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에디 제이쿠

by 조윤효

인생이라는 그래프를 100으로 맞추고, 지금 위치가 어느 정도 와있는지 가시적으로 생각해 본다. 지나온 그래프가 얼마만 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그래프는 어떤 가치를 갖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 에디 제이쿠는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로서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왜 자신이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그 삶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는 삶이 지나간 자리에서 답을 찾아낸다. 증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리기 위해서이고,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임을 아는 것 같다. ‘함께 나눈 사랑으로 언제나 충만하기를, 남아돌 만큼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서로 아껴주는 친구들로 넘쳐 나시기를’ 그의 존재의 이유가 하나의 교훈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것 같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이야기를 못하다가 어느 순간 용기 있게 들어내기 시작하자 치유되는 과정을 겪은 것 같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수업을 통해 인류 역사를 통해 평범한 인간들이 최악의 리더와 함께 악의 꽃을 피워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100세의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고, 테드 강연을 통해 잊힐 수 있는 역사의 슬픈 사실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려 준다. ‘당신의 인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라는 기본적 사실을 실천으로 보여준 저자의 삶을 통해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1920년 독일 동부 ‘라이프 치히’에서 태어난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교향악단을 가지고 있고 수많은 학자와 시인에게 영감을 준 도시가 고향임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독일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던 그의 가족들에게 유대인이라는 분류의 고리로 삶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더 이상 그곳에서 살아낼 이유를 찾지 못해 결국 호주에 정착하고 삶을 마감한다. 102세의 인생을 가장 소중한 가족, 친구 그리고 친절을 베푸는 삶으로 살아낸 저자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독일은 1차 대전의 패배로 지불 능력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연합군으로 인해 경제는 파탄이 된고 독일국민들은 삶의 고달픔을 쏟아낼 대상으로 유대인을 선택한 것 같다. 문맹률이 높은 유럽 사회에서 문자를 알고 생활의 절제와 지혜를 갖춘 유대인이 쉽게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들이 일궈 낸 재산이 탐나고 질투가 났을 서민들은 쉽게 나치에 동요된다. 어제까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던 이웃들이 나치당에 유대인을 고발하고, 그들의 재산을 가져가는 상황이 정당하게 느껴질 만큼 먹고 마시는 경제의 문제가 도덕적 양심을 쉽게 지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의 아버지는 ‘발터 슐라이프’라는 독일의 비유대인 고아의 호적을 구해 저자가 대학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돕는다. 18살에 학교에서 그 해 최고의 수습생으로 노동조합 가입 제안을 받았고 정밀 의료기기를 제작 하는 안정된 직장까지 갖게 된다. 부모와 떨어져 고아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저자는 20번째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몰래 자신의 집으로 갔다가 나치당원에 발각이 되고 그들이 200년 역사를 가진 저자의 집을 눈앞에서 태우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공부만 하던 저자가 국내 상황이 유대인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해 지울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온다. 한 번에 한 걸음씩만 나아가라!’ 삶의 순간순간이 죽음을 목격하고 인간이하의 생활 속에서 저자가 견뎌낸 마음속 다짐이다. 나치 친위대로 간수인 친구 헬무트와 수용소에서 유대인으로 제수복을 입고 만나는 장면에서 그를 단지 독일 고아 발터 슐라이프로 알고 있던 헬무트의 발에 침을 뱉을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그 처참한 상황을 보여 준다. 헬무트는 나치 친위대를 위해 기계공이 필요한 전시 상황에서 저자를 추천하고, 유대인이라도 전시에 필요한 인원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갖게 도와준다.

집단 수용소에서 탈출해 벨기에의 브뤼셀로 향하기 위한 저자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는 책을 붙들고 숨을 죽이게 만든다. 저자와 아버지만 탈출에 성공하고 독일에 붙잡힌 어머니와 통화하는 과정 중에서 나치 친위대는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다. 돌아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은 그녀의 광대뼈를 부술 만큼 나치 친위대의 분노를 산다. 저자는 ‘지금 당신의 어머니를 안아 드려라’라고 조용하게 조언한다. 어머니를 안을 수 있는 그 귀한 기회를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벨기에서의 2주간의 자유뒤에 유대인이 아니라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독일인의 죄목으로 다시 수용소에 가게 된 저자의 삶은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된 연주 같다. 난민 수용소에서 1년을 살고 프랑스로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 중 저자는 이야기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배를 곯으면서도 낯선 탈출자에게 빵을 나눠 주는 선한 사람들로 삶이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저자에게 주었다고 한다.


숨어서 가족과 살던 곳도 결국 발각이 되고, 부모님은 가스실로 자신은 그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게 된다.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선별자 독일인은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손가락의 방향을 튼다. 부모님도 죽고, 자신의 여동생의 생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저자에게 큰 힘이 되어 준건 친구 쿠르트와의 우정이었다고 한다. 같은 수용소에서 형제 못지않게 서로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었기에 그들은 삶아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죽음이 오히려 더 편해 보여 고압류가 흐르는 철조망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 서로에게 삶이라는 그 힘든 과정을 선택하게 해 준 것은 결국 사랑이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깊은 깨우침은 인생 전반에 걸쳐 큰 힘을 발휘 한 생각이었으리라.


전세가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나치는 자신들의 극악 무도한 행태를 감추기 위해 강제로 수용자를 이동시킨다. 그 과정 중에 친구 쿠르드가 안전하게 숨도록 도와주고, 자신 또한 이동 중 탈출을 하지만 인간에 대한 불신을 한번 경험한 그에게는 자유라는 허울 좋은 희망이 아니라 또 다른 악령을 맞이하는 상황 같았을 것이다. 탈출을 시도 후 민간인들 집으로 가 도움을 요청한 그에게 총을 쏜 농부로 인해 종아리에 총알이 박히고, 어렵게 만든 탈출 기회를 뒤로 하고 다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행로는 긴 한숨을 만들어 낸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작은 호의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가뭄 속 귀한 물 같다. 성당 종소리에 맞춰 에디의 종아리에 박힌 총알을 빼낼 수 있게 도와준 의사나, 탈출을 도와줄 수는 없으나 음식을 몰래 숨겨두고 가는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삶의 희미한 끈을 하나씩 역어가는 것 같다.


결국, 이동 중 탈출을 했던 에디는 미군에 의해 구조되었고 당시 28Kg의 최악의 몸상태에서 생존율 35%를 이루어낸 저자는 이야기한다. ‘고통에서 벗어나면서 얻은 교훈은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 안에서 온다.’ ‘당신 정원에 꽃 한 송이를 피워라. 그것은 기적의 시작이다. 당신이 피운 꽃 한 송이는 그냥 꽃 한 송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드넓은 정원의 시작이다.’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유대인조차 정신적 후유증과 삶의 공허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자 또한 결혼 후 삶의 회색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자 그의 마음속 깊은 푸른 희망의 빛이 그를 깨워낸 것 같다.


책의 후반부에 저자는 조용하게 조언한다. 삶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매일매일 행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라. 당신이 먼저 나서서 이 세상과 친구가 되어 주어라. 당신의 새 친구, 에디를 위해...라는 말이 긴 울림을 준다. 그는 이미 우리를 떠났지만 그가 보여준 삶은 지금 내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지상 최고의 기회와 조건임을 마음깊이 깨닫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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