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생을 시기별로 구분해 두고 각각의 특성을 무 자르듯 쉽게 나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인생의 여정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사점은 있다. 이미 걸어온 길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사춘기 그 시기 내게도 뜨겁고 차갑고 수시로 나를 덮치는 순간들은 있었다. 사춘기 아이를 두고 있고 또한 그 시절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상이 있기에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알 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박사 김영훈 씨의 책을 보며 섣부르게 서둘렀던 조급한 내 마음이 보였다. 사춘기의 뇌는 갑작스러운 호르몬의 홍수가 닥치고,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가 수시로 마음을 지배하며, 이성적 판단을 하는 이마엽의 사용이 성인만큼 능숙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몸은 어른과 같은데 마음은 독립과 의존이라는 두 물길이 수시로 그들을 흔들어 댄다. 같이 흔들리기 보다는 조용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례하고 자기만 아는 10대들을 만날 때 또는 내 아이가 그런 성향을 보일 때 어른의 뇌로 성숙해지도록 도와야 사회성을 획득하게 된다고 한다. 사춘기가 빨라지기고 있고,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기질이 다르다는 것과 마음 높이를 맞추는 소통의 방법까지 책은 잘 소개하고 있다.
자극적인 매체, 패스트푸드 그리고 환경 호르몬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어른의 몸으로 성급하게 돌입하게 된다. 의약품, 플라스틱, 살충제, 방향제, 화장품, 샴푸, 종이컵, 컵라면, 병뚜껑, 캔 같은 일상의 삶 속에 환경 호르몬이 넘쳐난다. 대량생산, 조기 수확의 목적으로 필요한 유전자를 재결합해 재배하는 GMO(유전자 조작 식품) 농축산물을 쉽게 마주치는 현대의 삶은 성조숙증의 진행을 빠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뼈의 성장속도가 빨라져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그만큼 성장도 빠르지만 멈추는 속도도 빨라진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감정의 물결을 타는 아이들에게 부정적 시선이 아니라 따뜻한 이해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가 어른들이 만들어 논 삶의 터전이 그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앞으로 신체적으로 일어날 변화를 미리 알려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한수 배운다. 가장 이상적인 양육 태도는 아이의 사춘기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실제, 사이코 패스나 성범죄자의 뇌를 보면 감정 조절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편도체가 쪼그라들어 있으며, 합리적 판단을 하는 옆이마옆 겉질도 보통 사람의 85% 정도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그 뇌 상태로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의 삶에 필요한 환경과 자극 그리고 정보들을 잘 차린 밥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만나게 해주어야 함을 알 것 같다.
이마엽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나는 어떻게 다른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근원적 존재의 가치와 타인의 생각까지 유추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뇌영역 부분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육이 옳고 그른 것, 착하고 나쁜 것, 규칙과 질서, 예절, 도덕, 친절 같은 인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온통 공부에 집중시키고자 하는 욕심에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성 교육이 더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사춘기이다.
이마엽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활성화시켜야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자제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회의 규범을 지킬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고 한다. 사춘기의 뇌는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부지런히 자르고 연결시킴으로써 쓸모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들은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들은 강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뇌에게 편향적인 공부만 만나게 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대인관계를 쌓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사춘기의 뇌는 동기 부여가 없으면 같은 일을 할 때 성인의 뇌보다 보상 관련 두뇌 회로를 덜 사용한다고 한다. 즐거움을 만날 때 나오는 도파민 신경 전달 물질이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그 즐거움이 익숙해지면 뇌는 금단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도파민을 분출하는 그 활동 (게임, 흡연, 음주 등등)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찾게 되고 계속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벨기에에서 유럽 5개국의 14세 청소년 154명의 뇌 연구 결과는 당연한 이야기다. 뇌의 보상 중추의 왼쪽 줄무늬체가 게임을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커져 있고, 이마엽 부분의 활동이 약해져 있다고 한다. 쾌락을 요구하는 보상 중추 부위는 활성화 되어있고, 공포와 공격성을 조절하는 부위의 이마엽 활동이 미비할때 청소년 범죄나 비행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게임이 뇌를 폭력에 둔감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무조건 하지 마라고 하기보다는 그 즐거움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사춘기의 뇌는 신경회로의 연결을 탄탄히 하고 긍정적 사고로 확장된 새로운 신경망이 필요한 시기라고 한다. 그래야 어른이 되었을 때 이성적 사고와 판단력, 충동, 절제, 자제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 자신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10대의 뇌가 무엇으로 쾌감을 느끼는가에 따라 어른의 뇌가 어떻게 완성될지 결정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딸과 아들의 성장 속도와 특성을 비교해 주는 자료는 도움이 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 테론은 남녀 모두가 가지고 있다. 단지,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그 양이 다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에스트로겐은 언어능력과 공감 능력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호르몬이 많은 여자아이가 더 빨리 언어를 배우고 공감 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남녀의 뇌 비교도 인상 깊다. 여아의 뇌는 좌뇌가 조금 더 크고, 남자아이는 우뇌가 더 크다. 여자 아이들은 좌뇌와 우뇌가 대칭을 이룬다면, 남자아이는 비대칭이 많고, 판달할 일이 있을 때 여자아이는 좌, 우뇌를 모두 사용하지만, 남자아이는 따로 떼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사람마다 여성호르몬이 많은 남성이 있을 수 있고, 남성 호르몬이 많은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손의 둘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 길이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주로 넷째 손가락이 둘째 손가락 보다 길다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넷째 손가락이 긴 사람이 수학 능력이 높고, 둘째 손가락이 긴 사람이 언어 능력이 높을 확률이 높다는 예는 재미있는 사실이다.
만 7세의 여자 아이는 자신이 느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지만 사춘기 여자 아이는 쉽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독특한 건 남자아이 경우 7세든 사춘기 남자 아니든 두 그룹모두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는 것이다. 사춘기 아들의 뇌에는 10배 이상 늘어난 테스토스테론이 공포나 공격성을 주관하는 편도체에 영향을 미치고, 이 시기까지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가 편도체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들은 대체적으로 충동적인 모험을 즐기고 보상에 더 많은 가치를 두기 때문에 신체활동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격성, 모험적 성향을 스포츠와 같은 긍정적인 신체 활동으로 발산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코리티솔이 분비되는데 다량의 코리티솔 분비가 지속된 경우 뇌 해마의 세포와 결합하여 그 기능을 억제하고 뉴런을 방해하며 심지어 소멸시킨다는 말은 세겨두어야 할 사실이다. 신체 활동이 많을수록 성적이 올라가는 예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체활동이 활발할 때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고 기분이 좋아지며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하루 한 시간 신체활동이 중요함을 알 것 같다.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아이들을 위해 마시멜론 실험처럼 회피 방법을 알려주어야 함을 알 것 같다. 마시멜론을 뭉게 구름이라 생각하게 한 그룹이 간식의 종류로 생각하게 한 그룹보다 더 긴 시간 먹지 않을 자제력을 준 것처럼 게임이나 SNS에 빠진 아이들에게 이런 원리를 적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우리의 뇌는 12세에서 25세에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재 정립되는 시기라고 한다. 뉴런과 시냅스가 정리되면서 대뇌 겉질이 얇아지고 뇌들보는 더 두꺼워지며, 이마엽을 연결하는 신경조직은 더욱 탄탄해진다고 한다. 13세에서 20세의 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은 상담자이자 멘토 역할이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이 있는데 이중 98%는 말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즉, 말 한마디가 상대의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0.1% 우수 성적 아이들의 공통점이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결과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를 편안함, 즐거움, 유쾌함, 유익함 같은 감정으로 느낀다. 그들의 부모들은 관심, 수용 등 긍정적인 반응이 월등히 높고, 아이와 동등한 입장에서 감정을 나누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와 대화를 설득과 강요가 아닌 자율권과 질문 그리고 명확한 표현을 해낼 수 있는 부모가 돼야 아이가 잘 성장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책은 부모가 먼저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 구체적 노력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 뜨거운 사막을 걷고 있는 아이의 진정한 지원군이 되기 위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인 내가 더 노력해야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