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저자의 유명도가 책과의 인연을 만든다.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그리고 ‘티핑 포인트’등 그의 손길로 빗어낸 책들 때문에 꼭 읽어야 할 것 같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작가의 생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한 작가의 작품만 몰아 읽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책에는 작가 특유의 생각력이 있다. 그게 서서히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다. 가끔 외국 작가들의 책에서 느껴지는 낯선 전개법이나 문화적 예시가 들어간 책들은 쉽게 졸린 눈을 부르는데 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예외적이다. 물론, 책 사이사이에 소개된 인물의 일화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이야기는 친숙하지 않지만, 결론으로 도출해 내는 과정을 통해 전하는 원칙들은 공감이 충분히 된다.
‘Blink블링크’란 ‘눈을 깜빡이다’라는 뜻이다. 책이 주는 제목은 저자의 핵심 생각을 담고 있다. 모든 순간을 얇게 조각내 관찰할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이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과 상황을 조각내 관찰하는 것을 통해 현상을 이해하고 제대로 판단한다는 논리는 마치 셜록 홈스가 범죄 현장에서 작은 단서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꼭 집어 내는 것과 같다. 블링크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얇게 조각낸 사이에 시간이라는 여백이 필요하고,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훈련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몸속의 컴퓨터인 ‘뇌’ 영역에는 ‘적응 무의식’ 영역이 있어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thin-slicing’ 즉 얇게 조각내는 경험을 통해 상황과 행동 패턴을 찾아내는 우리 무의식의 능력을 키워낼 수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사례들이 마치 원한다면 우리도 셜록 홈스가 되어 무엇이든 예측할 수 있고, 그 예측으로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부의 대화를 관찰함으로써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 할 수 있을지 아니면 향후 이혼하게 될지를 예측한 실험은 일리가 있다. 소송을 당하는 의사와 실수를 해도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의 차이도 이야기한다. 그의 얇게 조각내는 솜씨로 일상의 다양한 현상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만큼 삶 속에서 무수히 일어날 수 있는 오류와 실수를 막아 줄 것이다.
얼굴의 근육 다섯 가지로 만들어 내는 만 가지 표정에 대한 이야기 또한 놀랍다. 거짓말 탐지기보다 그 각각의 표정을 읽어 낼 수 있는 경찰은 범인을 정확하게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살짝 스쳐 지나가는 얼굴만 보고도 테니스 경기에서 그 선수가 범할 수 있는 서브 실패를 예측해 내는 사람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예측해 내는지 모르지만 만 가지의 표정 중 하나를 읽어 내는 힘이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된 것 같다.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중고차 매장에서 딜러가 인종에 따른 가격 제시는 조금 의외다. 흑인 남자에게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고, 다음으로 흑인 여자, 백인 여자 마지막으로 백인 남자에게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과정의 실험 관찰은 뇌의 판단력에 미치는 무의식적 편견의 힘을 알 것 같다. 범죄자로 잘못 지목되어 체포되는 경우가 흑인 남자가 백인 남자 보다 10%대를 넘는 주도 있고 50%가 넘는 주도 있다고 한다. 4명의 경찰이 집 앞에서 서있는 아랍계 젊은 흑인 남자 디알로를 뭔가 나쁜 짓을 하려는 범인으로 오인해 40발이 넘는 총을 난사한 사건은 한때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그가 만약 백인 젊은 남자였다면 우범 지대를 순찰하던 경차들이 다시 후진해서 그를 불러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2인 1조의 경찰보다는 1인이 혼자서 순찰할 때 무의식적인 사회적 편견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더 낮다고 한다. 2인 경우 의사 결정의 속도가 빨라지지만 1인의 경우 속도를 늦추고 현상을 보다 제대로 바라보고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찰들에게 필요한 마음 읽기는 훈련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눈으로 듣기는 지식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정보가 많을수록 자신의 판단에 대한 실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너무 많은 정보에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하고, 좋은 의사 결정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한 쿡 카운티 병원의 사례도 인상 깊다. 신중한 사고와 본능적 사고의 균형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보여 준다.
우리가 선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무의식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사회 속에서 무리 지어 살아가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자와 가정’, ‘남자와 직업’이라는 두 카테코리에 해당하는 단어 넣는 실험은 인간의 고정관념을 잘 보여 준다. ‘여자와 직업’, ‘남자와 가정’이라는 카테고리로 단어를 넣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이유가 여자와 가정은 연결이 자연스럽지만 남자와 가정 또는 여자와 직업은 그 연결성이 매끄럽지 않아 실험자들이 단어 선별을 하는데 지체하게 만든 것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오케스트라 단원을 뽑을 때 심사위원들이 연주자의 성별이나 나이를 볼 수 없도록 까만 천을 무대에 가리고 선별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여성 오케스트라 단원이 5% 였으나 현재는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짝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중대한 결정은 무의식 어딘가에서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무의식의 또 다른 결정권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여유로운 시간에서 상황을 얇게 조각내 보고 선별된 몇 개의 정보로 의사를 결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무의식 속의 깊이 숨겨진 영역을 탐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판단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 행동에 나서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저자의 주장이 일상을 살아가는 눈의 변화를 부른다. 만나는 경험들을 얇게 조각내고 관찰해 보는 연습은 디테일이 필요하다.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조각낸 상황을 위해 선별된 정보로 판단해 보는 과정은 우리의 또 다른 무의식의 결정자를 완전한 협조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