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존재와 상징] -칼 구스타프융

by 조윤효

마치 암석과 같은 돌을 앞에 두고 조각을 내야 하는 조각가의 심정으로 읽은 책이다. 내용이 난해해서 읽는 동안 수많은 잡념이 책 속에서 넘실 거리기도 했다. 읽기를 포기하라는 내 안의 작은 유혹도 물리치고 읽어 낸 책이다. 책을 읽어내는 힘이 아직도 약하지만 다 읽었다는 나만의 위로를 해본다. 눈이 쌓이는 원리가 처음에는 땅에 내리자마자 사라지지만 계속해서 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형체를 만들어 낸다. 책을 읽는 과정도 이와 닮아 있다. 처음이라 녹아 사라지지만 관련된 정보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그 분야에 대한 어떤 형체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융은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자 분석 심리학의 개척자라고 불리 운다. 그가 세상을 타계하기 10일 전에 완료한 책이라 그 깊이와 무게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의 바람 데로 이 책은 단독 저술이 아니라 후진 학자들과의 공동 저술로 이루어졌고, 이는 자신의 과업을 후진 학자들이 자연스럽게 지속해서 더 발전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으리라.


프로이트가 꿈을 억압당한 욕구가 쌓인 잠재의식으로 여겼다면, 융은 개개인의 삶에 필요한 귀중하고도 현실적인 부분이자, 자아의 의식적이고도 넓고 풍부한 세계로 여겼다. 융은 언어와 사람을 상징으로 보고, 무의식과 의식의 소통 도구를 꿈으로 여긴다. 무의식을 의식의 위대한 안내자, 친구, 지도자라는 위치로 정하고 꿈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소통 수단으로 본 것이다. 무의식과 의식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서로를 보완할 때만이 인간은 전체가 되고 완전하고 풍요롭고 행복해진다고 여긴 것이다.


바다 위의 빙하처럼 의식은 눈에 보이는 작은 부분이지만 무의식은 물아래 잠겨있는 거대한 얼음이다. 무의식의 접근법을 소개하면서 책은 융의 사상을 만날 수 있다. 그 이후로 다양한 꿈을 소재로 그 해석법을 소개하는 후진 학자들의 ‘고대 신화와 현대인’, ‘개성화 과정’, ‘시각 예술에 있어서의 상징성’, 그리고 ‘개인 분석에 있어서의 상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많은 꿈을 해석하고 그 꿈의 소재를 가지고 개별적인 개인의 무의식을 해석해 주는 과정을 통해 이론을 정립해 가는 과정은 앞으로 갈 길이 많아 보인다.


내면의 무의식들이 통일된 전체를 실현하게 하는 자기 원형이 초월적 기능이 있다는 융의 주장은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자기실현이라는 자신의 신화를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유연한 인격체로 나아갈 수 있다는 융의 사상이 매력적이다. 꿈을 단지 미래를 예언하거나 억압된 자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된 소재를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알아가고 의식과 조화를 맞출 수 있는 힘의 도구로 볼 때 그 가치가 달라질 것 같다.


의식은 상처받기 쉽고, 파괴되기 쉬운 존재이자 문명의 소산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융의 말처럼 꿈의 실제 형태와 내용에 주목을 하고 꿈의 소재만으로 무의식을 해석하는 힘은 쉽지 않은 과정 같다.

남성 안의 여성성을 ‘아니마’라 부른다. 그 아니마가 여성과의 관계 형성에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적용하는 예 또한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성 안의 남성성 또한 ‘아니 미아’로 불리는데 삶에서 그들의 존재가 긍정과 부정의 방향으로 작용될때 사용되는 꿈의 소재들도 난해하지만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력을 과대 평가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의도한 데로 일어난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속의 의도적인 내용과 무의도적인 내용을 깊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의도적인 내용은 자아 인격으로부터 분출되는 것이고, 무의도적인 내용은 자아와 동일하지 않지만 자아의 또 다른 면의 원천으로 부터 분출되는 것이다.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항이라고 한다. 꿈꾸는 사람의 생활 태도상의 특정한 결함을 보상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바른 시각에서 사물을 보고,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인간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신화나 상징에 대한 이해가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임을 알려 준다.


지적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각 기관의 사용방법을 전혀 모르는 듯 살아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한다. 봐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자신이 관계하거나 체험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색다른 의식 상태의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최종적인 시점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고, 세계와 인간 심리는 정적이고 늘 이 상태로 머물러 있듯이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오로시 자신의 감각 기관에만 의존하고 우연성이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외에 내일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지적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환경과 주위 사람에게 적응시키기 위해 자신의 지적 기능을 사용한다. 따라서, 지능은 있지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란 자신의 적응 방법을 감성에서 찾아내려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60년간 개개인의 꿈에 대한 개별적 접근성은 융만이 이루어낸 거대한 산 같다. 본능과 원형의 비교가 어렵지만 막연하게 이해가 된다. 생리적 충동으로 감각에 의해 인지 되는 것이 본능이라면, 공상 중에서 나타난 그 존재를 상징적인 이미지에서 표명되는 게 원형이라고 한다. 그 상징적인 것이 꿈인 것이다. 의식은 논리적인 분석하기가 특기이고, 무의식은 본능적인 경향이 있고, 원형에 의해 표상되는 경향에 이끌린다고 융은 말한다.


무의식은 인간의 성질의 모든 측면, 즉 밞음과 어두움,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그리고 사려 깊음과 어리석음을 포함하고 있다. 집단뿐만 아니라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 상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꿈이 자기 인격의 끊임없는 발전과 성숙을 가져오는 조정의 중심이라고 하니 꿈의 소재를 연구하는 일의 가치를 알 것 같다. 우연한 사건 발생은 원형이 활동했을 때에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 예로 다윈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동시성 개념은 때가 되어서 일어나는 창조 행위와 같은 것들이다. 다윈뿐만 아니라 당시 다윈처럼 진화에 대한 생각을 발견한 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동시성 개념에 대한 이해가 조금 쉬워진다.


꿈의 소재를 통해 개개인의 욕구가 사회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고, 과거의 신화 상징을 통해 인류의 정신적 흐름이 어떤 경로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꿈의 소재가 갑자기 귀한 자료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꿈을 관찰하고 무의식은 의식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꿈을 두 자아의 소통 매개체로 사용할때 하나의 완결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든다. 개개인의 꿈에 대한 가치를 알려 주는 책이다. 의식의 자아가 아니라 무의식의 자아를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도구로 그의 사상과 후진학자들의 해석법은 귀한 자료가 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