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마흔이면 불혹인 줄 알았어]-마스노 슌묘

by 조윤효

불혹이라는 나이를 맞으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답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성숙하지 않은 아이가 있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휘둘린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데 일생이 걸린다고 했나 보다.


저자는 주지 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고 환경 디자인과 교수이기도 하다. 일본판 뉴스워크에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에 선정된 사람이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불교의 선종의 교리를 잘 응용하신 것 같다. 그의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이유가 단지 절에서 자기 수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만나는 일반인의 삶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스님이자 교수로서 자기 삶과 타인의 삶에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그의 삶의 방식도 창의적이다.


책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인간관계를 돌아보라’, ‘돈의 흐름을 돌아보라’, ‘일상생활을 돌아보라’, 그리고 ‘삶의 방식을 돌아보라’라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불혹을 맞이할 사람이나 그 시기를 사는 사람들에서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야 할 큰 주제를 다룬다. 단순해서 이해가 쉽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들이 책 사이사이 조용하게 내려앉아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사람이고 싶어, 난 이래야 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자기 다운 인생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을 따라 살아가기 쉬운 인간의 속성을 보여 준다. ‘심플하게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든 자기 다운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사는 것입니다.’ 심플하게 살고 싶은 마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가 자기 다운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은 남의 인생에만 관심이 있고, 자신의 인생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두 번 죽는다고 한다. 육체적 죽음이 그 첫 번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잊힐 때가 그 두 번째다.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산 사람은 비록 수명이 다하여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라도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 또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낸 수많은 인물들이 여전히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질투심은 공통점이 많을 때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삶의 형태가 비슷하고 특히 같은 아파트사람끼리 생활 수준도 비슷한 곳에서는 쉽게 질투라는 감정이 생길 것 같다. 옆집이 차를 사면 ‘멋진 차네요’라고 이야기해야지 ‘부러워요’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말하는 순간 부러워지기 때문이라는 그의 생활 속 조언도 도움이 된다.


‘인간관계의 고민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기 자신이 먼저 달라지는 것이고, 내가 변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라는 말은 참으로 재치 있는 생각이다. 타인이 변해 나와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어떻게 변해 그들과 잘 어우러질 것인지를 생각하는 게 더 건강한 관계를 쉽게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는 친밀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적당한 거리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그 거리를 조절할 힘을 가질 때 삶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돈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도 경청할 부분이다. 불필요한 욕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주변을 심플하게 정리하라고 한다. ‘주변에 물건이 차고 넘치니까 무심코 그것들에 관심이 가고 새로운 욕망이 생겨 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절의 스님들 방을 보면 극도로 심플함을 알 것 같다. 그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다.


자신이 왜 일하는지에 대한 답을 하나 보다 더 많은 이유를 가지라고 권유한다. 자아와 일과 돈의 균형을 잡는 비결이자 일하면서 자신의 발전과 행복을 꾀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도 공감이 간다.

돈이 있는 곳에 내 마음이 있다는 말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항이다. 자신의 돈 씀씀이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며 지난달 어떤 부분에 돈을 썼는지 내 욕망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삶의 방식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돈 쓰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한다. ‘당신이 소비하는 돈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습니까? 돈은 당신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일상생활의 규칙성도 배울 점이다.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한 이유가 규칙을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중심이 된다고 한다. 중심을 지닌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던지 자기 다운 생활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규칙성이 나다운 삶을 잡아주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나다운 삶을 위해 하나씩 규칙성을 만들어 지속해야 함을 알 것 같다. 생활의 규칙성이 많아진 지금이 일상의 만족감이 가장 크다. 나도 모르게 만들어낸 규칙성이 내 삶의 윤활유가 되고 있다.


능력이란 지속하는 사이에 발휘된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지속하는 힘이야 말로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능력이라고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 능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지속하는 힘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마음을 리셋하는 습관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내 맡기지 말고, 의식적으로 경계를 지어 불쾌한 흐름을 끌어낼 힘을 가져야 한다. 어제의 일을 오늘로 끌고 오지 말고, 오전에 느낀 불쾌감을 오후로 연장하지 말며 마음속에 경계선을 긋는 마음 리셋은 삶의 지혜가 될 것이다. 혼자만의 리셋 의식을 만들어 실행해 봐야겠다.


선종에서 ‘화안’이라는 말은 온화한 미소를 유지해야 자신의 마음까지 온화해지며 그 온화함이 주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부처의 그 온화한 미소가 속세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한 것도 있음을 알 것 같다. 작지만 온화한 미소로 타인을 위해 복 짓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기쁘게 해야 불만이 사라진다고 한다. 내 마음을 기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 때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는 지혜가 발휘될 것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기에 당연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급불류월’이라는 구절도 기억에 남는다. 물이 아무리 급히 흘러도 수면에 비친 달은 흘러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급히 흐르는 물은 세상의 풍파를 의미하고, 수면에 비친 달은 개인의 마음을 상징한다.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가는 줏대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문구다. 저자의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내 삶의 방식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조용하게 가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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