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필리피 페리

by 조윤효

책이 독자의 손길을 부르는 좋은 제목들이 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는 늘 불안하다. 하나의 계기가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는데 그 계기를 수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부모다.


저자는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이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의 교사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핵심적이고 명쾌하게 내려줘서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말잘 듣는 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읽는 동안 지나온 길에서 나의 실수들이 보여 반성 아닌 반성이 되었다. 사건이나 관계의 정의가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를 주었다.


우리가 평생 교감하고 사랑할 사람인 자녀를 세상으로 초대한 사람이 부모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초대자로서 초대한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나날이 깊어가는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혈연관계를 가지고 수십 년을 살아오고 있지만 인간대 인간으로서 깊은 유대관계를 죽을 때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 까지는 하지 못했었다.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중받고,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조건 없이 사랑받고, 긍정적인 관심을 받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 긍정적인 이바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한다. 비록 실수하고 상처를 준 과거의 기록이 있지만, 오늘 인정하고 사과하고 새롭게 관계를 적립해 나가도 된다는 저자의 위로의 말로 앞으로 세상을 향한 문을 닫을 때까지 중요하게 이루어질 과정을 조금은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자신이 준 상처를 인정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은 나를 바꿀 용기를 준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두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사춘기의 그 출렁이는 바다를 건너는 아이와 가끔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저자의 말처럼 잠시 상황과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대하는 지혜를 실천해 봐야겠다.


자녀와 부모 관계의 형성은 유전처럼 집안 내력처럼 전달된다고 한다. 나에게 내 부모가 집중하지 못했던 시기나 내가 우리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시기가 비슷하다고 한다. 내 안의 비판자가 아이에게 대물림이 된다는 말을 통해 부모 됨의 자세를 알 것 같다. 지금의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초대할 그다음 초대자까지 내 영향력이 미친다는 생각에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아이를 평가하려 하지 말고 응원해 주는 사람으로 나를 바꾸어야 한다. 대가족이든 핵가족 이든, 형제자매가 많든 적든, 양부모가 함께 키우든 편부모가 키우든 아이들에게 인지적, 정서적 발달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중요한 건 화목한 가족 관계가 아이의 행복을 결정할 뿐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현명하게 말다툼하는 방법도 기억에 남는다. 너 화법이 아닌 나 화법을 써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되,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해 주려는 마음이 있을 때 가정에서 생기는 소소한 갈등은 서로의 유대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상대가 교감하고 관심을 요구할 때 외면하지 말고 그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면 정서적 필요가 충족된다고 한다. 남편이든 아이든 이런 원리를 적용할 때 삶은 더욱 평화로워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반박당할 때 보다 인정받을 때 마음이 누그러진다는 것을 알지만 잘 실천되지 않았었다. 특히, 아이를 공감할 대상으로 바라볼 때 부모의 마음 그릇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안전한 그릇이 되어 주는 사람이 부모여야 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아이 곁에 서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 주되 거기에 압도되지 않는 마음 그릇이 큰 부모가 되어야겠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로 그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다. ‘나는 슬퍼... 너 슬프구나’라고 말하기보다는 ‘슬픈 기분이 든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라는 표현 법이 내가 슬픈 사람이 아니라 내 기분이 어떠한가를 정의 내릴 수 있게 된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아이의 말을 관찰하고 숨은 감정을 알아내고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귀찮게 여기지 말고, 평가하지 말며 귀 기울여주고, 아이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함을 알 것 같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아이를 대할 때 부모가 취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바뀌고 부모와 아이 모두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로 지속해서 신뢰를 형성해 가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지진을 겪은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도왔다고 한다. 지진의 상황을 경쾌하고 낙관적으로 그린 그룹보다 암울한 느낌으로 괴로움을 표현한 그룹의 아이들이 6개월 후 호흡기 질환율이 낮았다는 보이스 박사말은 여러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슬픔, 화, 두려움은 고쳐야 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아이를 더 잘 알고 교감할 기회로 삼을 때 유대 관계의 끈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가를 선명하게 느끼고 그 감정을 담아 줄 안전하고 넓은 그릇이 부모가 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하려 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긍정적인 감정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슬픔이나 고통은 행복이나 즐거움만큼 중요한 감정의 재료임을 깨닫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하고, 마음을 헤아려 주려는 노력을 할 때, 10대 나 20대가 되어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부모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적극적인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부모여서, 자식이어서 사랑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호감을 지니는 관계로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지기를 욕심내야 한다.


책은 어린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와 사례를 통해 초보자 부모들에게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육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다.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도 잘 알려 준다. 엄격한 규율을 가진 학교의 학생들이 조금은 자유로운 아이들의 학생들보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훨씬 정교하다는 말은 놀랍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조금 너그럽게 대해주라는 조언도 도움이 된다. 모든 관계에는 선긋기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을 통해 아이에게 선을 제시할 때 자녀를 규정하려 하지 말고 부모인 나의 감정을 설명하라고 한다. 밤 10시 까지는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선을 제시할 때,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을 때 걱정이 되는 부모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의 성인이 된 자녀를 하숙생처럼 대하되 자녀가 원하는 대로 약간의 거리를 두며 자녀 생활을 존중하는 것이 서로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자녀와 맺는 유대감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이며, 우리를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녀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이 관계를 가꾸어 가야 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자녀를 키운다는 건 자녀가 아이이고 내가 부모인 관계에서 어느 순간 함께 어른으로 있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아이가 되고 자녀가 부모 역할을 하는 게 인생이라는 말에 긴 울림을 준다.


지금 아이인 나의 아이와 어른인 나 그리고 다시 어린아이가 된 시어머니를 보며, 삶의 전 과정을 바라보게 된다. 세상에 초대되어 온 나와 세상으로 아이를 초대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한평생 사랑하고 교감할 대상으로 그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때 신이 주신 삶의 소명중 하나는 달성하는 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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