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No Talking]- Andrew Clements

by 조윤효

학교 일상 이야기는 늘 재미가 있다. 할머니의 주머니 속 감쳐둔 간식처럼 잊힌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르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다. 앤드류의 책들은 시대와 배경이 우리와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미국학교의 분위기가 막연히 우리보다 더 자유로울 것 같지만, 그 속에 속한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계는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Dave는 학교 사회 숙제를 하다가 인도 독립의 주된 역할을 한 간디에 대해 알게 된다. 간디의 무폭력 정신이 영국인들의 거친 야심을 가라앉힌 것이다. 간디가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의 질서를 갖고 싶었던 것처럼 데이브 또한 학교에서 말하지 않고 생활하기 위한 도전을 한다. 초등학교의 최고 학년인 5학년의 세계는 요란 스런 화음이 많고, 이성에 대한 관심을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관심을 공격성으로 포장하는 그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사회 수업에 자신과 함께 여학생 Lynsey와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데이브는 계속 기침하며 말을 하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재치를 발휘한다. 그리고 식당에서 이어지는 데이브와 리지의 설전은 귀엽고 당돌하다. 여자가 더 쓸데없는 말을 하는지 남자가 더 쓸데없는 말을 하는지 내기를 한 것이다. 화요일 점심부터 목요일 점심시간까지 5학년 남자와 여자가 누가 더 말을 적게 하는지 게임이 시작된다. 린지는 남자아이들을 살피고, 데이브는 여자아이들의 점수를 기록하며 제법 게임이 진지하게 진행된다.


어느 날 갑자기 조용해진 5학년 학생들의 태도는 어른들과 선생님에게는 떠들어 골치 아픈 만큼 걱정되는 상황으로 비친다. 점시 시간이면 교장은 메카폰을 잡고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일상을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는 작은 의식으로 생각한 것 같다. 교장 Mr. Hiatt의 메카폰이 필요 없어진 상황에서 그녀는 당혹스러워한다. 아이들은 이미 종이쪽지로 말을 전달하는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고, 수업 시간에는 3마디로 간결하게 대답하는 규칙으로 제법 의젓하게 게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의 주된 역할이 사라진 교장은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진 이유를 알게 되었고, 게임 중단을 명령한다. 결국, 조용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잠시 자재력을 잃고 만다. 주동자인 데이브를 일으켜 세워 당장 말을 하라고 윽박지르자 그 부당함에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이브가 대견스럽다. 말을 하고 하지 않을 권리는 자신들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그 당돌한 때답 때문에 결국 교장 실로 가게 된다. 하지만, 교장은 자신의 권위적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이미 깨달았고 교장실로 온 데이브에게 사과를 한다. 그리고 데이브가 간디처럼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마음의 질서'를 교장에게도 권유하는 장면은 꼬마가 한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아이들의 침묵 게임을 잘 이용한 Language Art(우리나라의 경우 국어 수업에 해당) 선생님의 재치도 놀랍다. 아이들이 시를 짓거나 말하는 형식을 3 단어로 말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을 게임의 연속으로 만든 것이다. 수업은 더 잘 집중되고 참여도는 당연히 올라가고 아이들의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교사의 노력은 줄어들면서 수업을 서로 즐기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결국, 교육이란 아이들이 원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참여가 되어 있고, 나름 독특함이 있으면서 서로 간의 격차를 줄여주는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이 배워 가는 건 아닐까?


데이브가 교장에게 말대꾸를 하는 바람에 점수를 많이 잃은 남자 팀의 점수는 27점, 제법 끈기있게 경기를 주도하던 여자 팀의 점수는 74점으로 나왔다. 서로 질 경우 상대방의 이마에 루저(Loser)를 상징하는 'L'자를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쓰기로 약속한 데이브외 린지의 결말이 기대되었다.


데이브가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굴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린지는 자신의 노트 뒷부분에 데이브에 대한 고마움을 글로 쓰고 남자 팀에게 47점을 더 준다. 그 노트를 본 데이브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결국, 5학년 남녀 팀의 침묵 게임은 동점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침묵 게임을 통해 서로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데이브와 린지의 어린 마음이 성숙이라는 더 큰 단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성장하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복이다. 가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해 본다. 아이에서 어른 그리고 장년으로 성장하는 그 과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울지 알 것 같다. 저자의 책은 잔잔한 학교 이야기로 성인들에게 조차도 따뜻한 감동의 맛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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