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프라다 이야기]- 잔루이지 파라키니

by 조윤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 프라다 기업 문화의 긴장성에 대한 기억만이 남아있다. 책은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명품 신화의 주인공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야기는 당연 호기심이 생긴다. 어떤 생각으로 기업을 운영해 왔고,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는 것 자체가 아직 한창 항해를 준비 중인 젊은 이들에겐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항해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다시 한번 자신의 항로를 점검하는 계기를 줄 것이다.


1913년 여행을 좋아하던 외할아버지가 그의 남동생과 함께 시작한 고급 가죽 가방 제품 매장은 당시 획기적인 인테리어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밝은 색상의 목제와 흑백 줄무늬의 바닥은 가죽 가방의 가치를 더욱 고급스럽게 이끌었을 것이다. 동생이 정치 쪽으로 전향하고 외할아버지 혼자 운영했으나 세계 전쟁 후의 이탈리아는 고급 가방을 들고 여행하며 배에서 파티를 여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운영이 힘들어졌기에 가문에 남자들은 인수받기를 꺼려해 결국, 미우치아 엄마와 이모가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들 또한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의 딸들로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경영위기에 처했고 이때 미우치아는 가업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패션을 꿈꾸는 세계의 젊은 이들은 휴머니즘을 일의 중심에 둘 때 진정한 창조력이 만들어진다고 책을 쓰는 저자는 서론에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미우치아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고 함께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프라다를 운영하는 최고 경영자의 생각을 잘 읽어 내었기에 친구이자 같은 직장 동료로서 과하지 않게 미우 치아 삶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미우치아는 가족이 정한 보수적인 규칙을 자신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잘 전향해 쓴 사람 같다. 의무적으로 낮잠을 자야 하는 시간을 상상의 시간으로 탈 바꿈 시켰고, 자신이 원하는 자유분방 한 ‘미우 미우’라는 가상 속 캐릭터를 이때 만들어 냈다. 후일, 프라다가 의류 사업을 시작할 때 어릴 적 이상적 캐릭터였던 미우 미우를 브랜드 명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녀가 5살 때 그린 그림이 프라다 디자인 작업과 비슷하다는 말에 아주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준비된 사람의 길이 보인다.


보수적 집안이라 무조건 순종하기보다는 어른들과 큰 마찰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조용하게 만들어 낸 미우치아의 창의적 발상이 귀엽다. 당시, 모든 여학생이 치마 아래 스타킹을 신었을 때 15세의 어린 미우치아는 발목까지 오는 하얀 양말을 신어 자신 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짧은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을 때, 집에서 엄마와 마찰 없이 집 박에서 바느질로 치마를 짧게 만들어 학교로 당당하게 걸었을 어린 미우치아의 발걸음은 요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10대의 독특한 반항심을 보여준다. 집안의 권유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지만, 자신이 원하는 미술계 고등학교로 중간에 전학을 하는 고집도 있었다. 영화와 연극을 좋아해 판토마임을 배우러 다니는 열정을 쏟아냈으며, 공산주의 당원 가입이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밀라노 대학의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가업을 이어받았다.


‘언제나 중요한 건, 아름다울 것 그리고 현실 적일 것’, ‘옷은 자신의 환상을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옷도 잘 입는다’, ‘지적인 아름다움만이 타인의 마음을 흔든다’라는 말들을 통해 미우 치아의 생각을 잘 보여 준다. 50이 넘어서 까지 긴 생머리를 고수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창조해 간 그녀의 삶이 프라다제품들이 품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프라다는 젊은 고객이 많은 이유가 최고 품질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일반인이 애용할 수 있도록 고급스러움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디자인의 핵심은 새로움’이라는 미우치아는 그녀의 독창적인 생각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주저함이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정치학도 미우치아가 그 새로움의 소재로 선택한 것이 낙하산 원단인 ‘포코노’로 프라가 가방을 만들었을 때 전문가들은 최악이라는 비평을 내렸지만 소비자가 열광하는 상품이 되었다. 추하지만 어딘가 신선하고 앞으로 사랑받게 될 것을 찾는 ‘아방가르드’ 정신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디자인 콘셉트가 고루해질 때마다 기꺼이 반항심을 발휘하고 그것을 깨고 나오려는 자세가 미우치아의 생각이라고 한다.


미우 치아 성공의 비결이 ‘남들과 다르게, 기존의 나와도 다르게’라는 말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순간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한다는 기업 정신이 엿보인다. ‘모두가 거부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라는 미우 미우의 패션 철학과 잘 어우러 진다. ‘아름답게 소박하고, 소박하게 아름답다.’ 패션은 오래 만나도 싫증 나지 않은 편안한 친구 같아야 한다는 말처럼 저자와 미우치아 사이 같다.


29살 미우 치아와 2년 뒤 결혼하게 되는 30살 베르텔리의 첫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다. 미우치아의 디자인을 카피한 베르텔리에 대해 불쾌감을 퍼붇지만 오히려 미우치아에게 사업 확장을 권유하는 배짱이 두둑하다. 결구, 베르텔리 덕분에 가방에 이어 신발, 의류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넌 지시 미우치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더 큰 무대로 뛰어들 수 있는 문을 열어 준 베르텔리는 천생연분 같다. 당시 남성 허리 뛰와 남성옷을 만드는 기업을 운영하던 베르텔리는 결혼 후 두 사업체를 통합시킨다. 비즈니스 선상에서는 두 사람이 극 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는 이상적 배우자로서 잘 지낼 수 있었다는 게 독특하다. 2006년도 ‘타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 100쌍에 포함되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거나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인 경향과 유행이 결부된 것이 패션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는 미우 치아의 생각도 전문가답다. 첫째로, 무엇이든 읽어 보고, 끊임없이 배워 내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창조되기를 소망해야 한다고 한다. 둘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개성과 재능이 무엇이고 지금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우치아는 이야기한다. ‘패션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한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는 미우치아는 유행이 아니라 독자적 행보를 걷는 명품 프라다의 색채를 만든 것이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옷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그 노력이 바로 해마다 디자인 콘셉트를 바꾸는 노력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과 그것을 기준으로 조금씩 독자적인 디자인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미우 미우 옷들은 처음 패션쇼 2~3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의 영화 의상을 만들고 난 후부터 서서히 사랑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의 패션쇼는 예상을 뛰어넘는 가치를 선보여주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채기 위해 전전긍긍했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결국, 프라다는 패션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마켓의 리더로 그 자리를 굳건하게 굳히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사실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무리에서 벗어나 탈출하는 것이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습경보 사이렌과 조명을 이용해 비상사태를 연출했던 2001년 패션쇼도 프라다 기업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 소비자는 질 높은 제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이 지닌 이미지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세계적 명품 기업인 프라다가 품고 있는 생각들이 잘 드러난다. 유행 패션에 민감하기보다는 심플하면서도 지적이고 우아한 스타인을 추구하는 미우치아의 치향이 잘 반영된 것이다.


경쟁자가 모두 이기도 하고, 아무도 아니기도 한다는 저자와 미우치아의 생각이 프로답다. 그들만의 특별한 철학이 있기 때문에 그저 자신들의 길을 갈 뿐이라는 말이 울림이 된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옷을 입는지 깨닫는 것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기 위해 심리 분석 치료를 받는 것과 같다.’ 옷은 개인적인 영역이고 내면세계와 관계가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미우치아의 일상은 워킹맘의 전형이라고 한다.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미우치아는 섹시하고 도발 적이면서도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한다. 패션에 열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기 위해 다른 특별한 삶을 추구한다거나 일에만 매달리지 않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패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한 미우치아는 ‘수수께 깨처럼 신비로운 여성미, 그것이 섹시함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끝맺음 말도 인상 깊다. ‘사람을 잘 만난다는 것도 재능이고 능력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그만큼 자신을 낮추고 비울 수 있어야 한다.... 젊은 날엔 자신의 재능에 쉽게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비워야 다른 이의 재능을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 한 방향으로 묵묵하게 걸어온 한 영성의 삶이 보이고, 인생 적재적소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는 현명함이 보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최고의 가치를 품어낸 미우 치아의 삶은 충분한 멘토다운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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