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시간 제어]- 마르크 비트만

by 조윤효

시간이 어느 순간 손안에 든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녀석의 정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는 게 나을지 생각하게 된다. 생각보다 빨리 지나 버린 한 주, 한 달 그리고 벌써 일 년의 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몇 달 전부터 스스로 실험을 해 오고 있다. 한주를 가장 느리게 보내는 방법을. 실제로 보내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바라보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만 먹어도 조금 느려지는 느낌이 든다.


박사학위 전부터 시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저자는 심리학과 철학을 스위스와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이다. 그의 책은 얇고 가볍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할 수는 있으나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그래서 차분하게 음미하듯 천천히 읽어야 한다. 두꺼운 책을 읽는 시간만큼 독자의 의식을 당긴다. 책은 ‘기다림의 미학’, ‘뇌에는 박자가 있다’, ‘3초, 현재를 느끼는 시간’, ‘왜 시간이 필요할까?’, ‘나이들 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이유’, ‘자아와 시간’, 그리고 ‘시간 감각이 만들어지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목만 봐도 시간에 대한 형이상학적 생각을 조금 구체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시간을 인식하는 동물로 까마귀의 예를 들어준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더 많은 음식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자제할 수 있는 영리한 까마귀의 이야기는 익히 잘 알려진 ‘마시멜론 실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시간과 돈은 서로 대체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실험도 인상 적이다. 바로 현금을 받을지, 아니면 일주일 뒤 그 두 배가 넘는 돈을 받을지를 결정하게 하는 실험은 사람들의 성향을 잘 보여 준다. 일주일 두에 그 두 배가 넘는 돈을 받겠다고 결정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한 달 뒤로 늦출경우 바로 현금을 받기를 선택하는 비율이 현저히 올라간다. 충동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근시안적이며, 매우 현재 지향적임을 보여 준다.


감각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긍정적인 기억으로 가득 찬 삶은 감정이 가득하고 감각된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고 한다. 짧은 순간을 살지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할지는 결국, 욕구 충족을 언제 할지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지향적인지 미래 지향적인지 자신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전두엽은 보상을 미루게 하는 영역을 담당한다면 뇌의 변연계는 당장 보상을 원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더불어 시간 감각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무언가를 깨우치고 배우려면 행동이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며, 의미와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에 발생할 가정적이고 추상적인 사건을 현재의 구체적이고 감정적인 욕구와 나란히 견줄 상상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같은 시간을 보내도 어떤 사람은 짧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길게 느낀다. 신체적 자극이 높고, 위험한 순간일 경우 순간적으로 시간이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슬로 모션 처럼 시간이 길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를 느낀다는 건 자신의 존재를 매 순간 의식한다는 뜻이라는 말도 공감이 된다. 현재를 느끼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그 순간의 집중을 통해 시간을 늘려보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현재라고 느끼는 시간은 약 3초라고 하다. 막 지나간 과거와 곧 일어날 미래까지를 포함한 시간의식을 통해 3초 단위의 경험을 발견해 보라는 저자의 권유가 기억에 남는다. 3초간의 그 짧은 현재를 인식하기기 참으로 어렵다.


3초가 넘는 시간을 기억하려면 의식적으로 살기를 소망해야 할 것 같다. 실제, 더 의식적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모든 순간이 강렬하게 다가오고, 시간이 늘어난 듯한 감각은 사람이 흔치 않은 의식 상태에 빠졌다는 전형적인 징조다.’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나 극도의 행복한 상황에는 흥분이 최고조로 달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호흡을 영혼이 깃든 육체의 존재를 느끼는 활동이라는 말도 인상 갚다. 현존의 부재를 호흡의 경이로움으로 몸과 정신, 공간과 시간이 하나로 통합 되는 과정으로 시도해 볼 때 지금 현재 존재하는 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완된 호흡을 한번 할 때 걸리는 시간이 대략 3초라는 말을 통해 한 번의 호흡 주기가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의 지속과 정확히 일치 한다는 말은 놀랍다.


문화는 정치, 경제, 역사적 조건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관적인 시간 경험도 결정하는 요소라고 하다. 시간의 경과와 인생이 흘러가는 속도를 평가하는 방식도 당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예로, 북반구 선진구의 대도시 젊은 이들은 시간을 더 빠르게 인식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참지 못한다. 반면, 적도 부근에 위치한 농촌 문화권 사람들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고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조차 문화의 영향권 안에 있다. 시간의 그 불특정 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시간에 집중하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데에 신경 쓰느라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뇌 속 조율기가 규칙적인 간격으로 맥박을 전달하며, 이 맥박이 계량기에 모여 주관적인 신간의 지속을 정의하는 시간 감각이 생긴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에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10대의 1년과 80대의 1년의 속도감이 다른 이유가 제법 공감이 간다. 인생의 10분의 1일은 크게 느껴지지만 80분의 1은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그래서 노년이 되면 시간의 속도 감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10대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감정과 경험들이 그 시간의 농도를 더 진하게 해 준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익숙한 사건과 경험들은 특별히 분석하거나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 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시간을 예측하는 능력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일치한 모든 경험이 순서 즉 행동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24시간 일주기 리듬은 고립된 상태에서 인간의 기상과 취침 주기는 다른 신체 매게 변수가 조금씩 길어지게 한다. 실제, 몇 달 전 굉도에 갇힌 두 명의 광부가 10일 동안 커피믹스만 먹고 구조된 일화에서 그들이 이야기한 시간의 길이가 짧았던 이유가 이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들은 3~4일 정도 갇힌 걸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은 오전에 체온이 가장 낮고 오후가 되면 체온이 높아져 취침과 기상 리듬의 일정한 흐름을 만든다고 한다. 사람이 체온이 가장 높아졌을 때 가장 짧은 시간 간격을 만든다고 한다. 10초가 지났다고 느낄 때 버튼을 누루라는 실험에서 보여 주듯이 주관적인 시간의 길이가 체온과도 연계가 있다.


인생이 길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몇 년 혹은 수십 년과 같은 생애를 돌이켜 볼 때는 풍성한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프로이트가 말하듯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한 두 가지가 노동 능력과 사랑하는 능력이라는 말처럼 긴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하며 사랑하며 많은 경험을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노화란 원칙적으로 점차 변화하는 삶에 끊임없이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고령자는 삶의 끝을 강하게 느끼며,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오래 사는 진정한 열쇠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살다)’이다. 세네카의 인용글도 인상 깊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많은 부분을 낭비하는 것이다.’


삶이란 우리가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방법만 알고 있다면 긴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깊은 생각을 부른다. 인지 심리학에서는 변화가 많고 감정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며 시간을 보내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의식은 시간을 전부 사용하는 그 어떤 시간 낭비보다 더 심각한 자아의 상실일 것이다’라고 말한 하이데거의 인용글도 교훈적이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삶의 속도를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자유 시간과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조용한 주장으로 멋스럽게 커튼콜이 닫히는 책이다. 무대가 가려지고 나서도 아직은 그 감동이 그대로 남아 있는 관객의 입장으로 책을 들고 있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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