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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일단 해보기의 기술]-톰 밴더빌트

by 조윤효

‘해보기는 했어?’ 고 정주영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무엇인가 시도하기 전에 우리의 감정에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변명이 가끔 흘러나온다. 책의 저자는 초보자 단계에서 마법이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이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는 말을 인용해 그의 생각을 잘 어필한다.


문화, 사회학, 심리학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을 통해 그가 초보자로 만났던 활동들을 소개한다. 체스, 노래와 합창단 공연, 서핑, 저글링, 그림 배우기, 수영, 결혼 반지 만들기 위한 금세공 등등... 저자는 지식이 아예 없는 것보다 약간 있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척추 수술법을 배우는 의사가 가장 실수를 많이 할 때는 초창기 시술 때보다 15번째 시술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비행기 조종사도 초창기보다는 800시간쯤 지날 때 가장 실수가 많다. 우리가 흔히 알듯이 운전 초보자의 사고보다 어느 정도 운전을 할 때 사고가 난다.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신나게 초보의 세계로 뛰어들어 다양한 영역을 맛보라고. ‘우리는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배운 것을 잊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다시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아마 추어 배우, 댄서, 미술사 등의 공연가로 활동한 사람의 비율은 다른 과학자들보다 최소 22배가 많다고 한다. 아인슈타인도 일본으로 강연을 갔을 때 바이올린을 잘 연주한 덕분에 과학자가 아닌 음악가로 오인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계와 같은 뇌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 뇌에 더욱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58세에서 86세 성인들에게 스페인어, 작곡, 미술등 다양한 수업을 동시에 듣게 했더니, 단 몇 개월 만에 스페인어나 그림 실력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인지력까지 향상되었다고 한다. 새롭게 다양한 분야를 뇌가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주인 된 자의 의무 같다.


커플이 새롭고 어려운 활동을 함께 하면 처음 만났을 때의 ‘짜릿함’을 다시 느낀다고 한다. 아마 권태기 부부에게도 새로운 활동을 함께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특정 주제에 관심은 있으나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을 ‘딜러 탕트’라고 하는데 취미 삼아 피상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되라는 저자의 의도와 잘 맞는 표현이다. 이탈리어 단어 ‘Dilettare’에서 유래한 말로 기쁨을 표현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통해 뇌가 가끔씩 깜짝 놀라게 해주는 파티를 열러 줘야겠다. ‘자유란 남는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권리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 한 조지 오웰의 말처럼 접하지 않고는 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없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자유를 손안에 들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저자의 체스 극복기는 코믹스럽다. 그의 어린 딸의 실력이 그를 넘어서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잘 표현했고, 체스 경기 중 앞의 상대에 대한 진지한 묘사는 웃음을 자아낸다. 결국, 대상이 초코우유를 마시는 7살짜리 남자아이였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초보자를 위한 가장 멋진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온라인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칸 아카데미를 통해 코딩과 수학을 배울 수 있고, 통근 시간이나 쉬는 시간 혹은 하루 여유 있는 시간에 짬짬이 학습할 수 있게 해주는 코세라 Coursera, 어디에서든 손쉽게 배우라고 유혹하는 스킬 셰어 Skillshare, 그리고 어학을 쉽게 배우도록 도와주는 듀오링고(Duolingo)가 초보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는 시대다. 칸 아카데미도 이용했었고, 지금은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그냥 뇌에게 새로운 맛을 간간이 보여주는 역할로 하고 있는 중이다. 하다가 더 잘하고 싶어 질 때 가속을 붙이면 될 것 같다.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노년층의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잠재력’을 가꾸기 위한 ‘창의적 나이 듦’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만 해도, 수영강좌, 시니어 골프, 요가, 노래방 교실, 색소폰 동호회등 다양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무처럼 오직 성장만 할 수 있는 뇌라는 기관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 잘 활용만 하면 될 것 같다. 단, ‘실패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배우는 데 실패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너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씩 뷔페의 음식처럼 맛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맛에 잘 맞는 한두 가지 음식을 섭취하듯이 원하는 활동을 꾸준하게 해나가다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뇌는 우리가 이미 할 줄 아는 것을 수행할 때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더욱 강렬하게 반응하고, 뇌의 크기나 무게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재배치가 일어난다. 가끔 대청소할 때 집안 이곳저곳 재배치를 하듯이 우리 뇌에게도 새로운 활동을 접하게 해 주어 재배치 시간을 주어야 한다.


같은 기술을 같은 방법으로 연습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기술을 연습할 때 연습하는 시기에 같은 기술만 연마하는 사람보다 더 뒤처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고 한다. 저자의 노래 실력을 향상하는 스킬이 이를 보여 준다. 노래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개인 레슨을 받은 후 합창단원에 들어가 집단 속에서 자신의 음색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노래할 때는 말할 대보다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가 더 활성화되기 때문에 풍부한 감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노래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무뎌지는 감정과 사회생활 축소와 사람들과의 단절이 느껴질 때 과감하게 합창단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몇 년 전 엄마가 합창단에 들어가셔서 공연을 하셨던 게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다. 코로나로 잠시 쉬고 계시는데 다시 하실 수 있도록 적극 추천드려야겠다.


계속해서 초보자가 되는 큰 장점은 힘들게 몰아 뛰는 마라톤이 아니라 간격을 두고 뇌에 여러 가지 고강도 경험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마다 우리는 뇌를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이 배움을 거듭할수록 배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것 저것 배우는 시도를 많이 할수록 젊은 사람과 비슷해진다고 한다.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평생의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의 그림 그리고 도전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2017년 구글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키워드 5위가 ‘그림 그리는 법’이었다고 한다. 그림은 미학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관심에서 여전히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한 구석에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잠든 녀석을 흔들어 깨우게 만든다. 우리가 사물을 규정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그 사물을 그리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처칠까지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려면 뇌에서 눈과 손의 움직임을 모두 관장하는 부분을 사용해야 한다’고 미술 예찬을 언급했으니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작년에 서점에서 산 따라 그리고 기초 크로키 책 3권이 조용하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시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실제로 본 기호보다 마음속에 있는 기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기호는 바로 머리라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 어떻게 보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심지어 그림을 배운 사람은 뇌에 평생 지속되는 변화가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림을 통해 선불교의 대가 프레데릭 프랑크의 ‘어떤 일을 하는 도중에 하는 명상은 조용히 하는 명상보다 천배는 심오하다’라는 말을 느낀 저자의 다양한 체험정신이 돈키호테를 닮았다. 행복을 찾으려면 ‘자신의 행복 이외의 다른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는 존 스튜어트의 밀을 잘 인용한 저자는 새롭게 배워나가는 다양한 활동을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글 중 세네카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데 일생이 걸린다’라는 말이 가슴 한 중앙에 자리 잡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생이 걸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단 한 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매일 새로운 날이 시작이 되니 경험하지 않고 어찌 잘 알겠는가. 50대도 60대도 그리고 그 이후도 살아보지 않았으니 타인의 말을 듣고 간접적으로 짐작해 본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생각해 보고 다양한 삶의 맛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의 돈키호테 같은 무한한 도전을 보며, 바로 엉뚱한 배움의 도전에 과감하게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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