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이해하는 가장 솔직한 안내서’라는 글이 책표지 의자 중앙에 딱 자리 잡고 있다. 읽기 전 슬쩍 넘겨 보니 다양한 그림과 저자 만의 색다른 해석이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첫 서두를 읽어가며 약간의 당혹감도 준다. 저자의 삶의 역사가 잠깐 언급된 부분이 있다. 17살에 가출해서 나이를 속이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 일탈. 그리고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가 정치외교를 배웠고 우연히 배운 동영상 편집 기술이 그의 삶의 도구가 되었다. 구독자수 110만 명 ‘효기심’과 구독자 수 51만 명 ‘간다효’ 주인장이다. 유럽 편을 세상에 내놓았고 차후 동아시아 편도 출판할 예정이라는 말에 조금 기대가 된다.
역사는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 해석자의 눈이 얼마나 폭넓고 정확한지에 따라 후세에게 전해지는 내용은 달라진다. 마치 맹인들이 코끼리의 한 부분만 만지고 느끼면서 자신이 느낀 그 한 부분이 코끼리의 진정한 모습이라 주장하는 것과 닮아 있다. 제대로 된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담긴 책을 종합해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로 어떻게 큰 흐름의 이야기로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유럽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종교의 영향력이다. 종교가 정치권력과 맞물려 특권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시크릿 카드로 작용했던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난한 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보다 가진 자들이 특권을 지키려는 욕심이 더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독교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세계 역사를 종교와 신들의 역사라 할 만하다. 고대와 중세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종교’와 ‘신’은 아주 중요한 통치 제제의 재료였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초창기 로마 제국은 기독교를 거부했지만 왜 갑자기 정식 국교로 정했을 까? 책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어헤쳐 준다. 로마 인들이 한때 유럽 전역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둘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기존의 자신의 신과 그리스 신들을 섞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을 신격화하는 자유로운 기질자들 같다.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와 신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로마군의 충돌은 당연한 것이다.
타락한 유대인의 종교를 비판하고, 다른 민족들도 유대교의 신을 믿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예수는 기존 유대인 성직자들에게는 위협의 요소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유대인들은 로마에게 예수 처벌을 요청하게 되어 그 이후 유럽에서 예수를 죽게 만든 유대인이라는 멍에를 쓰고 살아가는 운명을 갖게 된 것이다.
로마의 황제 자리가 수도 없이 바뀌었 시절, 그들은 다수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의 힘이 필요했었다. 그들의 종교를 국교화 함으로써 권력의 기반을 강하게 다지려는 로마의 리더들은 종교의 힘을 잘 사용했다. 그들의 지위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자리라는 것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교황의 힘을 키워주고 그들로부터 특권을 받는 의식을 만들어 내지만, 오히려 기독교 교황의 힘이 더 강해지다 보니 왕의 자유가 침해되는 시절을 맞는다. 그리고 다시, 기독교의 힘으로부터 벋어나기 위한 힘겨운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과정이 유럽의 주된 역사 같다.
기독교의 교리가 면죄부 같은 제도로 교황의 돈을 버는 수단으로 바뀌자, 이를 거부하는 개신교들이 등장하고 전 유럽에 확산된다. 단테의 신곡 부분 중 ‘연옥’이라는 부분이 추가되면서 천당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연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들이 헌금을 해야 한다는 괴상한 논리도 그 시대에는 잘 통했으리라. 배움의 길이 좁았고, 정보의 양도 제한적이어서 믿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시대였다.
쥐의 벼룩에서 발생한 흑사병이 전 유럽의 30% 목숨을 쓸어갈 때 권력자와 민중들은 당황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회초리로 때리는 기행이라던가, 유대인의 공모라는 기괴한 말들이 떠돌았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오늘날의 팬데믹과 그 형태는 다르지만 조금은 닮아 있는 부분이다.
기독교를 가톨릭, 개신교, 정통 교회라는 정교회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교회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원조 기독교를 수호하는 최후의 국가임을 알리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인물인 푸틴이 주현절 행사로 겨울의 호수에 몸을 담고 있는 사진은 또 하나의 권력 싸움이 진행되는 현재를 느낄 수 있다. 종교와 상징성 덕분에 러시아의 정체성이 생겼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지구에서 123년 사라졌던 폴란드이 이야기는 흥미롭다. 각각의 영주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게 당연시되었던 시절 폴란드의 왕은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한다. 심지어, 왕을 할 사람이 없을 경우 외국인도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 표트르 3세와 예카리나 2세의 부부 관계는 최악이었고, 표트리 대제가 죽고 나자 예카리나의 애인중 한 명이었던 포니아토프스키가 폴란드의 왕이 될 수 있도록 했던 러시아의 힘을 보여 준다. 1918년 폴란드는 러시아, 지금의 독일인 프로이센, 오스트리아로 둘러 쌓여 귀족과 외세에 의해 123년 동안 흔적도 없이 나라가 조각이 났다고 한다. 당시 우리는 한일 합방 이후 일본을 향해 자주독립을 외치던 시절일 때 폴란드는 나라가 옆의 강대국들에 의해, 폴란드 내 특권층의 귀족들에 의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영국은 원래 유럽의 켈트족(몸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유입되어 나라가 형성되었으나 이후 유입된 앵글족, 섹슨족 그리고 주트족에 의해 켈트족은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로 이동하게 되어 하나지만 색이 다른 4개의 이름으로 나뉘었다. 켈트족과 게르만 민족의 후예인 앵글로 색슨족이 공존하는 영국은 부패한 가톨릭에 대항해 검소를 강조한 청교도 혁명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지나친 검소를 강요했던 올리버 코롬웬은 1년의 짧은 권력의 맛을 보고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핀란드 역사는 더 독특하다. 그들은 스웨덴 왕국의 한 영토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1917년 이전에는 그들 고유 민족국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스웨덴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핀란드인의 국토를 인식시키는 과정을 만든 것이다. 스웨덴의 최대 영토는 핀란드를 포함하는 것이었고, 600년 동안 스웨덴의 통치아래 있던 핀란드가 스웨덴에 합쳐지기를 막기 위해 손을 쓴 러시아 덕분에 나라가 독립의 기운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웨덴과 핀란드의 전쟁에서 핀란드 인들은 나라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몰랐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특정 왕이 자신이 다스리는 국가의 왕이 되기 위해 실체도 없던 민족, 국가, 역사까지 만들어 내고 국민들에게 그것들이 소중한 것이라고 선동하는 것이 ‘중앙 집권’의 의미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프랑스의 역사 이야기도 흥미롭다. 루이 14, 15세를 거쳐오면서 파탄난 재정을 복구하고자 루이 16세는 175년 만에 귀족들과 일부 부자 상인들로 구성된 삼부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하지만, 혹을 때려다 혹을 붙인 꼴이 되고 만다. 루이 16세가 사치로 인해 재정난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총지출의 6%만 차지했던 상황을 봐서, 사실은 잦은 전쟁으로 인한 국고의 적자 때문이라고 한다. 왕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드디어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게 되었고(여러 구호들이 난무했던 시절이었고 그중 이 세 가지 개념이 우연히 살아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 혼돈 속에서 입헌 군주제를 주장한 온건파와 급진파의 충돌로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고 한다.
몰래 도망치던 루이 16세를 붙잡은 급진파가 그를 단두대에 올라가게 했고, 권력을 잠시 휘두르던 급진파의 리더 또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왕이 없어도 여전히 국민들의 삶이 살기 어려운 이유를 알지 못했던 프랑스 인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나폴레옹의 존재는 희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실제 나폴레옹은 이미지 마케팅의 선수였다고 한다. 예술과 그림으로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부지런히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나폴레옹이 그 당시 프랑스 대 혁명 이후 형편없이 운영되던 국가 운영을 바꿀 획기적 인물로 주목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독일의 역사도 흥미롭다. 1307개의 히든 챔피언 같은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독일은 소국들로 뭉쳐져서 만들어진 나라라고 한다. 게르만 민족들의 힘을 합해 프랑스를 막자라는 생각으로 뭉쳐진 나라다. 당시 유럽에 유대인 혐오 주의가 만연해 있었고, 일반인들의 유대인 학살 사건 ‘포크롬’ 사건으로 7만 명이 독일 땅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후 승전 국들은 패전국인 독일 제국을 분해시키고 황제를 폐위했으며, 패전국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 요구를 했기에 독일 시민들의 삶은 그만큼 각박했으리라. 국민의 소속감과 애국심을 고취하서 수월하게 정치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히틀러가 독일국민에 명분을 심어 준 것이다. 공통의 적을 만들고, 아리안 민족인 독일인이 세계 최고임을 선전함으로써 쉽게 독재자의 자리를 공고히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한 사람의 문제로 홀로 코스트 같은 인류의 치명적 실수가 만들어 진건 아니다. 그의 생각에 동조하고 따른 다수의 무지의 국민도 함께 저지른 잘못이다.
리더를 보는 정확한 눈이 필요하다. 가끔 정치인들이 되기 위해 분열과 과잉 긴장감을 조성하는 후보자들을 만났는데, 이들을 경계하는 눈이 필요하다. 결국,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재단사가 되어야 하는게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할 일이다. 그들을 매서운 눈으로 관찰하고 실력을 갖춘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 게 국민들이다. 역사를 알아야 시대를 보는 눈이 생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책은 소소하게 즐길 역사적 작은 이야기들을 쏟아 낸다. 한 권으로 세계사를 다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세계 역사의 책들을 지속적으로 읽어 가면서 장님의 눈이 아닌 눈뜬 자의 명확한 눈으로 코끼리라는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