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책이 있다. 아들 녀석이 자신의 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찾는 책이 없어 내가 좋아할 것 같아 사온 책이라고 조용하게 건네준 책이다. 읽기 전부터 책에 애정이 간 이유가 나를 생각해 준 아들의 마음 때문이리라.
저자는 자기 계발 전문가이고, 그녀의 다수 책이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책 표지의 말이 독자의 시선을 끈다. ‘자신만의 유연함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비밀.’ 유연함이라는 표현이 유독 마음에 든다. '삶에 만족하고 있느냐?'는 질문은 생각의 고리를 엮어가게 한다. 잘살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는지, 자신의 삶을 조급증 Hurrysickness로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최고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은 자신의 사고가 성숙해질 기회를 주지 않는 행동이다.’ 참으로 명확한 말이다. 사고의 성숙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만드는 표현이다.
단순하고 여유 있게 살고자 하는 욕심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바람이다. 그래서 ‘최대한 줄여라 Reduce to the max.’라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 인기가 있고, ‘저스트비 Just be 즉 너 자신이 되면 된다.’라는 주제의 책도 사람들의 손길을 끄는 책이다. 소박한 삶은 시간이나 또는 돈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단순하고 소박한 세계도 고도로 기술이 복잡한 세계와 비교해 볼 때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의 책이 매력적인 이유가 막연한 생각들을 도표화해서 구체적 실천 방법을 찾도록 돕기 때문이다. 개인적 관심사를 위해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형식의 도표가 눈을 끈다. 삶의 도표를 그려 볼 때 생길 수 있는 생활의 명확성을 깨닫게 해 준다. 소수의 일을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많은 일을 잘 다루는 것에 집중하는 삶의 철학을 위한 태도를 어필한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 하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통찰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요구 사항들과 작별할 준비를 하라는 저자의 권유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은 개개인의 사고방식과 지각 즉 ‘태도’와 관련이 있기에 우리는 이를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신뢰를 갖게 된다.
책은 ‘무엇이 나를 이끄는가?, 조화롭게 살고 있는가?, 발 뻗고 누울 공간이 충분한가?, 집은 나의 안식처가 되는가?, 일의 굴레에 빠지지 않았는가?, 나에게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가?, 배우자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질서 정연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을 만큼 일하지 말고, 똑똑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성과 추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능률을 높이는 법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구분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모든 일에 동일한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는 방법을 찾고, 오늘 좋은 해결책을 소개하는 것이 내일 완벽한 해결책을 소개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저자가 제공하고 있는 설문의 답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삶의 형태를 점검하도록 돕니다.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 추구형, 자극 추구형, 성과 추구형 그리고 인간관계 추구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나는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 추구형’에 가까웠다.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그에 맞게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져 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지금껏 살아온 자기 삶을 정리하고 목표를 숙고해 보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행복과 성공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삶을 ‘포트 폴리오 관리’ 형식으로,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요소, 삶에서 중요한 요소, 내가 소홀이 여기는 요소, 저절로 잘 돌아가는 요소’를 도표에 기록해 보면서 선명하지 않던 삶의 선이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게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은 온갖 사소한 일들로 낭비되고 있다. 단순하게 살아라.’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단순화할 수 있을 때 에너지 흐름이 중단되지 않고 삶을 누릴 준비가 될 것 같다. 삶은 누리는 자의 것이다. 손에 쥔 그 삶의 귀한 보물을 누려야 내 것이다. 근로 계약상의 노동 시간은 줄었으나 무임금으로 우리 삶에 바치는 노동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는 말도 인상 깊다.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 삶에 시간과 돈, 에너지를 어느 정도 쓸지를 정하는 것과 같다.’ 삶의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누리기 위한 현명함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삶을 쉽게 만들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해 살아야 함을 알 것 같다.
여가 시간까지 바쁘게 보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여행지에 가서 관광지 둘러보고 맛집에서 시식해 보고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지쳐있다면 그 여행은 충전이 아니라 또 하나의 경험추구를 위한 욕심인 것이다. 나에게 완전한 몰입을 위해서는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고, 또한 자신의 일과 반대되는 취미활동을 가지거나 몰입을 위한 스스로의 의식도 만들어 봐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수준을 점검해 보고 행복해지는 연습과 현재를 누리는 실천이 필요함을 느낀다. 시간당 경험의 밀도와 횟수를 늘리되 지치지 않게 느긋하게 가야 할 것 같다.
여행 또한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계획하고 실천한다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려 하지 말고, 많은 것을 피상적으로 경험하지 말 것이며 적은 것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기획해 봐야겠다. 휴가의 진정한 정의는 ‘자신과 가까워지는 계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너무 많은 선택의 자유는 불안을 낳는다.’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경험을 소비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잊고 있는 점이 있다. 지나치게 많은 자극은 오히려 불안과 불쾌감, 공격성과 분노를 일으킨다. 여유 있고 느긋하며 침착한 태도와는 정반대의 요소이다.’
배우자와 관계도 삶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안다. 열병처럼 지나간 사랑이 가라앉고, 일상에서 마주쳤을 때, ‘타협, 창의성, 우정, 적응과 체념’을 가지고 부부만의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 보라고 한다. 그게 삶이다. 부부가 계속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선물 보다 일상생활에서 호감을 표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부부의 삶이 무너지는 이유가 애정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의외로 외부 스트레스가 강하게 다가올 때라고 한다. 평소 서로의 끈이 약한 경우 외부 스트레스는 가위가 되는 것이다. 상대의 실제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이 상대의 세계만큼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고,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된다.
‘몸은 우리가 운반해야 할 짐이다. 짐의 중량이 초과될수록 여행 거리는 더욱 짧아진다.’라는 아널드 H. 글래소의 인용글도 멋지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휴가의 방식을 스스로 정해보라는 조언을 따라 봐야겠다.
일상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수록 우리가 견뎌내는 스트레스의 양이 많다고 한다. 이를 위해 열정 없이 자신을 관찰하는 ‘메타 무드 Meta- Mood’ 방법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삶을 보고서로 작성해 스스로에게 제출하고 점검해 보는 구체성이 매력적이다. 관찰자의 입장으로 삶의 소비자가 아니라 누리는 자로 살기 위해서는 계획과 실천을 위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보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자의 책을 통해 삶을 누리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기록해 보기 시작한다. 책은 좋은 삶의 가이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