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책 읽는 사람 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사이토 다카시

by 조윤효

어린 시절 친구와 손가락 걸고 비밀 약속을 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게 한 책이다. 책을 읽는 사람 만이 닿을 수 있다는 그곳의 느낌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어서 저자와 그 공간을 비밀스럽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빌린 책이다. 책이 얇고 쉽게 읽히고, 소 주제들 사이에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은 낯설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책을 읽어야 할 때’라고 책을 시작하며 은근하게 권유한다. 왜 지금 책을 읽어야 하는가? 에 대한 작은 해답들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책을 좀 더 가까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맛있는 미끼가 가득하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도달하는 깊이, 깊어지는 독서와 얕아지는 독서, 사고력을 심화시키는 독서법, 지식을 심화시키는 독서법, 지식을 심화시키는 독서법, 깊이 있는 인격을 만드는 독서법,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독서법 그리고 어려운 책의 독서법을 저자의 경험으로 잘 엮어서 소개하고 있다. 세상을 독서자와 비 독서자로 나누어 생각해 볼 때 전자에서 펼쳐지는 그 경이로움의 세계는 더 다채롭고 풍요로울 것 같다.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인터넷과 책의 차이는 확연하다. 컴퓨터나 휴대폰 스크린에 담긴 글들은 그 작은 공간 안에도 독자의 집중을 뺏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시간 도둑처럼 우리의 시간을 손쉽게 뺏어 가버린다. 그래서 정작 읽어야 할 텍스트는 뒤로 가고 넘쳐나는 유혹들에 현혹되어 버리기 쉽다. 훌쩍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야 잃어버린 시간 조각들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독자의 손과 눈 그리고 온 정신을 요구할 때가 많다. 저자와 독자의 일대일 만남이 이루어지는 아지트가 책이기 때문에 서로 온전한 몰입이 되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일상화된 SNS삶이 현대인의 집중력 시간을 단축시킨 것 같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현대인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2000년에 12초였다면 지금은 9초로 4초 정도가 단축되었다고 한다. 현대 삶을 적응하는 과정 중에 집중력이라는 고도의 생활 기술을 잃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지필 한 저자들의 체험을 독서로 만나는 것이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세상에 뿌려진 그 수많은 면을 한 개인의 인식과 눈으로 다 볼 수 없다. 그래서 타인의 다른 눈으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곳으로 잠수해 들어가 보면 이것저것 본 적이 없는 심해를 만날 수 있고, 깊은 밀림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보물 같은 천연의 색을 만날 수 있다.


‘철학 없이 과학을 한다거나, 문학을 모른 채 경제학을 한 다는 것은 위험하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의 교양 수업인 ‘리버츠 아트(Liberal Arts)’것은 ‘자유인이 되기 위한 전인적 기예’라는 교육원리에 기원을 둔 고대 그리스 교육에서 그 근원이 있다고 한다. 지적인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의 의무가 아는 것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후세에도 전달해 지식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다. 교양이란 잡학이나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피와 살이 되는 폭넓은 지식을 말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평생이라는데 삶의 마지막에 그 앎을 깨달았을 때 실천할 수 없다는 실현은 가슴 저린 후회를 낳을 것 같다. 읽는 삶을 통해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실제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인격과 삶 속에서 교양을 갖춘 사람이 바로 ‘깊은 사람’이라고 한다. 가끔 깊은 사람과의 대화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포장하지 않아도 맘 편히 나를 드러내고 깊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될 것 같다. 그런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문학 작품은 대화의 기술을 올려준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감정을 느끼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말하고 싶은 바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안의 애매한 사고를 언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사람에 대한 또 하나의 정의를 찾았다. 바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다. 독서를 통해 만들어지는 그곳에서 단순 기술 차이인 경험의 차이뿐만 아니라 인식력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깊이를 손에 넣으려면 그 일에 대해 깊이 파악하는 인식력이 필요한데, 독서를 통해 저자의 인식력도 익힐 수 있다고 하니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넓고 깊은 독서법 중 하나로 한 저자의 책만 한 달 동안 여러 권을 보는 법도 인상 깊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문화’라는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 ‘어린 왕자’라는 책 속의 여우와 장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법도 기억에 남는다. 관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눈뜨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조용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 후 책에 대한 짧은 카피를 써보고나, 좋아하는 문장 3개 골라보기, 저자에게 딴지 걸기, 예측하며 일기 그리고 한 가지 주제로 5권 연달아 읽어 보기에 대한 장점들을 잘 어필한 책이다. 읽을수록 느끼는 감정있다. 앎의 폭이 얼마나 좁고 세상을 보는 인식력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가끔 조갑증이 난다. 읽어야 할 수만 권의 책들 사이사이에 어린 시절 소풍 때 찾아 나서던 그 보물찾기 쪽지가 감쳐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열심히 찾고 있겠지... 늦지 않게 찾아낼 수 있는 내공을 가질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세상을 보는 다각도의 렌즈를 꿈꾸게 해주는 책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