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살고 있는지 살다 보니 생각이 많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흘러가고 있는지 늘 의식해야 한다.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삶의 계곡은 생각보다 물살이 빠르기 때문이다. 잠깐잠깐 한눈을 판사이에 어느새 방향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잠들기 전 항상 의식처럼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았는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루를 인생으로 여겨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매일매일 더 나아지는 삶을 꿈꿀 때 우리는 나무처럼 나이테가 성장한 해를 보여주듯 크고 멋진 묘목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존재가 될 것 같다.
저자 로저 본 외흐의 책은 두껍지 않아 쉽게 잘 읽을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내용들이 곱씹고 생각해 보면서 읽어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읽기 속도가 잘 나지 않는 책이다. 그의 이력들이 보여 주듯이 그의 생각법은 익숙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부분도 있도 그만의 독특한 가치관도 있다. 창의력의 달인자로 불리는 그는 애플, 구글, 디즈니, 심지어 미항공우주국에서 까지 창의력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또한 퍼즐 분야에서 수십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자석블록 제작으로 큰 히트를 친 작품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작가, 경영컨설턴트, 강연자, 제품 개발자 그리고 장난감 디자이너라는 직업들이 그의 창의력의 결과물들 같다.
‘발견이란 모두가 보는 것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라는 헝가리 생화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의 글은 책의 전반적인 느낌을 전한다. 세상에 수많은 정보가 우리 곁에 넘쳐 난다.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으로 손안에 든 삶을 그 정보들로 더 가치 있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다르게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의 다른 눈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보는 방식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우리 스스로 보는 방식을 만들어 보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고의 생각이 나올 때는 언제인가? 자유 분방한 에너지가 넘쳐나고 예상 밖의 관찰을 할 수 있으며 습관적 반응에서 벗어나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현명한 바보’라고 저자는 칭한다. 저자는 현명한 바보처럼 살아가기 위한 20가지 방법들 소개를 통해 생활 속에서 우리의 집단적 사고와 상식을 벗어나 유연한 방식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준다.
역사상 가장 비범한 현명한 바보인 소크라테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는 저자의 익살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익숙한 방식이 아닌 남과 다른 눈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으로 삶을 대하는지 제법 유용한 정보가 많다. ‘어리석은 자가 돼라. 그리하여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
‘무언가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를 사용하는 것이다.’ 20가지 방법 중 역발상적 접근 방식에 대한 소개는 흥미롭다. 일반적 생각에 이의를 제기해 보고,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그 틀을 깨어보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해보고 독특한 질문을 던져보며 삶을 은유의 연속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다. 미치되 충분히 미쳐보라는 말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좋은 방법은 그들을 따라 하는 것이다.’라는 집단적 사고의 근원을 이해할 것 같다. 횡단보도에서 여러 사람이 규칙을 무시하고 건너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상황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모든 사람이 문을 등지고 서있으면 다음으로 타는 사람도 그들을 따라 등을 돌려 서는 집단적 행위는 쉽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도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집단적 사고의 취약점을 잘 보여 주는 글귀다. 소수의 장점과 가능성을 찾는데 시간을 들여야 함을 저자는 조언한다. 길이가 다른 선을 보여주고 피실험자 모두 같다고 표현할 때 실험자들이 한 번이라도 오답을 이야기할 활륙은 70%라고 한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피실험자가 진실을 이야기할 때 실험자들이 오답을 이야기할 확륙이 5% 아래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 소중한 한 명이 집단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서 만장 일취의 회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실제, 기업 임원 회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치가 만장 일취로 수락될 때 현명한 리더는 바로 실행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그 안건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유머가 창의력에 미치는 이야기도 놀랍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창의력 테스트를 받은 사람들이 창의력 검사에서 더 높은 결과를 얻은 실험은 유머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때 ‘아하’하는 소리와 재미있을 때 ‘하하’하고 웃는 소리가 닮아 있는 게 이들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재치 있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사람들이 어리 석은 짓을 하지 않으면 지적인 발전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트켄 슈타인의 인용글이 이 장과 잘 어울린다.
‘두 번째 정답이 있는가’라는 소제목도 생활 속에서 우리가 한 번씩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답을 찾는 방법은 배웠지만 상상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인 상상력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지켜내고 어떻게 다시 살려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그 누군가의 상상들로 우리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상력이 삶의 질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히든카드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 습관으로 ‘정답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정답들은 무엇인가’라는 복수형 질문으로 던져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현명한 바보들이 쓰는 전략 중 ‘일은 놀이처럼, 놀이를 일처럼’이라는 소제목도 가장 욕심나는 능력 중 하나다. 열심히가 아니라 놀이처럼 즐기는 일을 만들어 낼 때 창의력이 상상력과 만나 삶의 기적을 만들어 갈 것 같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일 수 있지만, 놀이는 확실히 발명의 아버지다.’ 저자의 가장 인상 깊은 한 마디다. 저자가 권유한 데로 ‘어떻게 해야 지금 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봐야겠다.
우리는 익숙함의 포로여서 특정한 방식으로 같은 일을 자주 하면 할수록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기 어렵다는 저자의 조언은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니 않는 이유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타인의 평가에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안일함 때문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지금 내게 불만족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 짜증을 영감으로 전환할지를 생각해 보는 재치가 필요함을 알 것 같다.
‘사랑하는 것을 버려라’는 소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적절한지는 상관없이 어디서나 사용하고 싶어 하는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자체가 파라티노체라고 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필요한 문구에 지속적으로 그 글자체를 쓰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버릴 수 있는 현명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안이 주는 장점을 볼 수 없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주석에 달린 글이 유독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옷의 양쪽 주머니에 하나는 ‘세상이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라는 자신감을 넣어 두고, 하나는 ‘나는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라는 겸손의 넣어 두고 상황에 맞게 자신을 이끄는 감정으로 써보라고 한다. 존귀한 존재이자 티끌과 같은 작은 존재임을 염두에 두고 상황에 맞춰 자신을 이끄는 두 마리 말로 잘 사용해 본다면 세상이라는 경주를 즐기며 달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생각하는 법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책 속 곳곳에 숨겨져 있다. 저자를 창의력의 달인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음을 알 것 같다. 삶의 달인자 정의를 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