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유혹이다. 많이 듣던 제목과 누군가의 추천이 맞아떨어지면 읽게 되는 인연을 만든다. 중국 문학 5대 기서라는 수호지를 아들 녀석의 추천으로 읽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었으나 그가 느낀 흥미진진함을 찾을 수 없었다. 책은 철저하게 주관적 시각으로 만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시내암이 원말 명초에 변혁기를 지내면서 조정의 부패와 사회의 혼란을 겪으면서 민간에 전승되어 오던 내용을 수집하고 기록했다는 의견도 있고 나관중이 창작하고 편찬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내암이 각색하고 완성시킨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체적이라고 한다. 1296년에 태어나 1370년에 사망했다고 하나 그 연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책을 통해 1300년대 중국인들의 생활상이나 어떤 기대로 세상을 살아 가는지를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양산박이라는 곳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게 된 각지의 호걸들이 모여드는 이야기다. 108명의 호걸들의 산으로 모여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어 이름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다. 단지, 어떤 과정으로 두목이 되고, 바뀌고, 어떻게 산채를 끌고 가는지에 대해 막연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이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갈망은 영웅호걸에 대한 갈망을 만들어 냈다. 힘이 세고, 관가의 권위를 겁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산적대의 소굴은 마치 우리나라 ‘임꺽정’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광대한 땅 위에서 서민들은 누가 주인인지를 두고 끊임없이 싸우는 권력자들 앞에서 무력하게 동원되는 도구였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들은 힘없이 당하는 약자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고 서로 뭉쳐 큰 힘에 대항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자 했던 것 같다.
인육으로 만두를 빚는 주막 이야기는 근거가 있었던 것 같다. 책에서도 술에 약을 타 사람들을 기절시킨 후 만두를 빚었다는 이야기가 여러 번 언급된다. 또한, 호랑이가 출몰해 사람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낮에 여러 명이 뭉쳐서 산을 넘어가야 한다는 포고령이 당시의 느낌을 보여준다. 권모술수가 통하는 시대였고, 약자를 보호해 주는 제도가 없어 생존을 위한 삶이 존재의 전부였다는 느낌이 든다.
부당한 권력을 쥐지 않은 108 호걸들이 양산반에 모여 봉기를 한다는 설정은 당시 서민들의 기대였을 것이다. 호랑이를 때려잡고,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관리들을 혼내 주고, 억울한 누명으로 유배를 가는 사람들이 자유를 찾는 과정은 당시 민중들의 삶 속 고난함에서 가질 수 있는 쾌감이었을 것이다.
1권은 관군과 양산박의 수령 송강이 서서히 대결을 시작하는 분위기로 끝이 난다. 아직 2권은 읽지 않았지만 책의 편식이 있는 나에게 다른 음식을 용기 내어 맛보듯이 작은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인류 역사는 수레바퀴 굴러가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보내온 역사가 또 하나의 힘으로 미래를 굴러갈 힘을 줄 것이다. 과거사의 이야기가 오늘의 우리를 해석하는 힘을 줄 것이고, 오늘의 바른 선택이 더 밝은 미래를 끌어당긴다는 것을 느낀다. 2권도 곧 읽어야 할 것이다. 재미가 있다고 솔직히 말하기 어렵지만 책을 통해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지금의 모든 상황이 최상임을 스스로 자족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