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생각 사용 설명서] -전현수

by 조윤효

‘내 몸 사용 설명서’ 뿐만 아니라 ‘생각 사용 설명서’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메뉴엘이다. 찰나의 삶을 살다가는게 인간이지만 그 머문 자리의 향기가 오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성장하는 길로 꾸준하게 나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무지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배워야 알고, 알아야 실천하고, 실천해야 변화가 생겨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불교를 심도 있게 공부한 저자의 ‘생각 사용 설명서’는 생각이라는 실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 준다. 2003년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생각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처럼 우리 또한 생각의 정체를 제대로 안다면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책은 생각을 보고, 나를 보고, 마음을 보고, 인생을 보는 4가지 큰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이 내 의지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생각은 ‘그냥 일어난다’라고 한다. 순간순간 몸과 마음을 관찰하면서 생각을 관찰해 봐야겠다. 내 의지나 노력이 아니라 종이에 물 번지듯 조용하게 생각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래서 ‘I think’가 아니라 ‘It thinks...’라고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저자는 실제,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낸 수년이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더 컸고, 삶에서 만나는 어려운 난관들도 즉흥적으로 잘 헤쳐나가는 민첩성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텅 빈 공간에 새로움이 쉽게 떠오르는 건 아닐까.


부처님 또한 지혜를 생각해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지한 채로,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된 상태에서 얻은 것이라고 한다.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오로지 하나만 넣어 보는 과정을 통해 실제를 그대로 보는 지혜를 갖게 될 것이다. 사건은 같은데 내가 가진 생각에 의해 그 반응 정도가 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쉴 새 없이 방문한다. 그 분주한 생각들이 사라질 때 찾아오는 고요함을 알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함을 알 것 같다. 생각은 조건에 땨라 떠오른다고 한다. 거대한 탱크 같은 우리의 뇌에 눈과 귀를 통해 수많은 내용이 입력되어 가득 차게 된다. 그러다가 불쑥불쑥 그들이 정체를 드러내고 생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옛 어르신들이 임산부에게 보는 것 듣는 것을 가리게 했던 이유 중 하나가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생각들이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생각 탱크에 쌓이는 것과 동시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도 생각에 변화를 준다. 유전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더 우세한 인간이기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생각들이 ‘유레카’가 되기 위해서는 평소 긍정의 감정으로 신경전달 물질을 배출해 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후회나 화가 나는 기억이 더 많게 느껴지는 이유도 공감이 간다. 즐거운 기억은 행복하게 완료된 드라마다. 그러나 후회나 화가 나는 기억은 그 뒤에 뭔가를 했어야 하는 행동이 부재된 미완료된 드라마 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완료되지 않은 찝찝함 까지 기억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명상은 생각의 속성을 알고, 그 생각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한 활동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생각을 누르는 게 아니라 비우는 연습이 먼저다.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잠재력의 신이 우리의 손을 잡아 줄 것이다.


첫 기억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자신이 기억해 낼 수 있는 첫 기억이 자신의 정서 부분을 예측하기 쉽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환자들과 상담하면서 첫 기억을 꼭 묻는다고 한다. 어릴 적 첫 기억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억눌린 감정이나 비뚤어진 감정들을 표현해 낼 때 쉽게 치유가 된다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언급이 된 사실이다. 지진을 겪고 난 아이들에게 그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그 무서운 경험을 밝게 채색해 낸 아이들이 지진을 실제로 무섭고 어둡게 표현한 아이들보다 외상 후 장애가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자기 분석의 이론을 체계화 한 ‘호나이’ 박사의 이론도 알아둘 만한 지식이다. 자기 분석이란 자기가 평소 느끼고, 행동하는 이면의 진짜 동기를 밝히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리고 자유 연상(마음속에 즉각적이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성장 저해요인을 알아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 분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스스로 찾아낸 길을 통해 산을 정복한 것과 같다는 저자의 표현이 멋스럽다. 자기 분석은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미리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분석해 보고,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님을 자각할 때 우리는 정확하게 우리의 정체를 이해하게 될 것 같다. 그래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과거에 대한 갈등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저자의 정의도 공감이 간다. ‘우리를 성숙시켜주고,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 주고, 진정으로 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준다.’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때 우리는 타인을 향한 마음의 대문을 활짝 열 수 있는 대담함을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정신을 위한 열여덟 가지 조언들 중 몇 가지는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다.

1. 반응을 건강하게 할 것

2. 인사를 잘할 것

3. 남과 비교하지 말 것

4.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질 것

5. 시야를 넓힐 것

6. 생각을 줄이고 현실에 충실할 것

7.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할 것


생각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낀다. 가득 찬 그릇에는 더 이상 채울 것이 없다. 우리의 생각 탱크도 이와 같다. 저자의 책 덕분에 머릿속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무거운 짐들을 볼 수 있었고, 오래 묵혀둔 살림살이를 대청소하듯이 머릿속의 생각들을 깨끗하게 비워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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