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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점 Dot] - 김현정

by 조윤효

인생을 점에 비유한 고도원 선생님과 고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 때문에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된 책이었다. 오늘도 어제도 우리는 수많은 점을 찍어내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선이 되어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된다. 저자가 걸어온 길들이 어느덧 선이 되어 미항공 우주국 나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꿈을 좇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주는 삶은 그 자체가 경이로울 것 같다.


저자는 나사에서 10년간 배운 100가지 지혜를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졸졸졸 소리 내서 흐르는 개울의 흐름이 아니라 깊은 강의 흐름이 느껴지는 저자의 이야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낯선 땅에서 하나씩 터득해 간 삶의 지혜를 일기로 써 내려간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냈다. 삶이 책이 되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편안을 주는 기적을 만든다. 일기를 지혜의 보물 창고라고 칭하는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간다.


2009년부터 10년간 나사에게 계약 연구원이었던 그녀가 2021년 9월 정직원이 되었다. 나사 기지국 10개 중 한 개에 해당하는 미국 버지니아주 햄프턴시에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와 경험담들을 통해 겸손함의 가치와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람들의 인품 그리고 가족을 대하는 마음자세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해, 성장하기 위해 매일매일 의미 있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마음가짐에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할 일이 없다.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지혜롭게 대체할 힘을 배운다는 것을 그녀의 글이 보여 준다. 그녀의 동료가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시련을 피하라는 기도가 아니라 그것들을 만났을 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를 얻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닮고 싶다.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들을 통해 더 강해지고 더 지혜로워지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진정으로 잘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6살 꼬마에게 자신의 일을 설명해야 할때 또는 자신의 분야를 전혀 모르는 엄마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 때 가르치는 과정이 배움이 될 것이다.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고수다. 매일 아이들을 대하는 내가 가져야 할 기본이 되는 마음이다.


‘Dream is a verb not a noun!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흔히 꿈을 이야기하면 직업을 말하는 명사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명사가 아니라 꿈을 향한 동사를 이야기하고 그 꿈을 통해 어떤 행동으로 꿈을 펼쳐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고도원 선생님의 ‘꿈너머 꿈’의 의미와 닮아 있다. 내가 꿈꾸는 학교가 어떤 철학을 지향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그 실천 행위까지를 생각해야 함을 배웠다. 그래야 살아있는 꿈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성으로 대하라’는 저자의 어머니 말씀이 그녀의 인품을 만든 것 같다. 나사에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똑똑하고 유능한 과학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를 하시는 분, 식사 담당을 하시는 분,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비원 그리고 요가 선생님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말해준다.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잘할 때 나사라는 큰 우주선이 우주로 꿈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잘해 낼 것 같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만 결국 외로움과 홀로 견뎌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저자의 동료가 쓴 시 ‘The boxer’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나사에서의 성공은 서로 같은 길을 가고 함께 이루어낸 과정을 축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성공의 정의’도 아름답다.


삶의 멘토가 되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쁨과 자신 또한 멘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의 책에서 유독 ‘겸손’이라는 색채가 느껴진다. 겸손이라는 색은 삶의 배경이 되어주는 색 같다. 모두들 화려하게 튀려 할 때 조용하게 그들의 배경이 되어 주는 겸손한 사람은 각각의 색채를 돋보이게 해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미국 34대 영부인 엘리너 루즈벨트의 이야기도 기억해 두고 싶다. 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통마음을 가진 사람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살아가다 보면 서로 상처받고 상처 줄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삶의 아이디어와 꿈을 이야기하는 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내게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공부해서 서로 연결할 힘을 가질 때 창의적인 생각을 더 많이 만날 것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미술과 연계하고 싶고, 음악과 연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공부해야 함을 알 것 같다.


완벽주의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게 아니라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말하는 저자의 의견도 공감이 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재능이든 물건이든 세상을 향해 꾸준하게 자신을 어필하면서 살아가는 시대다.

저자의 책에서 보여주는 나사 문화를 통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의 겸손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좋은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없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삶의 새로운 정의를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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