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위작의 미술사]-최연욱

by 조윤효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으로 음악과 시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해석이듯이 예술도 해석이 가치를 말해 준다. 미술은 그 해석이 가장 모호한 영역인것 같다. 수억의 가치로 해석을 내리는 작품들의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전 세계 미술관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그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이기 까지 한다. 글 중 ‘부의 끝은 미술이다’라는 저자의 표현에 공감이 간다. 일반인은 감히 구매조차 상상할 수 없는 명화들과 관련된 위작 이야기는 묘한 재미를 준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작품의 가치를 주도하는 미술계와 전문가들에 대한 조용하고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서두의 글에서 9.11 테러와 관련된 미술작품의 이야기를 통해 그림이 인간 삶에서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 막연함이 구체적 선으로 다가온다. 그림을 팔아 비행기를 사고 나는 법을 배우고자 미술품을 들고 온 사나이의 그림을 구매했더라면 9.11보다 더 큰 세계 전쟁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결국, 그림을 팔지 못했지만 그림을 들고 온 그 사람이 민항기를 납치해 미국사회에 9.11이라는 큰 충격을 준 사람이다.


세계 3대 범죄가 마약 유통, 무기 거래, 미술 범죄라고 한다. 중국에 위작 공장이 있고, 인기가 좋은 북한 미술품들이 유통되고 그 자금이 북한의 무기 구매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말도 그림의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프랑스는 나라가 부도가 나도 팔지 않겠다고 말한 ‘모나리자’ 가격은 1조가 조금 넘는다. 그런 국보금 그림도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이 책을 읽고 나면 든다. 그림인가 환상인가. 단순히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평화에 위협을 준다는 생각은 미처 해 보지 못했다.


거장의 그림을 연습이나 취미로 모작하는 것과 달리 위작은 의도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위작은 생산자, 유통자,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생태계 일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 피가소도 위작을 했고, 그는 ‘훌륭한 화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라는 말이 책의 주제와 묘 하게 잘 어울린다.


위작 화가들의 이야기는 마치 홍길동전 같은 부분도 있고,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 같은 느낌도 든다. 자상한 아빠 존 미얏의 위작 이야기는 생계형 화가가 선택했던 유혹이다. 10년 동안 유명 미술관 관계자에게 위작을 그려 주고 연봉형태로 돈을 받았던 그는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 오히려 자신이 가진 그림 실력을 세상에 내보이게 되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화가 복이 된 이야기다.

위작하면서 시작된 로마 문화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받아들이고 그리스 양식을 배우기 위해 화가들 까지 로마로 데리고 갔기 때문에 로마 문화가 꽃을 피웠던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스페인에서 온 위작화가라는 뜻인 '스페니시 포저'의 위작이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해도 200점이 넘는다고 한다. 결국, 그의 작품도 전시회를 열 정도록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그림도 위작 덕분에 오늘날까지 복원 과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수도원 벽에 그려진 그림이 전쟁 중에 많이 훼손되었으나 당시의 문화가 거장들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을 관대하게 대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레오나르도의 그림 중 하나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켈란 젤로 또한 거장으로 알려진 이후에도 위작을 했다고 한다. 바티칸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무시당한 느낌 때문에 ‘라오쿤 군상’을 위작해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길 원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인물위주의 그림이라면 북유럽 르네상스는 풍경을 배경으로 군주와 일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교회에 귀속되지 않은 북유럽 그림은 당시의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자료로 쓰인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르네상스 전성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 젤로, 라파엘 작품들의 위작이 역사는 미술사의 한 줄기 강물 같다. 헤틀러가 유럽을 나치의 공포로 몰고 갈 당시 이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은 약탈한 네덜란드 국보급 미술품 137점과 위작인 ‘간음한 여인’을 바꾸었을 만큼 요하네스 베르메르 그림을 좋아했다고 한다. 위작을 그린 한반 메이헤런은 매국노에서 애국자로 불려졌고, 감옥에서 6주 동안 법원 허락하게 그림을 그렸다는 독특한 일화도 인상적이다.


화가의 생각, 마음, 느낌을 그림에 넣는 낭만주의의 그림들도 위작의 역사를 피할 수 없었다. 색깔이 화려한 로코코 양식과 과대 포장과 극사실주의 신고전주의의 작품의 위작 이야기도 미술계의 역사다. 화가의 길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큰 장벽으로 느끼게 하는 미술계에 대한 복수심으로 위작을 선택한 화가 이야기와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는데 단순히 자신의 화가 부인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복수하고자 그림을 그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위작 화가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위작으로 13조를 번 유대인 엘메르 들호리의 이야기도 놀랍고, 독일 벨트라키 부부의 치밀한 위작 이야기는 미술계의 전문성에 대한 조용한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용하게 그림을 본 경험이 있다. 그림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통해 그림을 이해하는데 그 해석이 잘못되었다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보는 대로 말하는 꼬마의 진실성이 미술계에도 필요한 안목 같다.


미술작품의 천문학적 가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미술 작품이 비싼 이유가 우리 시대 그리고 후대가 사용할 색과 이미지 등에 콘셉트를 제공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페스트 푸트 음식점에서 주로 쓰이는 빨간색, 주황색 또는 노란색이 화가들이 많이 썼던 색이라 우리 일상생활에 미술이 녹아난 예라고 한다. 미술이 패션, 디자인, 건축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조용하게 스며드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위작이 범죄이지만 원 작품의 값어치를 더 올려주고, 미술 기술을 앞당기는 순작용도 했음을 알 것 같다.


위작이 알려져도 당당하게 속임을 당했다고 고백할 수 없는 미술 전문가와 전 세계미술관들이 어쩌면 위작을 조용하게 허용하는 분위기를 주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석이 가치를 더하는 미술계의 솔직함과 그 보이지 않는 허상을 과감하게 벗겨내는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느낌으로 미술이 우리와 만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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