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본다. 프랑스 여성들에 대한 스타일은 종종 회자가 된다. 멋스럽게 나이 든 여성들에게서 묻어나는 그 향기는 최고급 향수를 능가한다. 저자는 미국 출신의 패션 저널리스트로 프랑스 남자를 만나 25년 동안 그곳에서 살고 있다. 미국인의 눈으로 본 프랑스의 여성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멋스러운 삶의 철학을 조목조목 잘 보여 준다. 프랑스에서는 나이 지긋한 여성을 '성숙하게 나이 든 여성'이라 인식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한다. 매력적이고 신비로우며 고혹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동화 같은 나라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50대의 여성도 20대의 여성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 ‘비암에트르 bien-etre’라는 불어로 외면과 알맹이가 삶에 조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모를 꾸준히 다듬고 보살필 뿐만 아니라 독서나 공부를 통해 내면을 풍부하게 만들어 아름다운 삶을 추구한다고 한다. 스타일, 단순함, 지성, 아량을 갖추려 노력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과 삶의 기쁨을 잘 버무려 ‘멋져 보이는 게 최고의 복수’ 임을 보여 준다.
프랑스 여인들은 할머니가 되어도 절대 여성성에 대한 기본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여자가 자신을 꾸미지 않고 집을 나설 수 있는지 난 이해가 안 된다. 그날이 운명의 날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혹시 모를 운명을 위해 가능한 한 예쁜 모습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라는 코코 샤넬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프랑스 여인들이 일반적 습관으로 가지고 있는 피부관리, 화장, 헤어스타일, 식단, 옷장, 액세서리 같은 특별한 비밀들을 잘 소개해 주고 그녀들의 아름다운 자태의 근원이 생각의 다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더 시크하고, 우아하고 더 젊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유럽에서 비만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유행을 따라 쫒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평생 연구하고 멋스럽게 자신을 포장하는 일을 삶의 한 유희로 여기는 느낌이 든다. 비판적 시선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아함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중 아름다움의 비밀로 가장 중요하게 추천하는 요소를 ‘미소’로 여긴다고 한다. 여자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화장술이 ‘미소’가 아닐까.
노화와 아름다움 모두를 품위 있게 만들고, 새롭게 정의 내리듯 살아가는 그녀들의 일상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고등학교 필수 과목이 철학이고, 생활 전반에 철학적인 주제로 토크쇼나 퀴즈가 진행되는 나라다 보니 자신답게 멋스럽게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생각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생일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숱한 경험과 모험이 가득한 삶을 잘 살아온 것에 대해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생일이라 여기는 노년의 그녀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 같다.
‘유행은 빛이 바래지만, 멋은 영원하다’라고 이야기 한 이브 생 로랑의 말이 프랑스 여인들에게 잘 맞는 표현이다. 영원한 멋을 가지기 위해 절제와 훈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그녀들은 자신의 외모에 무관심하기에는 자존심과 자긍심이 너무 크다고 한다. 44세에서 75세 여성들에게 간헐적으로 영어를 가르쳤던 저자는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 비결에 대한 그들의 설문 답도 인상적이다. 여행, 웃고 즐기기, 그림, 컴퓨터, 골프, 요가, 오래 걸으며 상쾌한 공기 마시기, 과일 채고 먹기, 섹스 그리고 자식과 손자 손녀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삶의 중심을 무엇으로 여기는지를 보여 준다.
시크해지는 법, 자세, 과하지 않기, 지속적 관리, 친철, 아름답게 움직이기, 향기를 입기 등등 그녀들 만의 생활 규칙이 절대 요란하지 않다고 한다. 마치 우아한 백조가 수면 아래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이듯이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한 생활 전반의 루틴화된 삶이 멋스럽다. 피부를 위해 정기적으로 피부과를 방문해 연령에 맞추어 화장품을 고르고, 나이에 맞게 필요한 영양제를 잘 챙겨 먹는 일을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여자로 태어난 것은 특권이에요. 그 특권을 아끼지 말아요. 지난 일은 다 잊고, 무엇을 하든 사랑, 즐거움, 열정을 따라가세요’라는 에릭 아토니오 메이크업 디렉터의 말도 프랑스 여자들의 가치관을 잘 보여 주는 것 같다. ‘속옷을 챙겨 입고 화장을 하는 행위가 대단히 여성적이고, 개인적이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중요한 절차로 느껴진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저자의 조언처럼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프랑스 여인들의 전반적 사상에 영향을 준 사람이 코코 샤넬이라는 생각이 든다. ‘향수를 입지 않은 여자에게는 미래가 없다’라고 이야기 한 샤넬은 답답한 코르셋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켜 주었고, 인조 보석으로도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라 칭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에게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우리 자신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준하게 연구하는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상이 이색적이다. ‘우린 세련된 것을 바라지 않아. 세련된 건 억지로 꾸민 것 같거든. 그보다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만들어 낸 듯 완벽히 자연스러워 보이길 바라지’라고 말하는 저자의 친구의 말도 인상 깊다.
‘헤어 스타일은 섹시한 액세서리다’는 표현도 기억에 남는다. ‘향수를 뿌리지 않고는 우아해지기 힘들다. 향수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최고의 액세서리다’라는 코코 샤넬말과 ‘체중을 합리적인 범위 안에 유지하는 것이 현존하는 최고의 노화 방지 치료법 중 하나다’라고 이야기한 세계적 성형외과 의사의 말이 프랑스 여자들의 삶의 기본에 자리 잡은 가치관임을 보여 준다.
절제된 음식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한 몸관리, 신체 관리가 일상인 삶이 자연스럽다. ‘우선 자신을 알고, 거기에 맞게 자신을 장식하라’라는 에픽테토스의 말이 그녀들의 미의 철학인 것 같다.
그녀들의 옷장을 소개한 부분에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입는 옷들은 우리가 세상에 제일 먼저 내보내는 암묵적인 메시지다’라고 이야기한다. 유행에 따라 옷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중간색을 기반으로 옷장을 구성하고 20~30년 된 옷들과 스카프 액세서리를 잘 활용해서 멋스러움을 연출해 내는 그녀들의 삶이 지혜롭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옷은 딸이나 손녀에게 물려주는 문화도 자연스럽다. 옷이 여자를 우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옷을 우아하게 만드는 거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너무 기를 쓰고 노력하면 자신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우아함에는 많은 요소가 필요한데, 움직이고 말하는 방식, 가벼운 화장, 딱 어울리는 머리색과 멋진 헤어커트, 그런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어떻게 결합되었는가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깨달음이 내게도 전해 진다.
프랑스에서 매력적인 여자의 정의는 생기가 넘치고,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호기심이 많으며, 교양 있고, 쾌활하고, 솔직, 친절하고 재미있으며 지적이라고 정의한다고 한다. ‘매력, 재치, 지성, 우아함... 이렇게 오래가는 매력의 마법을 찬향하는 문화에 어떻게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모습을 최고로 가꾸는 것은 어차피 모든 여성에게 궁극적인 천연 우울증 치료제다.’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울림처럼 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여자로서 자신을 가꾸는 일이 행복한 일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삶도 결국 아름답게 만드는 일임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