖춘 거인 이웃 나라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릴 만큼 중국 기업들의 이미지 변화에 큰 기여를 한 회사 중 하나가 샤오미다.
2013년 ‘중국의 걸출한 청년 엔지니어’로 설정된 회장 레위진은 창립당시 이미 큰 부자였고, 풍부한 자본력으로 최고의 인재를 수용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독특한 중국인 만의 특징을 만날 수 있고, 또 우리와 살짝 닮은 듯한 문화도 재미있다. 재능 있는 인재를 설득하기 위해 4시간은 기본이고 11시간 까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설득한다고 한다. 샤오미가 좋아서가 아니라 계속되는 설득 시간이 너무 힘들어 출근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는 잔잔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이 왜 ‘참여감’인지 알 것 같다. 사용자가 샤오미 제품의 디자인과 사용의 편리성을 쉽게 건의할 수 있고 반영할 수 있도록 기술자 및 디자이너들이 사용자의 목소리를 직접들을 수 있고 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소셜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서 성공했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용자를 친구로 대한다는 그들의 기업 정신이 날고자 하는 돼지에게 태풍이 되어 하늘로 뛰어준 것이다. ‘사용자와 함께 논다’라는 이념을 통해 열심히 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여전히,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웃 중국은 우리의 최고 시장이다. 즐기는 자세로 중국인들의 기질을 이해하고 그들을 그 즐거움의 리듬 속에 춤을 추게 할 때 우리 기업들은 세계 최고 자리를 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제도나 틀에 얽매이지 않게 하기 위해 디자인과 기술 개발 엔지니어 팀들은 수평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개개인이 새롭게 생각해 낸 아이디어들이 조직의 수직구조로 결재받고 실행하는데 몇 달이 걸린다면 혁신적인 생각들이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울만한 자세다. 또한 기술자나 디자이너들에게 사용자가 온라인을 통해 그 재능을 인정해 줄 때 그 어떤 보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한다. 반대로, 사용자들의 불만을 접한 경우 깎인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더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조직 관리법이다.
좋은 제품이 ‘1’이라면, 마케팅은 ‘0’이라 생각한다는 개념에 공감이 간다. 최고의 제품 없이는 기발한 마케팅을 통한 광고 ‘0’의 개수는 의미가 없다. 자신의 삶에서 또는 업에서 ‘1’이 있어야 그 뒤에 붙는 ‘0’이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키워나가는 과정 중에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사용자와의 소통이 마중물이 되고 그 핵심과정에 이벤트와 적절한 이미지 광고가 펌프질이 되어 깨끗한 물을 콸콸 쏟아내는 기업을 만든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을 가속하기 위해 스토리로 이슈를 만들었고, 제품 자체에 세련미가 넘치는 디자인 그리고 제품의 개방성에 대한 전략도 샤오미의 힘인 것 같다.
인터넷 싱킹의 핵심이 입소문이고, 그 입소문의 본질이 사용자에게 참여감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책 사이사이에 언급이 된다. 소비 이념의 변화가 기능형- 브랜드형- 체험형- 참여형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참여감을 구축하기 위해 제품,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 함께 성장하는 사용자들이 소비자 이자 생산자가 되게 하는 태풍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용자들의 참여감을 확고하게 자리기 잡게 하기 위한 다양한 특권들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하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 24시간 안에 수리를 보장하고, 만약 그 안에 이루어질 수 없으면 서비스 센터 직업과 주사위를 던져 작은 보상을 해주는 이벤트도 신선하다. 고객이 24시간 제품에 대해 문의를 하면 15분 이내 대답을 해주는 서비스도 샤오미의 고객에 대한 특권에 대한 배려다.
‘0’이라는 숫자를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의 샤오미 사용자 그룹을 위한 정기적 모임을 지원하고, 제품에 타깃을 정확하게 선정한 후 젊은 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이벤트도 제법 신선하다. 같은 형태의 이벤트를 진행하면 식상해져서 그 후속 효과가 약해지지만,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는 매번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대학 시절 추억’이라는 소셜내트워크를 활용한 사진 올리기나, 젊은 커플들을 위한 레드미 온라인 제품 그리고 당시 우리나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대한 폭풍적인 인기를 잘 활용해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는 문화가 즐겁게 일하는 일터에 대한 기업 문화 조성에 대한 회장의 배려룰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속의 두 주인공의 결말에 따라 회장이 치킨과 맥주를 쏘겠다고 공고를 붙이고, 혹시 술에 취해 일할 수 없으면 쉬어도 된다는 익살 스런 사내 공고문이 정겹다. ‘즐겁게 노는 마음으로 일하는 조직만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사랑하고 사용자들을 사랑할 수 있다.... 조직을 자유롭게 하라’라는 말은 긴 여운을 만들어 낸다.
한국이나 프랑스 제품처럼 세련된 외관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비유에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느낄 수 있다. 간결하면서 직접적이고 정서가 담긴 광고들에 대한 욕심은 샤오미 제품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휴대폰이나 배터리 충전, 이어폰, 작은 거실을 가진 젊은 직장인을 위한 47인치 티브이 등에서 그 세련미를 사진으로 잘 보여 준다. 책 사이사이 소제목을 큰 포스터 아래 기록하는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색감은 역시 문화를 담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들이 제법 많다.
‘미래는 진정으로 소비자의 정서를 이해하는 브랜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과 지식을 가진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인식과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와 예술가 집단도 필요하다.’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사무실 곳곳에 명화들 작품들이 걸려 있고, 이 작품들 안에서 아름다움과 이상을 향한 예술가들의 노력과 창작에 대한 열정을 느끼길 바라는 기업 정신 또한 전문가답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그 일에 대해 뜨거운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저자의 다짐이 제품을 마니아들을 위한 상품으로 타깃을 잡고 서서히 대중으로 퍼지게 한 전략이 이해가 간다. 마니아들은 독특하고 새로운 기능, 정밀한 완성도, 제품의 극치를 추구한다고 한다. 결국, 물품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에는 마니아가 빠질 만 큼 극치를 달리는 유혹적인 제품이 대중화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제품에 대한 사랑 또한 중요한 요소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철학이나 문학, 예술이라고 믿는 한 단계 더 성장한 중국의 기업 성장이 느껴진다. 그리고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도 느껴진다. ‘최고의 인재를 찾았다면, 그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라.’
모든 여행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 이야기하는 저자의 맺음말 속에서 니체의 인생에 관한 철학적 문제 3가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누구 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과 세상에 태어난 우리 모두의 질문이다. 문화가 바뀌었고 규칙도 바뀌었다. 변화라는 가속 페달이 눌러진 지금의 삶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질문을 가슴 중앙에 놓고 그 흐름을 따르는 용기가 필요함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