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발칙한 생각들]- 공규택

by 조윤효

수업을 재미있게 독창적으로 지도해 주셨던 학창 시절의 선생님 몇 분이 떠오른다. 저자는 경기 과학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서 과학 영재들의 창의적 사고 향상을 위해 활동했던 내용들을 책으로 엮었다. 수업 준비를 바지런히 했을 저자의 노력이 보이고, 준비된 밥상에 맛있게 창의력을 키우는 영양가 있는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모습도 연상이 된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들이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 여겨진 사례가 많고, 현재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미래를 바꿀 발칙한 생각들이 싹이 트고 있음을 암시해 준다. 사례 뒤에 소개된 창의력 질문들은 푸는 과정이 흥미롭다.

장하준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문구로 시작되는 책은 고정관념의 벽을 깨는 작은 틈새 같은 생각이 창의력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쳤던 사람들은 미친 사람 치급을 받았고, 100년 전 여자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했던 사람들은 감옥에 갔으며, 50년 전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라 불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현상들은 없는지 잠시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의 판단이 완벽하다는 믿음은 어리섞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상의 눈을 가지고 있는지 창의력 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한다. 역사적 예로, 높이뛰기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포스베리의 배를 뒤집고 뛰는 자세는 ‘가장 우스꽝스러운 방법으로 딴 금메달’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높이 뛰기 선수들 모두 배를 뒤집고 뛴다. 그래야 더 높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영도 손으로 터치하고 트랙을 돌기보다는 몸을 뒤집어 발끝으로 벽을 차는 기법을 ‘아돌프 키예프’가 처음 시도했고 그 이후 모든 선수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남과 다르게 시도하는 사람들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누스 그라민의 이야기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 주기 시작한 그의 과감성이 절대 빈곤의 사회를 서서히 벗어나도록 도운 것이다. 신은 그래서 이타적 정신의 소유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 같다.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세렌디 피티’라고 한다. 두더지를 보고 런던의 복잡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피어슨의 지하철 개설 제안은 독창적이었다. 그의 의견은 당시 무시 되었다고 한다. 죽어야 들어가는 땅속으로 사람들이 이용할 일이 없다는 그 편견의 벽이 10년의 숙성 시간을 갖게 만든 것이다. 조선 시대 외군에게 둘러 쌓여 생사를 다투는 진주성에서 정평구가 만들어 낸 ‘비차’라는 인류 최고의 비행기 이야기는 자랑스럽다. 날아다니는 제비를 보고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 덕분에 진주 대첩에서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정평구가 직접 ‘비차’를 타고 성밖으로 날아 나갔다는 이야기는 동화처럼 들린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 보다 300년이나 앞섰다고 하나 그 자료나 원본이 남아 있지 않아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세렌디 피티’를 이룰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보지 못해 놓치고 있을 수 있다. 두더지를 보고 지하철 아이디어를 얻고 나는 제비를 보고 ‘비차’를 만들어 내는 창의적 모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상 너머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능력의 예로, 한때 링컨과 대통령 후보로 경합을 했던 슈어드의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슈어드는 링컨을 보좌하게 되었고 그 과정 중 당시 구 소련의 땅이었던 ‘알래스카’를 싼 값에 매입한다. 매우 추워 쓸모도 없고 사람도 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와 떨어진 땅을 구매한 슈어드에게 ‘미친 짓’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치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고 한다. 결국, 30년 뒤 ‘알래스카’에서 금광, 석유, 철광석, 우라늄(전 세계 30% 보유량)이 쏟아져 나온 것을 보고 미국인들은 슈어드의 판단력에 놀랐고, 땅을 판 구 소련은 얼마나 애통해했을지 안 봐도 알듯 하다. 이와 비슷한 예로, 고려의 서희가 침략자 거란을 상대로 벌인 외교 덕분에 강동 6주를 얻게 된 일화도 소개한다. 현상 너머 본질을 볼 수 있는 리더들이 결국 더 큰 업적을 이루는 것 같다. 무턱대고 비난하기보다는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코카콜라의 유통망을 이용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설사약을 보낸 사례라든가, 세종 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난 후 쉽고 빠르게 알리기 위해 엽전에 한글로 ‘효뎨례의’라는 아이디어도 창의적 발상의 결과들이다.


창의력 인재들의 관찰력에 대한 사례는 신기할 정도다. 고흐가 그린 <밤의 하얀 집> 위에 떠있는 별의 위치를 통해 그 당시 그 그림을 그린연도와 날짜를 알아낼 수 있고, 신윤복의 <월하 정인>에 그려진 달 모양을 보고 개기 월식이 있었던 연도와 날짜를 계산해 낸 이야기도 신기하다. 단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현상을 그림으로 그려낸 천재와 그 그림 속에 등장한 자연 현상을 보고 그림을 그렸던 날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사람들은 마치 조가난 두 조각이 서로 마주함으로써 하나의 현상을 완성시켜주는 퍼즐 같다.


무명이었던 서머셋 모옴이 자신의 책을 팔 기 위한 광고 전략은 신선하고 놀랍다. 돈이 부족한 서머셋 모옴은 신문의 작은 귀퉁이에 ‘마음 착하고 훌륭한 여성을 찾습니다. 나는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는 성격이 온화한 젊은 백만장자입니다. 내가 바라는 여성은 서머셋 모옴의 소설 주인공과 모든 점에서 닮은 여성입니다.’ 그 광고를 본 사람들이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책을 사기 시작했다는 일화는 서머셋 모옴의 창의적 재취가 그 삶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를 보여 준다.


조선 시대 거상 임상옥이 중국에서 인삼을 높은 가격으로 판 이야기나, 덴마크의 3대에 걸친 레고 장난감 진화 이야기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말라위 청년 캄쾀바의 풍차 이야기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가난한 삶의 공간 속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사치인 환경에서 그가 만난 책들이 그 사회의 삶을 바꿀 원동력이 되어 준 것이다. 아빠 친구가 췌장암으로 죽자 15살 잭 아드라카는 빠르게 정확도가 100%이면서 싼 가격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만들어 냈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을 잘 이용해 원하는 삶의 도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이타적인 발명품들이 많은 생명과 인류에게 큰 선물을 안긴 사례들도 감동스럽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화산 폭발을 미리 알려주는 깡통 라디오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작은 돈으로 미리 화산 폭발의 위험을 알릴 수 있게 되어 대비를 통해 생명을 구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는 아이들이 먼 거리를 걸어 물을 길어 와야 한다. 그들에게 큐자 모양의 물통을 주고 물통을 쉽게 끌고 다니도록 재미까지 주는 사진 그림은 사람이 곧 신의 협력자가 되어 어떻게 인류를 돕고 있는 지를 보게 해주는 것 같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누워 있는 ‘이그노벨 IG Nobel’ 상의 상징이 보여 주듯이 튀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1991년 하버드에서 만든 이 상은 대한민국의 권 씨(이름 대신 성씨만 언급됨)가 받았다고 한다.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에게 주는 상인데 그의 향기 나는 정장은 회식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도 어렵지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넛지 효과(팔꿈치로 밀면서 행동을 조용하게 이끄는 효과)로 사회의 다양한 변화들은 공감적이다. 쓰레기가 상시로 쌓이는 곳에 화단과 꽃을 배치하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없어졌고,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게 하기 위해 계단에 소리가 나는 피아노 건반을 그려 넣자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사례들을 보여 준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바람보다 넌지시 스스로 하게 만드는 해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


창의적인 발상들이 우리 삶의 큰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알 것 같다. 일상적인 눈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눈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뛰어난 관찰력과 독서, 다르게 보는 힘 그리고 이타적 정신이 하나가 될 때 창의력의 날개가 돋아나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책은 다양한 관점을 보는 재미를 준다. 창의력이 답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