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앙
여러 색깔의 감정이 책을 읽어 가면서 솟아난다. 책 읽기를 중단하면 마치 모드가 위험해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마지막에 어떻게 그녀가 자유를 찾는지 궁금해 달리듯 읽은 책이다. 1957년 프랑스에서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태어난 그녀는 자신의 유년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세상에 드러내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3세에서 18세까지 15년 동안 부모의 소유물로 지낸 그녀의 유년기의 이야기는 놀라움 그 자체다. 34세의 부유한 아버지가 가난한 광부의 어린 딸 6세를 기숙학교에 보내고 교육학을 전공하게 한 후 그녀와 결혼한다. 물론, 입양의 조건이 다시는 그녀의 가족을 보지 않는다는 조건이었고, 교육학을 전공하게 한 이유가 아버지가 정한 기간에 딸을 낳아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괴상한 논리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사랑은 없는 것이고, 절대로 아무것도 믿지 말고 어떤 것이 모드를 위한 것인지 말해줄 세상의 단 한 사람은 아버지 자신뿐이라는 말을 어린 그녀에게 주입시킨다. 아버지가 하라는 데로 할 때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논리로 딸을 대하는 아버지는 딸을 초인으로 만들기 위한 그만의 방식으로 양육을 시작한다.
모리가 3살이 되자 외부사회와 철저한 분리를 위해 외딴 마을에 자신들 만의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간다. 18살까지 모리의 삶은 일과 공부라는 두 가지로 나뉜다. 6시 기장 저녁 11시 30분 취침을 하고 하루 세 번의 식사는 15분 안에 끝나야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버지 요강을 들고 오줌을 받고, 아버지의 양말과 신발을 신기는 일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도록 강요받는다. 잠자리를 봐드리는 것도 어린 그녀와 엄마의 몫이다. 엄마가 교육학을 전공하게 한 인유가 모리를 집에서 가르치게 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하에서였다. 갇 구운 빵은 절대 먹을 수 없고, 며칠 지나 딱딱한 빵만이 그녀의 차지였고, 오전은 교실로 꾸며진 3층에서 엄마와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정원의 돌을 치우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집안일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를 갈망하는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뛰는 것조차 나약함이라는 이유로 금지당했다.
매 식사 시간마다 아버지가 먹는 양만큼 엄마와 함께 술이나 와인을 마셔야 했다. 이유는 술을 먹으면 이성을 쉽게 잃고 상대에게 약점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훈련을 통해 술에 취하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성인이 된 그녀의 간이 망가진 이유가 수년간의 알콜 섭취 때문이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일상에서 처음에는 놀라움이, 다음으로는 분노가 마지막에는 간절함과 더불어 어떻게 그녀가 영혼의 자유를 얻어갈까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을 가지고 읽어 내려가게 된다.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라는 책 표지 글이 그녀가 어떻게 그런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은 아버지 밑에서 벗어나는지 읽는 내내 궁금증이 커진다. 딸의 영혼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그녀 아버지는 가혹하리 만치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을 시킨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지하실에서 행해지는 어두움과 무서움을 극복하게 하는 훈련에서 6살 여자 아이가 어떤 공포를 느꼈을지 상상이 간다. 그리고 집주위로 둘러 쌓인 전기선을 정기적으로 잡게 하여 전기를 이겨 내라는 지시를 내린다. 수영을 가르치는 방법 또한 그냥 물에 빠트린다. 그리고 죽기 전에 그녀의 어머니가 건져낸다. 그리고 다시 수영장으로 빠트리고 마침내 어린 모드가 스스로 손을 휘저어 나오는 법을 찾아 내게 했다. 3중 공중제비를 시키고, 늘 회색 조끼에 언제든 필요하면 쓸 수 있는 공구를 넣게 다니게 했으며 1년 내내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살고 차운 물에 몸을 한 달에 한두 번만 씻게 했다. 그것도 먼저 아버지가 씻고, 엄마가 씻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씻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녀의 영혼을 가지고자 한 아버지로부터 그녀를 지켜낸 것은 세 가지다.
1. 서재에서 몰래 꺼내 읽었던 책들
2. 사랑과 교감을 나눈 동물들
3. 피아노를 통한 음악과의 교감
그녀가 원하는 책이 아니라 읽어도 알지 못할 만한 ‘자본론’ 같은 아버지가 정한 고서의 책들을 읽어야 했지만, 다행히 몰래 그녀 아버지 서재에서 들고 나와 읽었던 책들이 그녀에게는 상상의 힘으로 그 독특한 가정환경 속에 힘이 되어준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당테스는 자유의 길을 보여 주었고, 도스토옙스키 ‘백치’는 삶의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도스도 옙스키의 인물들은 삶을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삶에 맞서 벽을 세우지 않는다. 반대로 삶을 사랑하고, 그 안에 잠기고 필요하다면 아예 깊숙이 빠져 버린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뭐든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더 이상은 두려워하지 마’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통해 그녀의 삶에서 도망치고자 한 용기를 품게 된다.
책에서 동물과 나누는 교감의 이야기는 차가운 겨울밤의 따뜻한 영혼의 난로 같은 느낌을 준다. 늙은 말 아르튀르, 하루 종일 철창에 갇혀 있다가 저녁 8시에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자유가 허락된 린다라는 개, 비둘기 피투 그리고 조랑말 페리소를 통해 부모 사랑의 부재를 그들이 조용하게 채워 준다. 동물들을 대하는 모드 아버지의 또 다른 잔혹함은 그의 정신적 황무지를 느낄 수 있다.
처음으로 피아노를 가르친 데콩드 선생님은 모드의 재능을 알아봤고, 노동으로 엉망이 된 그녀의 손을 보고 조언을 한 결과 더 이상 모드를 가르칠 수 없게 된다. 데콩드 선생님이 준 ‘헝가리 렙소드’를 열심히 연주하면서 음악의 세상에서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는 모드에게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는 업무를 받은 다음선생님은 그녀의 아버지처럼 엄하게 그리고 폭력적으로 그녀를 대한다. 다행히 마지막 음악 선생님인 몰랭 선생님이 모드의 인생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그녀를 돕는다. 그녀의 상황을 눈치 채고 있던 몰랭 선생님의 현명함으로 겨우 집 밖을 나가게 된 18살의 그녀는 그 향기로운 자유의 향기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보여 준다.
몰랭 선생님의 재치와 소개로 25살의 리샤르와 결혼하게 된 그녀에게 그는 ‘우리 둘이서 복잡한 문제도 잘 해결해 왔다’라는 은유적 표현을 통해 그녀의 자유의 일등 공신이 누구인지 알게 해 준다.
결혼 허락의 조건이 당혹스럽다. 6개월 살고 나서 이혼 후 아버지가 위자료를 줄 것이며,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아버지를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모드의 마음에서 일어난 갈등이 중간중간 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미워하는 자신의 감정에 놀라고 당혹스러워 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편이 되어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질투와 미움으로 그녀를 대한 어머니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를 알지 못한 것 같다. 그녀의 어머니 또한 모리 같은 희생자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버지의 죽음 이후 모드에게 나타난 공황 장애와 유년기의 어두운 먹구름 같은 기억들이 풍선처럼 터져 나왔던 이야기는 안쓰러움과 위로라는 감정이 일으키다. 사랑하는 두 딸과 앞으로 아버지의 유령의 덧에서 벋어나기 위해 그녀는 처음으로 그녀의 유년기를 이야기할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심리 치료사로 그녀와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그 여훈이 오래가는 책이다.
혹시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인식의 잘못된 틀로 내 아이를 모드 아버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순간순간 기억에 잠깐씩 모드의 인생을 생각하게 만든다. 책과의 우연한 인연이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