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 한 권 독서

[눈치] - 유니 홍

by 조윤효

‘눈칫밥을 먹다’라는 옛 표현이 떠오르는 책이다. 손톱을 둘러싼 살 위에 작은 껍질이 올라올 때 ‘눈칫밥을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라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눈치라는 의미가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한 긍정의 표현보다는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한 약자의 선택적 전략처럼 느껴졌었다. 저자의 책을 통해 ‘눈치’에 대한 긍정성이 커진 것 같다.


저자는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12살 때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녔다. 미국과 달리 한국 전반에 깔린 그 ‘눈치’라는 녀석을 쉽게 의식했을 것 같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분위기나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어로 책을 냈고 15개 국가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니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느껴진다. 국제적인 경험을 쌓은 저자는 언론인이자 작가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이번이 3번째의 책이다. 프랑스에서 웹프로듀서로 6년간 일한 후 다시 2012년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어서 그런지 그녀에게는 영어가 모국어인 것 같다. 그녀의 영어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눈치’는 조금 이색적이다.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있지만 타인의 시선을 갖춘 그녀에게 ‘눈치’라는 한국인의 생존법이 긍정적으로 비친 것 같다.


‘눈치’ 예찬은 아니지만 ‘눈치’가 삶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술임을 이야기 한다. ‘눈치 없는 게 인간이가?’라는 한 게그 프로그램 맨트가 이 책의 마음을 잘 전달해 주는 것 같다. 책의 사이사이에 눈치 정도를 시험하는 퀴즈가 나온다. 다행히 성적이 좋다. 적어도 눈치 없는 인간은 아닌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행동을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라는 미국 시인이자 인권 운동가 마야 엔젤루의 말을 인용해 눈치를 통해 긍정적 감정을 상대에게 선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가깝게 근접해 역사적으로 800번의 침략을 당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당연히 국제 정세에 눈치를 보는 힘이 길러진 것 같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70년 만에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고, 남한과 북한 만이 쓰는 언어로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감동시켰다.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과 한류의 물결이 지구촌을 흐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럽다. 저자의 말처럼 눈치의 힘이 한몫한 것일 수 있다.


한국사회에 미친 정신적 영향력을 세 가지로 말한다. 모든 대상 특히 산에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과 사회 질서 전반에 깔린 유교 사상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위치를 아는 위계질서를 조용하게 어필한다. 또한,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내면의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불교 사상은 사색과 자신의 행동이 미칠 광범위한 결과를 인식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회의 정신적 줄기가 드러나는 느낌이다.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남북회담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남북한의 눈치 게임’이라 정의하는 저자의 말이 독특하다. 남북 관계에 일일이 관여할 것 같은 미국, 중국, 일본에 도전하는 제스처의 하나로 본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전해 준다.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개인과 집단뿐만 아니라 나라 간에도 눈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중국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할 때는 작은 덩치의 우리나라에게 필요한 힘이 ‘눈치’가 아닐까.


경북대 허재홍 교수는 눈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눈치 척도’를 개발했다고 한다. 정신과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눈치를 사용한다고 한다. 눈치 수준이 높은 사람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자기 존중감과 생활 만족감 그리고 공감 관련 정도가 높다고 하니 눈치의 수준을 올려야 함을 알 것 같다.


눈치에 대한 개념을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규칙은 평온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상황을 직면하고 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상황을 직면하고 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눈치의 기본 마음이 아닐까. 눈치란 아주 적은 증거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인데 이는 비 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편견이 아니라 분별력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살면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상황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눈치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내용을 통해 눈치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눈치를 방해하는 요소로 '공감이 눈치 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마음을 그 첫 예로 든다. 공감과 눈치의 비교도 설득력이 있다. 둘 다 다른 사람을 위해 개인적인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감은 속도가 있고 여성적 특징이 있으며 감정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용당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종교적 관점을 가지고 있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대화하는 상대나 집단에 집중하는 게 공감이다. 반면, 눈치는 속도가 있고 성에 상관없이 적용되고 감정 중립을 지켜야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개념이 없다. 때로는 침묵이 최선으로 작용되기도 하고 방전체의 분위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눈치가 공감보다 한 수 위인 전략처럼 보인다.


눈치 부족 유형에 대한 직접적인 예는 지나간 옛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나 또한 그런 행동을 했었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막연한 난감함을 준다.

‘침묵을 두려워하면 오히려 지루해진다.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 고요함과 정적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라는 눈치의 전략 중 침묵에 대한 기술도 인상 깊다.

사회적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친구나 타인으로 부터 존중을 잃거나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이 간다. 사회적 신호를 읽어 내는 힘이 눈치다.


눈치의 기술로 마음 비우기, 관찰자가 되기, 방 안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입을 다물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기, 예절이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기, 숨을 뜻을 알아 내려 노력하기, 의도치 않게 해를 끼치는 것이 때로는 의도적으로 해를 끼친 것만큼 나쁘다는 것을 알기 그리고 민첩하고 빠르게 행동하기를 이야기한다.


눈치를 통해 연예에 성공하는 법, 직장에서 실세가 누구인지 아는 법과 연봉 협상법은 실용적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눈치법은 생존전략일 수 있다. 메너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지만 눈치는 사람을 잘 살게 해 준다는 저자의 조용한 주장이 가랑비에 옷 젓듯 젖어든다.


‘인생에서 여러분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은 주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눈치를 발전시키면 삶의 많은 영역에서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눈치의 수준을 올려 사회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함을 알 것 같다. 보이는 데로 보지 말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질 때 눈치의 수준이 올라갈 것 같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관찰의 결과로써 눈치의 결과로써 탄생했을 수도 있다. 관찰자의 눈으로 눈치의 수준을 올리는 일상을 만들어야겠다. 저자의 책이 한국의 눈치문화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