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귀재들의 이야기다. 정기적으로 언어와 관련된 책을 읽기로 다짐한 후 도서관 영어영역에서 빌려온 책이다. SNS를 통해 만나는 수많은 매체들은 쉽게 언어를 마스터한 사례를 화려하게 쏟아 낸다. 아이들을 수년 동안 가르쳐 오고 있고 영어와 함께 생활한 지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거나 쓸 수 없다는 한계를 직면할 때마다 위축이 된다. 책을 통해 위안이 된 사실은 언어가 변하고 있고, 자타가 공인한 통번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어는 생명체 같다. 시대를 닮은 사상과 언어들이 만들어 지고, 필요 없는 부분들은 하나씩 퇴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한계라는 벽이 아니라 하나씩 쌓아가는 벽돌로 생각하고 원하는 건물을 만들어 가야 함을 배웠다. 다시 한번 학생처럼 꾸준하게 벽돌을 만들어 가는 나만의 공부 방식을 만들어 가야한다.
책은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를 통번역한 사람들이 걸어온 언어 공부법과 외국어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한다. 언어 마스터 사례를 담은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달콤함만 가득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달달한 맛 속에 감춰진 쓴 노력들을 이야기한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원하면 언제든 그 환경을 만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단지, 꾸준하게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의식적으로 공부해 나간다면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자신 안에 싹틀 것이다. 20명의 언어 고수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시 한번 언어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상황에 맞는 표현들을 찾아 공부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것 같다. 식당이나 요리와 관련된 표현을 익히고자 한다면 그 소재를 담은 영상을 유튜브로 보고, 어휘와 표현법을 익히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부터 시작해야 쉽게 출발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유능해지고 성공하기 위해선 세가지가 필요하다. 타고난 천성과 공부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그것이다.’ (핸리 워드 비처) 한 사람씩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기 전 좋은 명언들로 시작하는 글들이 묘한 매력이 있다.
언어를 배우고자 하면 우선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목표를 정해아 한다. 저자들의 조언처럼 초급에서 중급까지는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으나 중급에서 고급으로 가는 노력은 거의 20배 이상 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언어에는 색감과 무게가 있다.’라는 말을 통해 소통을 위한 진정한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아니라 그 언어를 쓰는 나라의 지리, 역사, 그리고 관심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부단한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다.’ 에디슨의 말이 시간을 핑계로 언어 공부를 게을리하는 우리를 일깨워 준다.
영어의 경우 문법, 어휘, 듣기, 말하기를 나누어 생각하고 자신이 부족한 특정 부분이나 강한 부분을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언어를 이렇게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이 모든 요소가 총체적으로 작용할 때 언어 구사가 자유로워지기 때문 일 것이다. 단지, 꾸준하게 언어 노출이 습관화가 되어 임계량에 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왕도인 것 같다. 쉽지 않지만 꾸준하게만 한다면 되는 것이 언어 공부다. 자신만의 구문집을 만들어 어휘를 늘리는 법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어휘만 따로 떼어서 공부하기보다는 그 어휘가 쓰인 맥락을 함께 이해하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겨울이 오기 전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어휘를 모으고 그 도토리가 있었던 곳까지 기억해 둔다면 긴 겨울 하나씩 도토리를 까먹으면서 그 배경까지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긴 겨울의 지루함이 아니라 한 편의 책을 만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영어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고 많이 쓰이는 언어가 스페인어이다. 영어권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쉬운 이유가 서로 연계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로 된 상당 부분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모두 스페인어 더빙판을 함께 만들기 때문에 자료가 풍부하고 AI를 통한 번역의 정확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생각은 현자처럼 하되 평범한 사람의 언어로 소통하라’는 윌리암 버틀러 에이츠의 말로 시작하는 일본어 통번역가의 진솔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20년 넘게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부 중이며, 일본인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외국인이라는 기본 전제하에 잘못을 잘 지적해 주지 않아 잘한 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고 한다. 일본어가 여전히 2%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저자의 말이 위안이 된다.
‘나에게 글이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 가지 행동 양식이다.’라는 잉그리드 벤지스 말로 시작하는 영어 통번역가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소리 내서 읽는 활동이 효과 적이고, 그 나라에서 살지 않는 이상 특정구문이난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한다는 기본도 당연하다. 쉽게 얻으려는 마음이 독이 된다. 환경 노출을 많이 시켜주고, 매일 읽고 쓰고 외우는 과정을 부단히 해야 한다. 또한, 세도우 리딩(Shadow reading)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의 억양과 발화법을 그림자처럼 따라 읽고 발음해 보는 과정은 모방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인간의 언어 습득법이다.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는 볼프강 괴테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한 언어의 세계는 한계가 있다. 세상의 모든 빛을 만나기 위해 언어를 배워보는 시도는 삶의 한계를 무너 뜨리는 한 줄기 바람이 될 것 같다. 그 바람이 태풍이 되어 우리를 더 큰 세계로 이끈 다면 그 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을 것이다.
‘삶의 질은 당신의 습관으로 결정된다.’라는 J. 폴게티의 말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배워나가는 습관 만들기가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올려 줄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를 통해 스페인어를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200일이 지나니 조금씩 의미가 들려온다. 꾸준하게 놓지만 않으면 어느 순간 달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고 결국, 그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언어는 세계다. 보다 넓은 세계를 꿈꿀 때 우리의 뇌는 바빠진다. 언어는 생각의 넓이를 확장시켜 주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영혼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