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Touble-Maker]- Andrew Clements

by 조윤효

학교 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아련한 향을 피어오르게 한다. 기억의 저편에 꼭꼭 감추어 두고 싶은 장면도 있고, 뜻하지 않은 일로 칭찬받았던 일은 수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저자의 책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사들을 요란하지 않게 불러들인다. 유년시절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라는 곳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다.


주인공 Clay Hensley는 미워할 수 없는 장난 가득한 6학년 소년이다.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에 해당되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책들 사이사이에 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흑백의 그림들은 글을 읽는 것만큼 재미를 준다. 생동감이 있으며 따뜻한 느낌까지 준다. 연필로 스케치만 해도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흑백의 그림 위에 무게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미술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크레이는 그림에 꽤나 자질이 있어 보이지만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익살 스런 장난의 한 도구다. 교장 선생님 Mr. Kelling의 초상화를 말 얼굴에 사람옷을 입고 안경을 쓴 동물로 그린 크레이는 미술 선생님 Mr. Dash에게 딱 걸린다.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익살 스런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자 한 것이니 당연 그 결과도 정해져 있다. 그림을 대봉투에 담아 교장실로 가라는 다쉬 선생님의 명령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크레이는 그런 상황이 꽤 익숙한 학교생활임을 보여 준다.


그림을 들고 교장실로 향하던 중 식당 앞에 서 있게 된다. 그곳을 지나가던 친한 친구 악동 Hank에게 자신이 그린 커리컬처 그림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크레이 뒤로 교장선생인이 눈을 잔뜩 찡그린 채 서있다. 교장실로 불려 가는 상황은 크레이에게 익숙하다.


친구 행크가 교장실로 가야 하는 크레이를 보고 ‘You are so dead! 넌 죽었다’라는 표현은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도 종종 쓰는 표현이다. 유치부 중반부터 6학년까지 9년 동안 교장실을 들락 거렸기 때문에 크레이는 느긋함을 보여준다. 한 달 평균 4번씩 교장실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크레이는 단연 행복한 Touble-maker다.


교장실에 불려 가면 교장과 아이의 대화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Mrs. Ormin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에게도 익숙한 크레이를 보는 그녀의 눈은 따뜻하다.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내용을 기록하는 일은 좋은 제도인 것 같다. 훈육을 하는 어른이 감정에 치우 지지 않을 것이고, 그 방식에 있어서 보다 전문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변하도록 도울 것 같다. 크레이가 그린 교장의 커리컬처 그림을 돈을 주고 사는 너르러움을 발휘하도록 하는 마음의 큰 여유까지 발전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크레이의 저녁식사 장면 그림은 인상 깊다. 형인 Mitch를 바라 보는 크레이의 모습은 형에 대한 애정과 동경이 담긴 눈빛이다. 미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을 찾고 있는 중인데, 속도위반으로 200달러 벌금을 받게 되었지만 납부를 거부해 판사 앞에 서게 된다. 자신의 변명을 들어주지 않는 판사 앞에서 소란을 피워 법정 모독죄로 한 달을 감옥에서 지내다 막 돌아온 미치는 트러블 메이커 동생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


잠들기 전에 자신의 장난을 형에게 자랑하던 크레이는 형에게 따귀를 맞고 눈물을 글썽인다. 한 달 동안의 감옥 체험을 한 미치는 동생이 더 이상 문제아로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는다. 크레이의 머리를 자르게 하고 티셔츠가 아니라 와이셔츠처럼 단추가 달린 단정한 옷을 입고 등교하게 만든다. 물론, 학교에서 다시는 문제를 일으켜 교장실로 가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아 둔다. 형을 좋아하는 크레이는 자신의 행동을 한순간에 바꿔야 하는 상황을 잘 받아들인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점심 식사 후 미술실로 혼자가 경시대회 출전할 그림을 그리는 일로 장난기를 잠재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첫날부터 오전 동안 모범생으로 지내기 위한 그 억누름은 활기가 넘치는 점심시간이 되자 태엽처럼 풀려버리고 점심 메뉴로 나온 포도씨를 친구들에게 총알처럼 쏟아내 결국, 다시 교장실로 가게 된다. 교장 선생님은 크레이의 잦은 장난에 대해 부모님과 면담을 잡으려 하자 놀란 크레이는 마지막 기회를 요청하게 된다.


아이들이 공식적으로 장난을 칠 수 있는 할로윈 저녁, 미치가 집안에서 보내길 요구하자 클레이는 잔뜩 화가 나서 저녁 내내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저녁 10시가 되자 집으로 두 명의 경찰이 찾아온다. 교장 선생님 집 대문에 크레이가 전에 그렸던 것과 비슷한 말그림이 보기 싫게 그려져 있어 교장선생님이 범인으로 그를 지목한 것이다.


다음날 만화책을 빌리러 가는 도중 자신의 문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켈링 교장선생님을 피하지 않고 용기 있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크레이를 믿어주는 장면도 인상 깊다. 결국, 친구 행크가 자신이 교장선생님 댁에 그림을 그린 사람이라고 크레이에게 고백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변한 크레이에게 화가 난 행크는 미술실의 크레이 초상화 작품을 낙서한 것까지는 고백하지 않았지만 대신 그의 누나가 아끼던 미술용 연필 두자루를 선물한다. 크레이는 행크가 자신의 그림을 훼손한 것을 알지만 자신의 형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용하게 자신의 감정을 누르는 자제력을 보여 준다.


관심을 쏟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춘기 아이들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몸 안의 정체 모를 열정을 가진 사춘기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해둔 트랙 같은 규칙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그런 좌충 우돌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살며시 손만 내밀어도 아이들은 그 손을 잡고 일어선다. 교육학을 전공한 남동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옥으로 가장 많이 가는 사람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비뚤어진 선로의 귀로에 서 있는 아이들을 관심의 끈으로 끌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한 체로 성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못된 트랙으로 성인이 된 아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그들의 삶도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동생을 이끌어 주는 형의 힘이 부모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결국, 크레이는 그림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었고, 수학시간 우수 성적자로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는 기쁨을 통해 부정적인 방식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성장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학교는 실수와 실패에 더욱 너그러워하는 공간이어야 함을 알 것 같다. 그런 넘어짐이 진행되는 동안 스스로 안전하게 일어나 걷고 뛰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공간이 학교가 되어야 하고 그 공간에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그들 곁에 함께하는 교사는 격려의 손길로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