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영어에 대한 위대한 착각]- 김성희

by 조윤효

사람에게는 언어의 방이 있다. 각자가 원하는 형식과 질료로 자신만의 방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결정하는 것 같다. 모국어 외에 다른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 다는 것은 원룸 같은 뇌에 투룸에 사는 기분을 줄 것 같다. 영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모국어만큼 원하는 데로 자유자재로 생각을 조리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저자는 초, 중고 12년을 9번의 전학을 하면서 영국, 홍콩, 한국에서 보냈다. 독특한 경험이고, 어쩌면 각각의 나라들의 교육 특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계기다 되었기에 영어 교육에 대한 명철한 시선을 갖게 된 것 같다. 영국과 독일 선진 교육 과정과 암기 주입식인 한국 교육 과정의 그 첨예한 대립점을 날카롭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 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온라인 속에서 영어로 된 정보가 60% 이상을 넘고 있고 그중 가장 많이 방문하는 웹사이트의 55%가 영어로 된 사이트다. 영어 유창성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하는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세계 경제의 룰이 바뀌었고, 온라인 속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하다. 변해야 살 수 있다. 안주를 좋아하는 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는 게 먼저다. 문제점을 제대로 알 때 수정할 대안이 떠오른다. 10년 이상을 영어를 배우는데 효과가 없다는 것은 그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 틀린 방법을 고수하면서 다른 결과를 나오기 바라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잘못된 영어 공부에 대한 식견은 탁월하다. 잘못된 학습법과 시스템과 영어에 대한 익식과 영어 환경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잘못된 영어 공부법은 다음과 같다.


1. ‘영어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는 착각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영문법을 소홀히 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한다. 한나라의 언어적 특징과 규칙을 알 때 그 언어를 배우는 그릇은 단단하고 커진다. 우리가 배우는 중학교까지의 영문법은 규칙 문법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가서는 어휘와 책을 읽어 내고 추론할 수 있는 사고를 요하는 형태로 바뀐다. (수능 시험에서는 영문법이 한 문제 밖에 제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의 나머지 50%가 불규칙 문법이다. 절반을 배우고 그 규칙에 얽매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영어가 완성되는 시기는 규칙 문법과 불규칙 문법까지 도달해야 완성이 된다는 것이다.


영어의 ‘태’와 ‘시제’는 한꺼번에 그 성질과 특징을 알려 줄 때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3년에 걸쳐 조금씩 소개되기 때문에 그 실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시제 먼저 익힐 때 영어에 대한 감각뿐 아니라 향후 이해력도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수동태는 영어 문장에서 60%를 넘는다고 하니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영어 교육이 연장의 선으로 연계가 되어야 하는데 상, 중, 하를 구분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다 보니 언어를 마스터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언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3,000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교육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시간은 980시간이라고 한다. 3,000시간은 경제력이 요구되는 시간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2. ‘전치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착각


영어로 말하고 문장을 완성하는 열쇠는 전치사라고 한다. 패션의 완성이 구두라면 영어의 완성은 전치사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제치는 웃음을 만들어 낸다. 전치사는 부사, 형용사 기능까지 하고, 20가지의 다양한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전치사별로 다양한 쓰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완성이 된다.


3. ‘영어 원서 읽기는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된다’는 착각


영어를 제법 잘하는 아이들이 영어 원서를 다독하는데, 대부분이 초등학교까지만 열정적으로 읽다가 중, 고등학생이 되면 학과 공부에 신경을 쓰느라 한글 독서든, 영어 독서든 뒤로 밀려난다. 언어를 담당하는 우리 뇌의 영역으로 브로카영역과 베로니케 영역이 있다. 언어를 새롭게 해석할 때 이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다양한 문학 장품을 읽으면서 만나는 어휘들은 뇌를 활성화시켜 머리를 좋게 만든다. 그리고 실제 감각과 연결 되면서 문학 작품들은 언어적 측면과 영어권의 문화적, 사회적 측면에 대한 이해도를 올려 준다. 언어란 결국, 한 사회의 사상을 만나는 통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리딩(Reading)이 외국에서 회화를 잘하는데 가장 기본적 핵심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흔히, 패턴식 영어로 회화를 늘린 사례를 이야기하는데, 충분한 리딩과 문법 실력이 갖추어져 있을 때 패턴식 화화가 그 효과를 발휘한다.

모래 위에 성을 쌓듯이 패턴 표현들을 외운다고 해서 모래집이 돌집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4. 영어 단어를 많이 암기하면 읽기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착각


영어 단어는 암기하는 게 아니라 영어의 소리를 먼저 많이 들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조선 500년의 역사는 세계적으로 한 왕조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유지된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 근간이 바로 소리 내서 공부했던 공부법이 아닐까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소리가 먼저 들어가고 그 익숙한 소리를 문자와 연결할 때 문자가 언어의 방에 잘 고착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데 매우 중요한 스킬이다.

모든 언어학자가 공통되게 말하는 가장 높은 효율성을 갖는 언어 공부법은 리딩이다. 그런데 이 리딩은 속으로만 하지 않고, 소래내서 읽을 때 획기적이다.


이런 다양한 착각 속에서 영어 공부법이 잘못되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실제로, 영어의 문법은 세계언어에서 3번째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법이라고 한다. 너무 얕잡아 봐서도 안되지만 두려워 뒷걸음치지 않아도 된다. 상대를 잘 알 때 이길 승산이 커지는 게 게임의 룰이다.


영어는 추론 능력이 많이 필요한 언어라고 한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충분히 리딩하고 그 어휘를 사용할 수 있는 배경 지식까지 갖추어 문화이해까지를 목표로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이지만 실질 문해력 문맹률은 75% 말이 놀랍고 우려스럽다. 수능에서 5등급 이하(초등 6학년 정도의 언어능력)가 60%라고 하니 우리의 교육의 문제 진단이 시급하다. 핀란드는 우리와 같은 언어 우랄-알타이어(Ural-Altaic Language)라 우리처럼 영어와 공통점이 없어 배우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그들은 영어를 포함해 3~5개 국어 능통자가 많다. 대다수의 국민의 공교육 만으로 영어로 소통하고 쓰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영어가 어려운 게 아니라 그 영어를 배우는 방식과 인식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세계 1~2등을 달리는 아이큐를 가진 한국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방식이 틀려서 이다. 오래된 지도록 잘못된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서는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다. 새로운 지도를 과감하게 꺼내 들고 한 걸음씩 성큼성큼 걸어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 순간 원하는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영어를 여행을 위해 간단하게 구사만 하면 되는 정도의 가벼운 언어로 목표를 잡고 공부하지 말라. 영어를 통해 새로운 학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세계와 소통하며 풍부한 정보력을 가지려면 논리력과 추론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영어를 깊이 알수록 학문적 세계의 정보력이 우리 손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국민의 95%가 영어에 능통하고 세계인구의 65~75%가 2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가진 두뇌력과 교육열이라면 전 국민이 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녀의 책 마지막 부분에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녀의 진정 어린 소망이 보인다. 특정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 교육이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 학교 교육 12년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낼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영어 교육의 한 중심에 서있는 내게 소명의 빛이 뚜렷해지도록 도와준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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