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Extra Credit]- Andrew Clement

by 조윤효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각각 속한 사회의 색은 다르다. 우리가 배정된 세상은 선택이 아니라 우연이다. 북한이 아니라 한국에 태어난 것이 우연한 행운이듯이 책을 보면서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학교의 여자 Abby와 신과 사회적 제약이 많은 아프가니스탄 남자아이 Sadeed의 펜팔이 우연하게 이루어진다.


'연을 날리는 아이'라는 소설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과 그곳에서 사용되는 이름이 친숙하다. 책은 두 아이의 상황을 교차해 가며 서로 쓴 몇 통의 편지로 낯선 삶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카불에서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로 알려진 사디는 회관에서 선생님과 마을 중요 어른들이 자신을 두고 회의하는 장면을 밖에서 문틈으로 지켜본다. 미국의 여자 아이와 영어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디를 추천하는 선생님과 남녀 간의 차별이 뚜렷한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에 길들여진 어른들은 사디의 동생 Amir가 편지 쓰는 것을 원한다. 대신, 영어가 뛰어난 오빠 사디가 돕기를 바란다. 좀 더 나은 교육에 대한 추천을 기대했던 사디는 실망스러웠지만 동생을 돕기로 결정한다.


학교에 한 명뿐인 선생님을 돕는 6학년 사디는 방과 후에는 삼촌과 아빠가 장사하는 곡물가게에 가서 일을 돕는다. 사디는 동생 아미르의 영어로 편지 쓰는 일에 대해 조금 짜증스러웠지만 곧 자신의 스타일 대로 글을 써간다. 편지지를 고르는 부분도 세심하게 선택하고 그 쓴 편지를 미국으로 보내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사디는 서서히 낯선 세계의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그 작은 자유의 바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동생을 대신해서 편지도 쓰지만, 자신이 쓴 편지를 몰래 따로 보내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해 준다. 보낼 수 있는 사진이 없어 사디가 직접 그린 마을이 배경이 된 가족의 그림은 미국의 애비에게는 신선한 느낌을 준다.


등반을 포함해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애비는 학교 숙제나 시험에 큰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으로 부터 한 학년을 다시 듣는 것을 권유받게 되자 마음이 다급해진다. 애비는 선생님께 자신이 여름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묻게 되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의 아이와 펜팔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주고받은 편지를 게시판에 붙이는 조건이다. 학교가 끝나면 실내 등반하기로 시간을 보내고 집 뒤의 숲으로 들어가 요새를 찾아내고 숲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애비는 갑자기 학교 숙제를 챙기고 공부하고 편지를 써야 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 하지만, 사디의 편지를 받고 그 아이이가 보내온 작은 돌조각과 시는 애비로 하여금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행복한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애비에게서 받은 편지 덕분에 동생 아미르는 교실에서 많은 아이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오빠 사디는 자신이 몰래 보낸 편지에 대한 답이 궁금해 대신해서 영어를 번역해서 편지를 읽어 주는 일을 자진해서 한다. 공부 시간이 시작되어 다 읽지 못해 나머지 편지를 혼자 읽고 싶은 마음에 사디는 지름길을 통해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중에 총을 소지한 터번을 쓴 한 낯선 남자가 사디를 붙잡는다. 사디가 들고 있는 미국 국기가 그려진 편지 위의 우표를 보고 적대적인 감정을 보이며 그 남자는 편지를 찢어버린다. 사디는 그 편지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다른 여자 아이의 편지라고 말하고 위기상황을 잘 넘긴다. 적대 국가인 미국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과 여자아이가 학교 다닌다는 사실에 그 낯선 남자는 경고를 한다. 무사히 집으로 온 사디는 학교 선생님과 자신이 만난 낯선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국, 마을 어른들과 의논한 끝에 펜팔을 중단한다는 마지막 편지를 보내는 상황이 된다.


애비가 보내온 흙을 보며, 다른 세계에 속한 그녀의 일상과 삶의 형태가 사디에게는 호기심과 즐거움이었으리라. 남녀 차별이 당연시되고,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만 조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사디가 속한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 준다. 공부를 의무로 여기고 수동적으로 대하는 미국의 애비와 공부를 특권으로 생각하고 학교를 보내주는 아빠에게 감사해하는 사디의 여동생 아미르가 묘하게 대조된다. 그리고 사디가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에 언급된 작은 내전의 이야기는 두 세계가 섞일 수 없는 공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애비 또한 학교 게시판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편지와 국기를 붙여 두었다. 물론, 사디가 개인적으로 몰래 보내온 편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종교적 색채가 강한 아프가니스탄의 국기를 게시판에 붙이는 문제로 인해 한 학부모가 교장에게 전화로 항의 하자 게시판에서 선생님이 국기를 내린다.


다행히 애비는 중학생으로 진학이 가능하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사디가 보내온 편지는 그녀에게 귀한 선물이 된다. 사디 또한 애비처럼 삼촌과 함께 산에서 암벽을 탄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 편지를 읽은 애비는 귀가 전에 학교 실내 암벽을 타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하나의 작은 공통점을 계기로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 주는 것 같다.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공통점들을 찾아 서로 연계시킬 때 서로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애비나 사디처럼. 영어로 제법 글을 잘 쓴 사디를 통해 배움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시각을 갖게 된 애비와 경직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디는 애비를 통해 더 큰 자유가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어른이 되어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변화를 시도해 보지 않을까.


책은 잔잔한 호수처럼 진행이 되고, 각기 다른 삶의 형태가 하나의 화음이 되어 흘러나오는 듯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삶과 문화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암벽 타기에 대한 묘한 매력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는 것 같다. 주어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감사하고 세상이 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뒤처진 걸음으로 따라오는 다른 사회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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